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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무조건 무조건이야

이재경 승인 2020.06.30 15:28:38 호수 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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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의 열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태평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 인도양을 건너서라도 무조건 무조건이야♬ 박상철의 히트송인 “무조건”처럼 코로나 역풍마저 훌쩍 넘어서 태평양 한구석에서 시작된 트로트의 묻지마 인기는 모든 장르, 모든 취향을 뛰어넘고 있다. “동백아가씨” 이미자 시대를 시작으로 트로트 양대 산맥인 나훈아-남진의 전성기를 거쳐 70년대 하춘화, 80년대 김연자, 주현미, 90년대 태진아, 송대관, 설운도, 2000년대 장윤정에 이어 최근 홍진영, 송가인에 이르기까지,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트로트는 정통성과 함께 트렌디한 감각을 가미하여 젊은 세대까지 아우르는 음악으로 사랑받고 있다.

트로트는 그동안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지만, 지금처럼 연령대를 초월하여 폭발적으로 인기를 누린 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트로트 돌풍 뒤에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뉴트로(New-tro) 흐름이 도사리고 있었고, 결정적인 시발점은 작년 TV조선의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이었으며, 송가인 등의 수상자들은 트로트 붐을 거침없이 발진시켰다. 이어, MBC의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이 트로트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내고 “유산슬”이란 예명으로 “뽕포유”에서 깜짝 등장하면서 그의 히트곡 “사랑의 재개발”은 트로트의 인기를 더 젊고 더 넓게 재개발시켰다. 코로나 사태로 모두가 기죽어있는 올해 초, 후속 프로 ‘미스터트롯’은 집콕족들 사이에서 단연코 최고의 화제를 뿌리면서 임영웅, 김호중, 영탁 등 젊은 트로트 스타들을 배출시켰다. 트로트가 어느덧 대세가 되면서, 작년부터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등장하였다. KBS의 ‘트로트가 좋아’는 21살의 조명섭을 “전통가요 지킴이”로 탄생시켰고, MBN의 ‘트로트 퀸’에서는 “군통령” 지원이가 영예의 트로트 여왕으로 등극했다. MBC도 ‘나가수’의 트롯버전인 ‘나는 트로트 가수다’로 기성 가수들의 경연을 세우면서 트로트 바람에 편승하였으며, SBS도 ‘트롯신(神)이 떴다’에서 트로트의 세계 진출을 화두로 던지면서, 베트남에서 남진, 김연자, 설운도, 장윤정 등의 트로트 버스킹까지 새롭게 시도하였다.
 


인생의 굴곡을 짧은 시간에 담아내는 “3분의 드라마” 트로트에는 왜색 시비가 항상 붙어 다닌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전통가요로서의 뿌리를 결코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나라가 아니라 바로 가장 한국적인 색채로서 제값을 평가받아야 한다. 미국의 컨트리 뮤직, 흑인의 블루스, 재즈가 그들의 전통음악으로 큰 틀을 형성하고 세계적으로 뻗어나간 과정을 주시해야 한다. 미국, 영국 등에서는 대학 연구소 및 학계에서 자신들의 문화유산이자 유서 깊은 전통으로 대접하면서 ‘Pop Music Study’라는 하나의 학문으로 그들의 대중음악을 심도깊이 연구하고 있다. 자국 내에서 그런 차원의 융숭한 대접을 해 주니까 세계에서도 서양 대중음악에 대한 리스펙트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서양의 실용음악에만 치중한 나머지 우리들의 정서를 담은 트로트 전통가요는 싸구려 취급을 받거나 학문적 테두리 안에서 전혀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그들의 전통가요를 “엔카(演歌)”라고 부르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호, 육성하고 있다. 엔카가 대접받는 일본의 현실이 트로트의 계승 발전이나 장르화에 대하여 무관심한 우리의 초라한 모습과 극명하게 비교된다. 이는 그저 죽창가로써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트로트 열풍이 단순히 스쳐가는 바람일까봐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별다른 차별화 없이 뻔하디 뻔한 프로그램들만 난무한다면 작금의 트로트 현상도 ‘반짝’ 인기에 그칠 수 있다. 우선, 트로트 가수들부터 분발해야 한다. 진부한 틀에 함몰되지 않고, 시대와 흐름에 맞게 트로트 장르를 항상 새롭게 개발해야 대중화를 앞당길 수 있으며, 댄스 트로트, 록 트로트 등의 다양화, 세분화도 뒤따라야 한다. 경연 프로그램의 인지도 덕분에 당장 몸값이 폭등한 가수들도 1년쯤은 별다른 준비없이도 그럭저럭 버티겠지만, 독창적 콘텐츠, 세대를 초월한 공감을 담은 오리지널 곡을 내세우지 못한다면, 신선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과거 명성에만 의존하여 겨우겨우 연명하게 될 것이다. 반짝 인기를 등에 업은 예능 프로 출연 패턴도 길어봤자 1~2년이다. 그런 의미에서 ‘트바로티’라고 불리면서 성악 가창으로 널리 사랑받는 김호중의 전격적인 등장은 트로트 장르에 무척 고무적이다. 천상의 목소리 김호중만이 갖고 있는 테너 발성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내세우면서 장르의 고급화, 트로트의 세계 보편화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로트에서도 K-Pop 분야처럼 장기적 방향성, 산업적 전문성을 갖춘 매니지먼트와 장르적/국가적 차원의 마스터플랜이 필수적이다. 과거처럼 여기저기 행사나 뛰어다니는 단타 위주의 국내 수입을 훌쩍 뛰어넘어 더 멀리 더 높이 더 깊게, 그리고 무엇보다 더 길게 겨냥해야 한다.

 방송사 또는 기획사마다 재탕 삼탕으로 트로트 우려먹기에만 몰두한다면 가뜩이나 간당간당한 트로트의 배터리가 다 됐나봐요♪ 라면서 털썩 주저앉게 된다. 홍진영의 넘치는 정력, 열정처럼 수시로 트로트의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트로트는 한때의 돈벌이가 아니다. K-트로트는 엄연한 장르이다. 우리의 전통가요로서 K-트로트는 K-Pop처럼 세계적으로 하나의 장르로 대접받아야 하는, 자랑스러운 문화이다. 국내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다. 모두가 합심하여 트로트의 생명력을 지속적으로 불어넣음으로써 세계로 뻗어나가는 콘텐츠로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이재경 교수
●건국대 글로벌융합대학

이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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