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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여행자 에세이

문희찬 승인 2020.01.02 13:30:48 호수 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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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얼마 전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익숙한 집과 직장을 떠나 잠시 낯선 장소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몇 군데를 둘러보다 보면 낯선 장소는 어느새 정이 들어 버리고 익숙해져 내가 사는 동네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잠시 집이 낯설기까지 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여행지에서의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잊힌 듯하지만,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기억 속에 저장되어 삶을 한층 성숙하게 만들어 준다.

새로운 사건을 착수하게 될 때에도 마찬가지로 여행을 떠나는 마음처럼 설렘을 느끼곤 한다. 물론 사건의 여정은 보통의 여행보다 어렵고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더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낯설기만 했던 사건도 동반자인 의뢰인과의 노력을 통해 조금씩 해결이 되면서, 어느새 나 자신의 이야기, 내 삶의 일부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사건이 끝나고 난 후에도 한동안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여정들은 기억 한편에 저장되어 변호사로서의 삶에 바탕이 되어준다.

그런 점에서 보면 변호사는 ‘사건 여행자’라는 생각이 든다. 변호사는 의뢰인과 만남에서부터 수임, 변론, 판결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매번 새로운 여정을 떠나야만 한다.

그리고 여행과 마찬가지로 ‘사건 여행자’에게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리라. 같은 여행지를 찾아가도 동반자가 누구인지, 계절, 날씨, 컨디션 등이 어떠했는지에 따라 지각하는 경험이 달라지듯이, 유사한 사건이라도 변호사가 사건을 처리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의뢰인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그 사건 해결을 위하여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따라 변호사로서의 인생에 미치는 울림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여행을 하는 것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을 하기 위함이다.”라는 괴테의 말처럼, 사건의 여정 역시 오로지 승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이 어떠한지에 따라서, 결과가 좋지 않은 사건에서 오히려 더 많은 의미를 찾고 의뢰인과의 인간적인 관계도 맺을 수 있다. 결국 변호사는 의뢰인과의 사건 해결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의미를 찾아나갈 때 오직 결과가 전부가 아닌 것이 되고, 묵묵히 실력을 쌓아나가고 의뢰인에게도 진정한 감동을 줄 수 있게 된다.

이제 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올 한 해도 다양한 사건의 여정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한 번 시작된 여정이 힘들다고 갑자기 여행을 끝낼 수도 없고, 그 시작점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하지만 어떠한 사건이라도 여정이 주는 진정한 의미를 찾을 것이고, 2020년 매 여정마다 힘차게 떠날 것이다.

문희찬 변호사
●법무법인 매헌

문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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