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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부부의 세계, 박민정·박훈 인터뷰

장희진 승인 2020.06.30 17:11:20 호수 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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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분께서 출연하셨던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가 인기리에 종영됐습니다. 부부 동반 인터뷰는 서울지방변호사회 회보가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박민정, 박훈 
저희 부부가 함께 하는 인터뷰는 늘 거절을 했었는데, 이렇게 서울지방변호사회 회보에서 처음 함께 인사드리게 되었네요. 사실 둘이 함께 작품을 한 것이 처음은 아닌데 새삼 이번 작품에서는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습니다. 저희가 감사합니다.(웃음)

드라마 마치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박민정 저는 드라마와 함께 영화 촬영을 병행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드라마 마치고 남은 영화 촬영이 있었고, 최근에 끝이 나서 이제야 휴식을 좀 하고 있어요. 원래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코로나19가 계속 유행 중이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집에서 푹 쉬었죠.

박훈 저희 둘 다 사실 여행도 가고 무엇보다 친한 지인들과 모임도 자주 하고 했었는데, 못하고 있네요. 박민정 씨는 평소 운동을 좋아하고 하는데.

박민정 아무것도 못하는 대신에 테라스에 파랑 고추랑 토마토도 심어놓고 보고 그러고 있어요.(웃음)

코로나19 때문에 촬영장 분위기도 사뭇 다를 것 같습니다.
네. 다들 마스크를 쓰고 촬영에 임하고, 오갈 때마다 체온도 재고. 정말 많은 게 달라졌어요. 다들 정말 조심하고 진행했죠. 그렇게 많은 사람이 오가는데 감염된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에요.

박훈 씨는 ‘아무도 모른다’ 출연을 위해 10Kg 정도를 증량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다시 많이 감량을 하셨네요. 비결이 있으신가요?
이제 작품 마친지도 2주 정도 된 것 같은데 많이 감량이 됐어요. 작품에 따라서 살을 빼기도 하고, 이번같이 찌우기도 하는데 사실 다른 비결이라고 할 것은 없어요. 그냥... 인내심(?)으로 하는 것 같아요. 찌울 때는 먹기 싫어도 참고 먹고, 뺄 때는 먹고 싶어도 안 먹고. 사실 특별한 건 없어요. 그런데 이렇게 체중도 조절해 가면서 역할을 준비할 수 있는 데에는 최근 변화하고 있는 촬영 환경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예전과 달리 촬영장도 작업시간이라든가 환경이 정말 좋아졌거든요. 예전에는 배우들이 한두 시간만 자면서 촬영하고 했었는데 요즘엔 그런 게 없고 하니까, 배역에 대해 준비하고 고민하는 시간도 안배하면서 임할 수가 있죠.

‘아무도 모른다’에서 두 분 다 악역을 맡으셨어요.
박훈 저는 처음 악역을 한 것이었는데,

박민정 이번이 분명히 박훈 씨는 첫 악역이었는데 마치 악역 전문 배우인 것처럼 생각하시더라고요.(웃음)

박훈 정말 왜 그런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악역 특집에도 섭외가 되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악역을 맡으면서 크게 준비한 것은 없고, 아무래도 아내가 배우이다 보니 고민도 함께 나누고 하는데, 배역을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으면 아내가 “집안일도 좀 해라. 음식물쓰레기 좀 버려줘”, “호아킨 피닉스가 나셨어”라고 하기 때문에 몰입이 깨지고...(웃음)

박민정 할 건 하고 대본을 봐야죠.(웃음)

박훈 그런데 아내에게 역할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의견을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이번에 저는 사람들이 ‘악역’하면 생각하는 전형성을 탈피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악역이 왜 웃기면 안 되는 거지?’라는 생각에 악역임에도 밝게 할 때는 하고 재밌게, 코믹하게도 하고.

서로의 장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박민정 박훈 씨는 작품 전체를 보는 눈이 있어요. 사실 배우들이 자기 역할 위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연출자로서의 감각이 있어요. 장면 자체를 이렇게 만들면 재밌겠다, 살겠다라는 걸 잘 알아요. 저도 많이 도움을 구하고, 제가 어떻게 연기하려고 하는 지 조언을 구하면 다음 장면을 고려해서 조언도 해 주고.

박훈 이번 작품은 상대역으로 아내를 만나서 그런지, 집에서도 함께 연습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장점이죠.(웃음) 민정 씨는 엘리트 코스로 연기 전공을 했거든요. 저처럼 길에서 배우고, 갑자기 대학로에 뛰어든 사람하고는 다르더라고요. 함께 연극을 하면서부터 지금까지 그런 점을 많이 느끼고 배울 수가 있었죠. 정통 연기, 연극이라는 걸 하니까.

박훈 씨는 갑자기 연기자가 되기로 결심하시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가장 가성비가 좋은,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예술이 ‘연기’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었어요. 음악을 하려면 비싼 악기가 필요하고, 미술을 하려면 도구가 필요하고 한데 연기는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대본만 출력하면 되는 것이니까. 혹은 대본이 없어도 즉흥연기를 할 수가 있죠. 제가 강원도 정선 출신이어서 영화나 이런 걸 접하기가 어려웠어요. 22살에 영화를 처음 봤는데, 정말 충격이었어요.

저는 박훈 씨를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처음 뵈었는데, 대사가 거의 없었는데도 너무 강렬한 역할이어서 뭔가 더 보고 싶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 사실 대사가 없이, 이미지와 뉘앙스로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게 저한테는 매력이었던 작품이었어요. 사실 연극에서나 볼 수 있는 역할인데, 드라마에서는 보기가 쉽지 않죠. 저는 상당히 만족스럽고 좋은 역할이었거든요. 감독님께 듣기로는 많은 유명 배우들이 대사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어떠한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하시나요?
박민정 배우들은 확실히 기존 작품에서 사람들이 갖게 되는 이미지를 깨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 같아요. 악역 다음에는 재미있는 역할을 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저런 역할도 잘하는 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거죠. 그래서 계속 늘 새로운 캐릭터가 하고 싶죠.

박훈 저한테는 ‘강한 남성’ 캐릭터가 너무 많이 들어오는데, 사실 유약한 성격인데 말이죠.(웃음) 민정 씨 인스타그램에도 평범한 제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데, 사실 꾸미는 거에도 관심 없고 새소리 듣고 유유자적한 생활을 좋아하는데, 제 이미지가 그렇지가 않다 보니까 저도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죠.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으시다면?
박훈 저는 한번 여자들이 아닌 남자들이 공감할 만한 멜로를 하고 싶어요. 뭔가 아주 평범한 사람의 멜로, 사랑. 신데렐라 스토리 말고 ‘나보다 못나 보이는 남자도 사랑을 할 수 있다’라는 용기를 주는 멜로?(웃음) 제 인생 드라마가 ‘네 멋대로 해라’인데, 거기에 나온 평범한 양동근 씨의 사랑이 정말 가슴을 울리잖아요. 그런 역할을 해 보고 싶어요. 처절한 멜로에 도전하는거죠.

박민정 저는 사실 ‘유도소년’이라는 연극을 하면서 박훈 씨를 처음 만났는데, 그 작품이 바로 그런 멜로라,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두 분 다 연극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이 남다르실 것 같아요.
박훈 그렇죠. 저희 둘 다 연극을 했고, 무엇보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서 직격탄을 맞은 곳이 연극계이다 보니까 마음이 좋지 않아요. 어떻게든 돕고 싶은 마음이죠.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박민정 제가 데뷔했던 연극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8년을 했으니까. 돈도 못 벌고 고생을 정말 많이 했는데, 그 열정은 잊을 수가 없어요.

박훈 저도 연극이죠. ‘유도소년’을 하면서 민정 씨를 만나게 되기도 했고요. 배우로서의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어요. 연극만 하고 있었는데, 이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죠.

하고 싶은 역할이 있거나 롤모델이 있으시다면?
박민정 전혜진, 장영남 선배가 해 오셨던 강한 캐릭터와 연기를 제가 좋아하거든요. 그런 역할에 매력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박훈 제가 최근에 가장 잘한 일이 한석규 선배와 작품을 한 것이거든요. 가장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고, 제가 처음 본 영화가 ‘쉬리’였어요. 한석규 선배가 제게 “박훈 씨는 어떻게 배우가 됐어요?”라고 물어보셨는데 “네, 선배님 영화를 보고 무작정 서울에 와서 배우가 됐습니다.”라고도 했었어요. 한석규 씨는 연기에서도 훌륭하지만 촬영 현장에서의 상대방과 스텝들에 대한 배려가 정말 존경스러워요. 배울 점이 너무 많죠. 최근에는 안성기 선배님과도 촬영하고 있는데, 그분은 정말 “영화” 자체라고 부를 수 있는 분이었어요. 그분 영화 필모그래피에 제 이름 하나가 남아있다는 것만으로 영광이라는 말씀도 드렸었어요.

민정 씨는 촬영 마치신 영화 조금만 더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무도 모른다’와 완전히 다른 역할이죠. 이번엔 중학생 아이를 잃은 엄마 역할을 맡았어요. 아이를 잃고 나서 장례식장에서의 3일을 그린 작품인데, 촬영 내내 계속 울었던 것 같아요. 맨얼굴로 퉁퉁 부어서 우는거죠.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박훈 저는 이번 작품에서 민정 씨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이라서 좋았어요. 맨얼굴로 우는 모습만 나오는데, 처절하게 연기하는 역할이 멋지더라고요.

두 분은 훗날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박훈 저는 거창한 수식어보다는 시간이 지났을 때“아, 애썼네, 고생했네” 정도면 될 것 같아요. 꽃길만 걷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만큼 노력했다는 것이니까. 저는 그 정도면 만족해요. 그 정도로만 술자리에서 회자 되어도 충분합니다.

박민정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어요. 직업 자체가 불안정해서 그런지 어떤 ‘위치’를 생각해 본 적이 없네요. 언제나
앞날, 발전 그리고 기존의 이미지를 깨는 것에만 집중하고. 이제 한 번 생각해 봐야죠.
 

● 인터뷰/정리 : 장희진 본보 편집간사

장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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