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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결혼식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황용목 승인 2020.11.05 11:44:28 호수 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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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하지만, 제 지인 M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올해 봄이 시작될 무렵이었을까요, M은 그의 친구들에게 코로나19와 부동산에 관한 대화는 피하자는 규칙을 제안하였습니다. 정작 말을 꺼낸 M이 그 규칙을 가장 많이 어기기는 하였지만, 한 푼 모아 가을의 결혼식을 준비하던 그로서는 뉴스를 보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나 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M은 기온이 올라가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활동성이 약해지고, 연타처럼 몰아치는 정책이 부동산 가격 안정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보도를 신뢰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복덕방에 가 보지도 않고,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 코로나19 특가로 나온 외항사의 유럽행 항공권 및 외국 유명 호텔의 선불 바우처를 냉큼 구매하였을 리가 없겠지요.

모두 아시다시피,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생존력이 강했고 여름에도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예약해 둔 항공편은 갑자기 결항되었고, M은 의무교육에서 배운 처참한 영어를 동원하여 아부다비의 누군가에게 ‘이행불능’ 및 ‘채권자 측의 귀책사유’라는 내용을 전달해야 했으며, 적잖은 국제전화비를 지출한 끝에 2021년 10월경(!)에야 환불해 주겠다는 기약 없는 약속만을 받아내었습니다. 지쳐버린 M은, 호텔 바우처는 환불받을 시도도 아예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항공편이 결항된 반면 전세 가격은 막 이륙한 비행기처럼 치솟아 오르고 있었습니다. 예식은 아직 저 멀리 남았지만 빠르게 행동해야만 했습니다. 네, 다른 세입 희망자들과 함께 전셋집 앞에 줄 서있던, 뉴스에 보도된 그 사람들 중 M이 있었습니다. M은 운 좋게 만인에 대한 투쟁에서 일단 앞서 나갔지만, 이제는 임대인이 그 가격에는 세를 놓지 않겠다고 태도를 바꾸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진심을 담아 임대인에게 정상관계를 읍소하는 과정을 거쳐, M은 원래 공지된 가격보다 이천만 원이 올라간 금액에 전세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간 써 왔던 변론요지서들을 추억하면서, M은 변호사라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조금 더 가지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산 넘어 산이라고, 갑자기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발표되었습니다. 50인 이상의 하객들이 식사는커녕 신랑·신부에게 인사를 할 수 있는지, 그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가 모두 논점이 되었습니다. 확립된 판례 없이 무책임한 가설들이 난무하였고 개중에는 변호사가 주축이 되어 예식장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모임이 만들어지기도 하였습니다. M은 영화 <대부>를 본 때부터 야외에서의 스몰 웨딩을 항상 꿈꿔왔지만, 이런 방식의 스몰 웨딩은 그 역시 바라지 않았을 것입니다. 더욱이 M은 그 <대부>때문에 외부 재즈밴드까지 섭외한 탓에, M이 제대로 맞이할 수 있는 하객은 40여 명이 채 되지 않았으니, 코로나19 시대에 결혼식을 추구하는 것이 민폐이자 불효인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쯤 되니 이제 M을 포함한 모두가 피곤해지고 말았습니다. 봄의 예식을 계획한 사람들은 혼인의 실질을 갖춘 지 이미 반년이 넘었습니다. 하객에게 아무도 원하지 않는 와인을 주고 돌려보내는 방식이 대세가 되어갔습니다. 청첩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이 참석을 해도 되는지를 물어보았고, M이 할 수 있는 어떤 답변도 다 오답이었습니다. 그리고 기대하던 베네치아의 곤돌라가 쇠소깍의 카약으로 대체된 그 즈음부터, M은 아무도 없는 신혼집에서 홀로 독주를 마시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주위에는 반년 사이 예식을 세 번 미룬 친구도 있으니, M이 가장 나쁜 경우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요. 그나마 최근 거리두기 정책이 1단계로 격하되어 그의 소중한 분들을 바삐 찾아뵙고 있다지만, 얼마 남지 않은 지금에는 이미 실기한 청첩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염려됩니다. 그래도 이와 같은 외부의 시련을 통해 서로에 대한 애정과 믿음은 더 견고해졌을 테고, 다행히 이제는 어느 정도 ‘정상적인’ 예식을 하게 되는 행운까지 얻었으니, 앞으로의 M의 결혼생활이 더욱 창대하고 번창할 수 있겠다는 기대 또한 가져봅니다.

그리고 코로나19 시대에 결혼식을 준비하는 다른 수많은 예비 신랑·신부들께도 정말 고생 많으셨다는 위로의 말씀을 드리면서, 시시한 이 이야기를 끝맺기로 하겠습니다.

황용목 변호사
● 법무법인(유) 바른

황용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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