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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사건에서의 변호사의 역할

김지윤 승인 2020.06.30 16:46:58 호수 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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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학교도 수차례에 걸쳐 개학을 연기하다가 4월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고, 현재는 등교 개학을 하였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학교가 온라인 수업과 등교 수업을 병행하고 있고, 특히 서울과 수도권은 ‘동시 등교 인원을 전체 3분의 1 이하로 제한’하여 아직도 예전의 학교생활로는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지역신문 코너에 ‘온라인 개학 중에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수 있나요?’라는 학부모의 질문이 실린 것을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핸드폰이나 인터넷 등과 밀접하게 생활하다 보니, 학교에서의 학생 간 대면활동이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통신매체 등을 통한 학교폭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몇 년 전 서울시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서 학교폭력 관련 법률 업무를 담당하였습니다. 처음 업무를 시작하면서는 변호사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던 ‘학교’라는 공간에 들어간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과거 12년 동안이나 초, 중, 고 생활을 했던 ‘학교’가 과연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 것일까 하는 궁금함도 컸습니다.

요즘 학교는 우리 때와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해하는 변호사님들도 계실 것이고 학령기·청소년기 자녀를 키우는 변호사님들도 많으실 것으로 생각되어, 요즘 학교에서 종종 일어나는 사건들이나 관련 업무를 하면서 제가 느꼈던 점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뉴스에 보도될 법한 사안이 심각한 학교폭력사건은 실제 학교에서는 드물게 발생하지만, 학생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처받을 만한 사건은 크고 작게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학교는 다른 집단과 달리 아침에 등교해서 오후 늦게 하교할 때까지 계속 한 공간에 있어야 하므로 어른들이 보았을 때 ‘커가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일이다’라고 생각되는 일일지라도, 피해를 당한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나 상처는 생각보다 상당히 큽니다.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이슈화되기 이전에는 학교폭력 사안으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개최될 때 변호사가 동석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학교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 이유는 가·피해 학생 양 쪽 입장이 있는데 한 쪽만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면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으며, 학교폭력 사안은 법보다는 교육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학교폭력 관련 소송 등이 점차 증가하면서 학교도 사안을 처리할 때 교육적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지 살펴 보아야 한다고 인식하여, 가·피해 학생 측의 요구가 있으면 변호사의 동석을 허용하고 학교 스스로도 교육청 소속 변호사나 학교자문변호사 등에 도움을 구하여 사건을 면밀히 검토하고자 하는 추세입니다.

많이 알려진 것과 같이 학교장이 내린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이라 합니다)상 처분에 대하여 행정소송이나 행정심판 등을 제기하는 경우가 점차 증가하면서, 학교에서의 교육 외 행정업무, 가·피해 학생 간의 갈등 사이에서 학교가 받는 민원 등의 업무가 폭증하게 되었고, 이에 ‘학교’에 설치되었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라고합니다)’를 두는 것으로 학교폭력예방법이 개정되었습니다(2020. 3. 1. 시행). 그리하여 이제는 학교폭력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학교가 아닌 교육지원청에 설치된 심의위원회에서 사건을 심의하고 학교장이 아닌 ‘교육장’이 해당 학생에게
처분을 하게 됩니다.

다소 아쉬운 것은 위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으로 학교가 본연의 업무인 학업·교육 등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결국 학교폭력사건이 발생하게 된 배경이나 해당 학생들의 성향 등에 대해서는 해당 학교가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인데, 이에 대한 심의나 처분은 학교가 아닌 교육지원청에서 하게 되어 결국은 개별 학생에 대한 맞춤 교육보다는 처벌을 통한 학교폭력예방에 조금 더 초점을 두게된 것은 아닐까 하는 점입니다.

한편, 요즘 학교에서는 전형적인 폭행사건들도 일어나기는 하지만 예전과 달리 통신매체 등을 통한 괴롭힘 등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카카오톡, 페이스톡과 같은 SNS를 통한 괴롭힘 등이 많이 일어나며, 학생들이 핸드폰을 항상 가지고 다니므로 핸드폰 사진 및 동영상과 관련한 사건도 상당수 있습니다. 또한 여학생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따돌림 등은 피해 학생은 상처를 굉장히 많이 받는 반면, 가해 행위 등이 특별하거나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어 이러한 사건을 조사하는 학교는 난감한 경우가 많습니다.

성과 관련된 학교폭력도 학교에서 종종 일어나고는 합니다. 성 사안이 발생하면 학교는 사건의 정황을 파악한 후 교육청에 보고하고 수사기관에 신고를 하게 됩니다. 또한 학교는 학교대로 사안을 조사한 후, 심의위원회에서 이를 심의하여 교육장은 가·피해 학생에게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처분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학교폭력예방법상 가해 학생에게 내릴 수 있는 처분에는 한계가 있고, 피해학생으로서는 가해 학생이 전학 처분을 받거나 자진하여 전학을 가지 아니하는 이상 계속하여 학교에서 마주치므로, 정신적으로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피해 학생이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고 도중에 전학을 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의 제정 및 시행으로 예전보다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시각 및 인식이 많이 변화한 것은 사실이나, 피해 학생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더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학교폭력예방법상의 처분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처분을 받은 학생이 승소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절차상 하자로 처분이 취소된 경우는 처분권자는 이를 시정하여 다시 처분을 하게 되므로 결국 해당 학생은 학창 시절을 소송을 하며 다 보내기도 합니다. ‘자신이 잘못한 점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이에 합당한 징계를 받고 다시는 그러한 잘못을 반복하지 아니한다면, 학생에게는 소송을 통한 구제보다 이것이 더 큰 교육적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현재 학교폭력예방법상의 처분에 대한 소송 등이 증가하고 있는 큰 이유는 처분 받은 사실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기 때문인데, 교육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 올해 부터는 학교폭력예방법상의 경미한 처분(1~3호)에 대하여 1회에 한해 학교생활기록부에 이를 기재하지 아니하기로 관련 법령을 개정하였습니다.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시선이 과거에 비해 엄격해진 것은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학교폭력을 근절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결국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나아가 가해 학생을 선도·교육하여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 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이러한 목적에 맞게 제도와 장치가 마련되고 운영되도록 법률가로서, 또 어른으로서 고민해 보아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김지윤 변호사

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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