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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리듬과 어류의 인공동면

김완수 승인 2019.07.01 11:40:43 호수 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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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생존하는 미세한 박테리아부터 거대한 코끼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물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생체리듬(시계)을 가지고 있다. 이 생체시계는 일어나고 잠드는 시간, 밥을 먹는 시간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종(種)간의 먹이 경쟁이나 종족 번식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들도 약 28일을 단위로 하는 생체리듬을 가지고 있다. 이 시계를 학술적으로는 “내인성 생체리듬(endogenous rhythm)”이라고 한다. 필자는 지금부터 어류(魚類)가 가지고 있는 생체리듬을 기반으로 한 어류 인공동면과 무수운송기술에 대해 소개해 보고자 한다.

어류의 인공동면과 생체리듬은 어떤 관계인가?
우리는 가끔 몸 상태가 안 좋으면 ‘생체리듬에 이상이 있나보다’라는 생각을 한다. 체내의 여러 생리대사 활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몸에서 이상 신호가 오게 된다. 애주가를 예로 들어보자. 자기의 주량(酒量)을 초과해서 과음을 하여 체내에 흡수된 혈중 알코올농도가 일정 수치를 넘어가게 되면, 뇌(해마, 기억을 저장하는 곳)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의식이 흐려지고 블랙아웃, 흔히 말하는 것처럼 ‘필름이 끊어지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 비록 일시적으로 몸 상태가 정상적이지는 않더라도 여전히 일정하게 호흡하면서 생존하고 있다.

물속에 사는 어류에게도 이처럼 ‘생체리듬’이 있다. 앞선 예시에서의 ‘알코올’처럼 물속의 어류에게도 외부 환경 조건을 바꾸어 줌으로써 비정상 상태 하에서 호흡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어류는 동면(冬眠)을 하기 때문에, 이 생체리듬을 조절하면 인위적으로 동면을 유도할 수 있게 된다. 어류는 변온동물이어서 외부의 수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류를 동면시키기 위해서는 어류가 외부의 수온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천천히 수온을 감소시키면서 순응(acclimation)시킨다. 어류가 동면 가능한 최저 수온 범위에 도달하게 될 무렵, 짧은 시간에 수온을 내리는 이른바 ‘수온 쇼크’를 주게 되면 어류는 빠른 수온 감소에 적응하지 못하고 체내의 생체리듬이 비정상적 상태로 바뀌면서 생리대사 활성이 최소치로 감소하여 동면한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 마치 과음으로 필름이 끊어진 것처럼 말이다.

어류를 인공동면시키면 경제적으로 어떠한 도움이 되는가?
그렇다면, 왜 굳이 정상적인 생체리듬을 가진 어류를 ‘필름이 끊어지게’하려고 할까? 답은 간단하다. 어류를 활어 상태로 운송하는 데 활용하기 위해서다. 활어(活魚)를 운송하는 방법은 크게 육상, 해상,항공으로 3가지 형태가 있다. 흔히 도로에서 보이는 활어차를 이용하거나, 활어 컨테이너를 제작하여 상선으로 운반하거나, 포장용기에 활어를 넣어 항공편으로 운송하는 방법이 있다. 위 3가지 방법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데, 육로수송은 장거리(예: 2,000km)를 활어차로 운송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해상운송은 큰 항구가 있어야 하고, 항공은 공항이 있어야 하
고 물류비용이 많이 든다.

현재 국내 제주도에서 양식한 넙치(광어)는 미국에 항공으로 수출할 때 비닐봉지에 넙치와 물을 1:1로 넣어 스티로폼 포장박스에 포장하여 운송한다. 즉 넙치 1kg을 수출하는 데 2kg의 항공 운송비를 지불한다. 이때 넙치를 인공동면시키면 생리활성이 최소화되기 때문에 체내의 에너지가 몸 밖으로 적게 빠져나가게 되고, 낮은 온도와 적절한 산소 농도 및 습도가 유지되면 물이 거의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생존이 가능하게 된다. 즉, 일정한 환경 조건과 항공운송 포장용기 등 제반 조건이 잘 맞아떨어지면 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도 항공편을 통해 활어를 장시간 운송할 수 있다.

 필자는 현재 제주산 터봇(Turbot, 찰광어)을 위와같은 방법을 통해 미국 LA로 수출하고 있다. 지금까지 연구된 국내 인공동면기술로 터봇은 물 없이 최대 36시간까지 생존이 가능하다(세계 최장시간).

터봇의 활어 유통이 왜 중요한가?
터봇(Turbot)은 본래 유럽산 넙치인데, 우리말로는 ‘대문짝넙치’라고도 한다. 육질이 찰지다고 해서 ‘찰광어’라고도 하며, 영문명인 ‘터봇’으로도 많이 불리고 있다. 터봇은 중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어종의 하나이고, 찜이나 튀김으로도 즐겨 먹는다. 이 어종의 양식은 주로 산둥반도(山東半島) 주변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생산량은 연간 약 12만 톤(약 1조 원 규모)에 이른다. 국내에서 양식하는 넙치의 경우 제주도와 완도를 다 합해도 연간 약 4만 톤(약 4,800억 원 규모)정도인데, 중국의 터봇 생산량은 국내 넙치 총생산량의 약 3배에 이른다.

중국은 최근 소득이 증가하면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활어류의 소비도 고급화되는 추세에 있다. 고급 어종인 터봇의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다.
비록 아직까지 우리나라 제주도에서는 터봇 양식 규모가 크지 않지만, 제주도의 청정한 자연환경에서 양식한 터봇과 유통비용을 40% 가까이 절감할 수 있는 인공동면 유도기술이 만나 중국 시장을 개척해 나간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내 양식 산업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김완수 박사
●(주)더피쉬

김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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