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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와 언더도그마

정선아 승인 2019.09.30 13:10:51 호수 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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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프렐, 『언더도그마』 서평

‘언더도그마’란 약자(언더도그)가 힘이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강자(오버도그)보다 도덕적 우위에 있고, 강자가 힘이 세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여기는 믿음을 의미한다. 저자는 언더도그마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이것이 우리 사회에 어떠한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에 관하여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그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대다수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관하여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나누어 판단하고 있을 뿐이고, 약해서 착하고 강해서 나쁘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인간의 본성은 언더도그와 반대되는 오버도그를 끌어내리려는 열망이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옳고 그름을 구별하는 방법에도 이러한 언더도그마의 개념이 투영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환경오염 보고서’와 ‘살인 메커니즘’을 일례로 들고 있다.

특히 저자는 언더도그마의 두 가지 요소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약자는 힘이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선하고 고결하고(제1요소), 강자는 힘이 세다는 이유만으로 비난 받아 마땅하다(제2요소).” 이러한 요소는 현재 제정되어 시행되는 법과 제도에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약자를 위한 사회적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강자와 약자를 동일 선상에 놓아서는 안 된다,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 실질적 평등이다.”

그런데 의문이다. 가난한 사람, 즉 기초적인 생계를 이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약자인 것인가? 그들은 무조건 착한 사람인 것인가?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는 부유한 사람들에게 힐난을 하고 비판을 퍼붓는다. 그들이 탈세하는 현장은 매우 크게 부풀려 보도되는 반면, 봉사를 하거나 기부활동을 하는 것은 잘알리려 하지 않는다. 과연 이들은 무조건 악한 사람들인 것일까?

이 책의 저자는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언더도그마’가 매우 불합리하게 형성되는 과정을 여과 없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언더도그마’의 개념을 무조건 배척되어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즉, 상대적으로 파워(정치적, 경제적인 것을 포함한다)가 있는 자들이 그렇지 못한 자들에 대하여 정신적·물질적으로 베풀고자 하는 것은, 그것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동정’으로 느끼지 않도록 한다면 매우 유의미한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흥부는 12명의 자녀와 배우자를 두고 있었지만 그들을 부양할 경제적 능력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놀부에게 찾아가 자신들을 부양해 달라고 부탁하고, 그들은 놀부의 집에서 실질적인 노비로 생활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간다.

만약 흥부가 현 사회에서 살아갔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복지국가임을 천명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흥부에게 임대주택을 제공했을 것이고,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을 것이며, 부유한 자들의 기부로 인해 생계를 이어나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과연 흥부가 약자일까? 언더도그마가 주는 교훈에 비추어 보면, 아마도 흥부는 약자임을 빙자한 실질적 강자일지도 모른다.

정선아 변호사

정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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