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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없는 스탕달 신드롬

정구성 승인 2020.06.01 14:53:01 호수 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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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자정을 넘어갈 무렵이었습니다.

가족들을 지방에 두고, 조금 외롭기도 하지만 주일마다 끝이 보이기에 제법 호사스럽고 여유롭게 자취 생활을 하고 있는 고향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문득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너는 살면서 어떤 예술 작품을 보고 큰 감동을 느껴 본 적이 있어?”

그랬더니 자기는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봤을 때 충격을 받고, 마치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멍하니 바라보았다고 합니다. 어디서 봤냐고 했더니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봤다고, 그림이 벽면 하나를 채울 만큼 크고 위압적이라고 합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이야기책 읽는 것을 좋아했고, 학창 시절에도 비문학보다는 문학 작품을 즐겨 읽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술품보다는 보통 시나 소설 같은 문학 작품이나, 훌륭한 영화를 보았을 때 더 자주 감동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꾸 읽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인가 저도 모르게, ‘나도 펜만 들면 글도 제법 쓸 것이다’라고 근거도 없이 생각하게 되었나 봅니다.

‘스탕달 신드롬’이라는 증상이 있다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미술품이나 예술 작품을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느끼는 각종 정신적 충동이나 분열 증상이라고 하며,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이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산타크로체 성당에서 여러 예술 작품을 본 후 심장이 마구 뛰고 곧 쓰러질 것 같은 경험을 했던 것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두산백과’에서 인용).

저 또한 압도적인 예술 작품 앞에서 이런 비슷한 경험을 했던 적이 몇 번 있는데, 특이한 것은 무력감, 절망감과 함께 기분이 꽤 나빠진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몇 년 전 서점에서, 당시 이상문학상을 받았던「침묵의 미래」라는, 몇 쪽 되지 않는 소설을 있던 그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치웠던 적이 있었는데, 이 작품을 쓸 때 작가의 머리가 하늘을 향해 열리고 그 속으로 신이 들어왔었나 보다 하고 생각했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저 자신은 몇 번 죽었다 깨나도 절대로 이런 표현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면서 한동안 기분이 몹시 나빴던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은 야근을 한 후 자정쯤의 퇴근길에 심야영화 ‘라라랜드’를 보러 극장에 갔었습니다. 다들 ‘라라랜드, 라라랜드’ 하길래 뭐 그리 대단한가 한번 보자는 심정이었는데, 시작하자마자 꽤 장시간 음악과 함께 군무가 이어질 때에는 ‘앞으로 힘든 3시간이 되겠다’ 싶었으나, 이후 서서히 영화에 빠져들기 시작하여, 끝나고 밖에 나왔을 때는 머릿속에 재즈가 감돌고 거리의 가로등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 영화의 감독이 저보다 3살이나 어리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부러움과 함께 ‘도대체 난 그동안 뭘 했나, 난 절대로 저런 걸출한 작품을 세상에 남기지 못할 것이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 한동안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작가도 아니고 영화감독도 아니면서, 예술의 각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인물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는 뻔뻔함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절로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해 보니, “혹시 그런 것들이 네가 실제로 하고 싶은 일인 거 아니냐”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소박하게라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소망해 봅니다.

 

정구성 변호사

 

정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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