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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활 쏘기

심형훈 승인 2020.06.30 15:14:09 호수 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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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도 봄. 군법무관 재직 시절,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우리 전통무예인 활을 배워보고 싶은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종로구에 있는 황학정이라는 곳에서 1년에 딱 2번 국궁교실을 무료로 개강한다는 안내가 보였다. 지원기간 이틀째엔가 등록하려고 했더니 이미 마감. 아~ 국궁을 배워보려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구나. 오기로 그해 가을에 다시 국궁교실을 모집할 때에는 첫날 일찌감치 지원하여 합격(?)하였다.

무언가 약간 신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에 발을 디밀어 보았는데, 우리가 보통 놀이공원이나 오락실에서 당겨보던 활하고는 많이 달랐다. 손에 깍지라는 것도 끼워야 하고, 처음에는 활이 당겨지지도 않는다. 친절한 사범님의 설명을 듣고 매주 3회 이상 정(활터)에 나와 빈 활(화살을 걸지 않은 활)을 당기는 연습을 2~3개월은 해야 집궁(골프로 말하면 머리올리기)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길동에서 황학정이 있는 사직동까지 가깝지도 않은 길을 열심히 다녀 드디어 화살을 처음으로 날려보게 되었는데, 이런, 과녁에 닿질 않는다.

그 이후 집궁을 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군법무관 전역, 변호사 개업 시기와 맞물려 이래저래 활을 손에서 놓게 되었고 집궁을 못했다. 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가서 5년이 지나고 사는 곳도 분당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마침 분당에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 활터가 있었다. 황학정 사범님의 추천을 받은 곳이었지만, 5년 동안 망설이다가 겨우 2018년 10월에서야 찾게 되었다.

분당정에서 2개월 동안 다시 처음부터 활 당기는 연습을 하고 2019. 1. 1. 새해를 맞아 집궁식을 했다. 2개월 간 빈 활만 당기다가 사대(활 쏘는 위치)에 올라 화살을 메기고 날릴 때의 기분이란. 어언 집궁한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작년 한 해는 활과 함께한 해였다. 각종 전국 대회에 개인전, 단체전도 나가고, 승단대회(활도 승단이 있다. 1단부터 9단까지 존재한다)에도 네 차례나 참가했다. 단 한 번도 수상을 하거나 승단을 하지는 못했지만, 이제 활을 안 쏘면 허전한 기분이 든다. 누군가 취미로 할 만한 좋은 게 없냐고 물어보면 이제는 고민 없이 활을 쏘라고 권유한다.

활의 취미로서의 장점

활은 우선 조패(인원구성, 사투리나 은어인 줄 알았는데 인터넷 국어사전에 검색하니 패거리를 의미한다고 나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골프는 티 부킹해야지, 4명 조패 만들어야지, 한 번 하려면 손이 많이 간다. 그런데 활은 그냥 시간만 내면 된다. 혼자 내도 좋고, 다른 사람들이 있으면 있는 대로 같이 활을 내도 좋다. 시간도 아무 때나 가서 쏴도 된다. 젊은 분들은 대부분 새벽이나 밤에 업무시간을 피해 활을 내러 다닌다.

비용이 저렴하다. 골프나 낚시, 기타 다른 취미들과 비교할 때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현재 개량궁 가격이 25만 원, 개량시 가격이 1만 1,000원에, 월회비는 2~3만 원이니(각 사정마다 약간씩 차이 남), 사실 웬만큼 나이 드시고 연금 받으시는 분들도 오시기에 별로 부담 없는 비용이다.

대회가 많이 열린다. 활은 1년 내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쏠 수 있지만, 정식으로 대한궁도협회에서 주최하는 대회는 꽃 피기 시작하는 3월부터, 눈발 날리기 시작하는 11월까지 전국 각지에서 거의 매주 열린다. 참가비 5,000원에 참가 자격은 매년 인터넷으로 선수 등록을 받고 있어 누구나 신청하면 참가할 수 있다(5,000원 상당의 참가 선물도 있다). 물론 참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집궁은 해야 하고, 한 정에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한다.

한 정에 등록하면 전국에 있는 어느 활터를 가도 별도의 비용 없이 활을 낼 수 있다. 물론, 예의상 다른 활터를 방문할 때에는 음료수 1박스 정도는 들고 간다. 전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들어간 활터라도 활을 들고 ‘~~정에서 활 배우러 왔습니다’라고 하면 환영받는다.

활을 쏘면 자세가 바르게 된다고 한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몸소 느끼는 바는 별로 없지만, 우리 정에는 90대의 할아버지 궁사님이 가끔 나오셔서 60대처럼 활도 쏘시고 사진 촬영도 하고 하시는데 그분을 보면 맞는 말인 것 같다. 이제 곧 50을 바라보는 필자는 활터에 가면 상당히 젊은 축에 속한다.

또 활쏘기는 국가무형문화재로 등록 예고되었다. 향후 이를 계기로 활쏘기 문화가 많이 활성화, 대중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활을 배우려면

첫째, 활을 쏘려면 우선 내 집에서 또는 내 직장에서 가까운 활터를 찾는 것이 우선이다. 멀면 안 가진다. 대한궁도협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활터 현황이 잘 설명되어 있고, 지도, 전화번호까지 기재되어 있다. 많이들 물어보는 말 중에 “여자도 활 쏠 수 있어요?”라는 질문이 있는데, 당연히 여무사님들도 많다. 연습을 하면 누구나 활로 145m를 날려 보낼 수 있다.

둘째, 일단 들어갈 것. 활 쏘는 거 구경하려고 왔다는데 못 오게 하는 활터는 없다. 가서 구경하다 보면 배울지 말지 느낌이 온다. 주로 주말에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첫걸음은 주말에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활이나 화살을 미리 사서 가지 않는다. 가면 연습용 활, 화살이 있다.

셋째, 인내심을 가질 것. 활을 처음 배우러 가면 사대에 올라가거나 화살을 날리기는커녕 계속 빈 활만 줄창 당기라고 한다. 우리 활은 등 근육을 이용해 쏘기 때문에 안 쓰던 등 근육을 키우기 위한 필수과정인데, 좀 지겹게 느껴질 수 있다. 그리고 집궁하고 나서도 얼마간은 활줄에 팔뚝을 맞거나 뺨을 맞는 일, 깍지(활줄을 당길 때 당기는 손 엄지손가락에 끼는 도구) 낀 엄지손가락에 생기는 통증 등을 감수해야 한다.

필자는 집궁 후 3개월 만인 2019. 3. 29.에 초몰기(사대에 올라갈 때 화살은 5발씩을 가지고 올라가는데, 5발 쏘아서 5발 모두 명중시키는 것을 ‘몰기’라 하고, 생애 처음하는 몰기를 ‘초몰기’라 한다. 이것을 해야 ‘접장’이라는 칭호를 받는다)를 했고, 2019. 12. 4.에 3연속 몰기(15시 15중)를 했다. 현재는 코로나19 사태로 활터가 올해 2월부터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5월에 잠깐 문을 열었으나, 다시 사태가 악화되어 폐문했다. 활을 못 쏘게 되니 평소에 자유롭게 활을 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깨닫게 된다.

하루 중 처음으로 사대에 올라 활을 날릴 때 과녁을 향해 하는 인사가 있다. “활 배우겠습니다”, “활 배웁니다” 우리 민족의 전통무예인 활쏘기는 나이가 90이 넘어도, 실력이 9단이 되어도 배우는 자세를 지킬 것을 요구한다.

이미 우리 조상들을 통해 충분히 검증된 좋은 취미활동이 아닌가. 전통무예 계승은 덤이다.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주인공이 마지막에 하는 말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라는 말, 활을 배우면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여러분들도 도전해 보시라.

심형훈 변호사
●법무법인 디딤돌

심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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