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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기 변호사 인터뷰

장희진 승인 2019.12.03 13:10:19 호수 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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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법원에서 하나카드 마일리지 약관 변경 관련 소송이 하나카드의 패소로 확정됐다.
인터넷을 통해 신용카드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하더라도 추후 마일리지 혜택이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을 회원에게 미리 설명하지 않았다면 당시 약정대로 마일리지를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오랜 시간 소송결과를 지켜보던 수많은 하나카드 고객들은 기뻐했다. 수년간의 지루한 법정 다툼 뒤에는 카드사의 부당함을 바로잡겠다는 일념으로 달려온 황선기 변호사가 있었다.

카드사의 마일리지사건을 승소로 마무리하셨습니다.
정말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못해요 진짜(웃음). 카드사에 문제제기 한 것부터 시작하면 7년 만에 결과가 나온 거거든요. 사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는 했지만, 그동안 추정되어 있던 하급심 판결들이 남았으니까 아직 멀었죠. 막상 대법원 판결이 나고 나니까 시원한 마음이 들면서도 동시에 만감이 교차하기도 하면서 다행이고, 그래요.

정말 어려운 소송을 마무리 중이시네요.
제가 열몇 군데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마음이 쉽지가 않았어요. 스스로가 진상같은(?) 마음도 들었고요(웃음). 한 재판부에서라도 잘못되면 전부 영향을 미치게 되고 하니까 긴장을 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1심을 모두 이기고서 전부 항소심에 올라갔는데, 서울고등법원에서 한 번 파기됐을 때는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부당함을 참지 못하는 의협심이 있으신 것 같아요.
이것저것 재고 그런 성격이 못 되는 거 같아요. 부당한 걸 참지도 못하고요. 그런데 사실 카드 소송은 시작하려는 마음을 먹는 것부터 어려웠어요. 신규로 카드를 발급받은 지 두 달 만에 마일리지 적립 내용이 변경되는 일을 겪은 거였거든요. 카드사에 연락해서 “사내변호사가 있으면 확인을 해 봐라, 이건 엄연히 잘못된 것이다”라고 항의를 해 놓고 막상 소를 제기하려고 하니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주변에서 지지하며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있었고, 그래서 결심하고 진행하게 됐습니다.

워낙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졌던 사안인데, 자비로 소송을 진행하셨어요.
정말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셨어요. 항소심 중에도 마찬가지고 참여하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죠.
그런데 비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쉽지 않은 문제였어요. 도대체 얼마를 받아야 하는 것인지도 감이 오지 않았고, 무엇보다 돈을 받아서 집단소송을 하면 제게 더 큰 부담이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제 돈으로 소송을 진행하기로 한 거예요. 제가 그냥 온전히 제 책임으로 사람들에게 피해도 주지 않을 수 있고요. 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셨지만 도저히 안 되겠을 때는 거절도 할 수가 있었죠.

집단소송이 요즘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이에요.
정말 힘든 일이에요. 홍보효과가 잠깐 있는 듯도 하지만, 한 명 한 명의 청구원인을 정리하고, 계속되는 문의를 소화하고…정말 보통 일이 아니죠.

경력을 보니 법률구조공단과 국선전담변호사를 거쳐 바로 개업을 하셨어요.
저는 좀 세상물정을 모르고 겁이 없는 것 같아요(웃음). 앞뒤를 가리지 않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냥 해 버렸어요.

여성변호사의 개업은 더 어려운 요즘입니다.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확실히 여성변호사가 공감하는 데에서는 장점이 있긴 한 것 같아요. 특히 가사사건에 있어 의뢰인과 소통이 잘 되는 부분이 있죠. 의뢰인들에게도 계속 얘기를 해요. 판사는 완벽한 제3자니까요. 사건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기록을 보는 거고, 우리랑은 완전히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섬세하고 꼼꼼하게 이렇게 돌려보고 저렇게 돌려보는 과정에서 우리가 가진 약점도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재판부를 설득하는 논리도 개발되고요. 그런 데서 확실히 여성변호사님들의 장점이 발휘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 장점과 함께 열심히 하신다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가사사건은 사실 스트레스가 심한데요. 주변에도 어려움을 호소하시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너무 몰입하면 변호사도 정말 힘들죠. 다른 사건보다 감정적으로 동요하기 쉽기는 하지만 의뢰인을 위해서라도 변호사가 냉정을 지켜야 해요. 열심히 하고 공감해 주는 것과 감정이 흔들리는 것은 구별을 해야지 변호사가 감정적으로 들뜨면 안 되니까요. 저도 물론 최근에서야 좀 감정이 잡히는 것 같지만(웃음), 정말 어려운 부분이죠.

 사건을 대하시는 본인만의 소신이 있을까요?
고객분들이 저한테 오셔서 하시는 말이 “정말 말을 맵게 한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상담을 오시는 분들에게 결과에 대해서 보수적으로 말씀드리거든요. 여러 가지 근거를 제시하시더라도 말이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을 딱 구별해서 말씀도 드리고. 그게 사실 의뢰인 입장에서는 정말 ‘맵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걸 더 신뢰감있게 생각하시기도 해요. 승소를 장담하고 수임한다는 게 어쩌면 당장은 좋겠지만 제 발목을 잡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100%라는 건 없으니까 속으로 자신이 있어도 소극적으로 말씀드리는 편이에요.

카드 소송 외에 기억에 남는 사건은 어떤 게 있을까요?
최근에 한 사건인데 한 여성분의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관련 사건이 기억에 남아요. 재판부에서 재산분할 액수를 정해서 조정을 권했었는데 응하지 않았거든요. 그랬는데 결과적으로 조정 액수보다도 적게 재산분할이 됐어요. 정말 너무 속상하더라고요. 내가 고집을 세워서 이런 결과가 나왔나 싶기도 하고. 게다가 남편이 결혼생활 동안 재산을 철저하게 숨겨서 의뢰인이 평생 고생이 많았어요. 이혼 과정에서 재산도 거의 안 나오기도 했고요. 그래서 결국 제가 성공보수나 비용을 전혀 안 받고 기록을 보고, 통장도 다시 들여다보고 재산세의 변동 추이를 토대로 차명 부동산들과 보험 등을 찾아냈어요. 지금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반드시 이겨서 어떻게든 의뢰인의 정당한 권리를 찾아주고 싶네요. 근데 이것도 벌써 5년째 지속 중이라 의뢰인에게 미안한 마음도 크네요.

방송 출연도 하셨는데요.
방송이 정말 좋은 점이 그 날 끝나더라고요(웃음). 소송이라는 게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거잖아요.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게 매력이더라고요.

방송을 하는 것의 이점이 있을까요?
홍보나 영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 자체도 제가 출연한 프로그램들을 활용한 광고를 하나도 하지 않았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의뢰인들이 찾아오기 전에 저에 대해 검색도 해 보고 하는데, 방송에 나왔던 변호사라고 하면 신뢰감이 더해지는 것 같아요.

 특별히 하시는 자기계발이나 취미 같은 건 어떤 게 있는지요?
아, 정말 저는 그런 게 없어요. 제가 골프도 해 보고, 뭐 영업에 도움이 된다든가 주변에서 하는 것들을 안 해 본 것은 아니에요. 모임에 나가는 것도 그렇고. 그런데 제게 잘 안 맞더라고요. 서면쓰고 지방 재판다니고 하다 보면 시간도 없고. 꾸준히 하는 게 있다면 절에 다니면서 스님에게 권유를 받아 아침에 명상을 하고 108배를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어요. 내면에 힘이 생길 거라는 말씀이 맞았던 것 같아서 참 좋아요. 쉴 때는 요가를 해요. 법조인은 사람도 너무 많이 만나고 스트레스도 많잖아요. 진짜 말 그대로 이런 불건전한(?) 삶이 없는데, 일과 휴식의 구분을 위해서라도 명상, 요가를 추천해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신가요?
안식년을 좀 가지려고 했었거든요. 올해는 휴가도 좀 멀리 떠날까 했었는데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앞으로의 계획이라면 저는 이번 카드사건에서 금융감독원에 문제가 많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기업체야 이윤추구가 절대적인 목표니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이 이래서야 되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 그래서 카드사사건이 정리가 되면 금융감독원에도 책임을 물을 생각이에요. 그리고 본격적으로는 금융분야와 관련한 ‘감시’에 관한 노력을 해 보려고 해요.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바라는 점은?
변호사에 대한 인식이 좀 개선되는 데 노력을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개업변호사로 일하면서 일반 국민들이 변호사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접할 때가 많거든요. 열심히, 성실히 일하는 변호사들이 그런 인식과 싸우는 게 힘든 것 같아요. 회 차원에서 보다 공익적인 활동도 많이 해 주시면 조금 느리더라도 국민들의 인식이 변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 인터뷰/정리 : 장희진 본보 편집간사

 

장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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