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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의 조성 및 사용과 횡령죄의 성립여부

이종수 승인 2021.01.04 16:30:42 호수 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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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고등법원 2019. 4. 18. 선고 2018노134 판결


01 사안과 쟁점

선박 제조 등을 사업 목적으로 하는 A회사의 대표이사 갑은 선주 감독관에 대한 접대비 등을 마련하기 위하여 B회사의 대표이사인 을에게 허위 세금계산서를 통해 부외자금을 조성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이에 을은 2011. 5. 경부터 2013. 7. 경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B회사에서 가공 매출을 일으켜 A회사로부터 매출대금을 지급받은 후, 그중 16%가량 공제한 나머지 돈을 현금으로 돌려주었다.

갑과 을은 위와 같이 피해자 A회사의 자금 8억 원가량을 인출하여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였다는 내용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으로 기소되었는데, 갑은 위와 같이 조성된 자금을 접대비 등 회사를 위한 용도로 사용하였다면서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다투었다.

02 판결 요지

광주고등법원은 비자금의 조성과 횡령죄의 관계에 관하여, (i) 법인의 운영자 또는 관리자가 법인의 자금을 이용하여 비자금을 조성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장부상의 분식에 불과하거나 법인의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인정되기 어렵지만, (ii) 법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거나 개인적인 용도로 착복할 목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하였다면 그 조성행위 자체로 불법영득의 의사가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iii) 그러한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그 법인의 성격과 비자금의 조성 동기, 방법, 규모, 기간, 비자금의 보관방법 및 실제 사용 용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지만, (iv) 법률에 위배하여 회사 자금으로 뇌물을 공여하거나 부정한 청탁과 함께 배임증재를 한 경우라면 회사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기본적인 법리가 적용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i) 갑이 운영하던 A회사가 선주들의 검사에서 지적을 받아 납기를 지키지 못하면 계속적인 수주를 받지 못하게 될 위험이 있었고, (ii) 이에 갑은 비자금을 조성하여 선주 검사를 무마하기 위한 로비에 사용하기로 한 것이며, (iii) 실제 위와 같이 조성한 비자금을 선주들이 보낸 감독관들에게 직접 현금으로 지급하거나 유흥업소 접대비 등으로 사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iv) 피고인이 위 감독관들에게 선주 검사를 무마시켜 달라면서 금품 및 향응을 제공하는 것은 선주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감독관들의 청렴성 또는 거래의 청렴성을 해치거나 해칠 위험성이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형법이 금지하는 배임증재 행위에 해당하므로, 위와 같은 비자금의 조성 및 사용이 오로지 회사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이라기보다는 배임증재 상대방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이나 기타 다른 목적으로 행하여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보아 유죄를 선고하였다.

03 판례 평석

비자금은 통상 ‘법인의 일반적인 회계처리를 거치는 공적인 법인회계 이외에 별도로 관리하는 자금’을 의미하는데, 그 조성 목적으로는 크게 (a) 회사와는 무관한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경우, (b) 정치자금이나 사업 관련 로비에 사용하기 위한 경우, (c) 회사의 운영을 위한 별도의 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한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비자금의 조성 방법으로는 장부 조작, 납품가격 조작, 접대비 조작, 가공 지출, 임금 기타 비용의 과대계상, 매출 누락, 순이익 조작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대상 판결에서 피고인들은 가공 매출과 허위 매출세금계산서를 이용하여 현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하였다.

비자금의 조성과 관련하여 독일에서는 그 조성 행위 자체가 회사나 재산 소유자에 대한 재산상 손해 발생의 구체적 위험을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나, 우리나라 대법원은 (i) 비자금 조성이 회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경우(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도15182 판결), (ii) 뇌물공여 또는 배임증재와 같이 형사상 범죄를 수단으로 하기 위해 조성한 경우(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73 판결)에는 그 조성행위 자체만으로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여 횡령죄로 이론 구성을 하고 있다.1)

비자금의 조성 목적에 따라 (a) 회사와는 무관하게 오로지 개인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경우에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인정되기 쉽고, (b) 특별판공비나 회의비, 직원 격려금과 같이 회사의 운영을 위한 경우에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인정되기 어려울 것인데, 문제는 뇌물이나 정치자금 등으로 사용하는 경우이다. 이에 대하여 기업이 비자금을 조성하여 그 돈을 뇌물이나 정치자금으로 사용하는 것은 회사의 이익을 도모하는 측면이 강하므로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으나, 뇌물이나 배임증재를 금지하는 형법의 규정은 회사가 기업활동을 하면서 준수해야 하는 것으로서, 이사가 회사의 자금으로 뇌물을 공여하는 것은 상법 제399조가 규정하는 법령에 위반된 행위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3다69638 판결). 나아가, 뇌물의 제공은 기관인 개인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회사의 대다수 직원들이나 주주 몰래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며, 그 경제적 이익은 결국 뇌물 조성의 책임자와 그 상급자 및 뇌물 제공의 상대방에게 귀속되는 것이므로, 불법영득의 의사 역시 인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상 판결에서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배임증재2)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쟁점이 되었는데, 구성요건으로서 ‘부정한 청탁’이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게 배임행위까지는 아니더라도 사회상규와 신의칙에 반하는 행위를 해 줄 것을 의뢰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다만,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그 부탁이 구체적이고도 특정될 필요가 있는데, 대법원은 “청탁한 내용이 단순히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에 불과(대법원 1982. 9. 28. 선고 82도1656 판결)”하거나, “계약관계를 유지시켜 기존 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하는 부탁(대법원 1991. 8. 27. 선고 91도61 판결)”, “단지 환심을 사두어 후일 범행이 발각되더라도 이를 누설하지 않게끔 하기 위한 경우(대법원 1983. 12. 27. 선고 83도2472 판결) ”라면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다만,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은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는 정도(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여야 한다는 점에서, 대상 판결에서 피고인들은 업무상 횡령 이외에 배임증재로 기소가 되지 않은 결과, 이 부분에 대한 증거가 다소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의 ‘합리적 의심’이란, “모든 의문, 불신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칙에 기하여 요증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성 있는 의문”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3도14656 판결),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불충분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in dubio pro reo’ 원칙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이러한 자유심증주의의 범위와 한계에 대하여 (i) 미국 연방대법원은 Victor 판결에서 합리적인 의심을 넘어서는 증명은 중대한 의심(Substantial Doubt)을 넘는 증명을 의미한다고 보았고{Vitor v. Nebraska, 511 U.S. 1(1994)}, (ii) 일본 최고재판소는 유죄 판결에 필요한 심증은 통상인이라면 누구라도 의심을 품지 않는 정도의 ‘진실의 고도의 개연성’을 가져야 하는데(最高裁 1948. 8. 5. 刑集2卷9号1123頁), 여기서 말하는 ‘고도의 개연성’이란, 반대사실의 존재 가능성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의 확실성을 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最高裁 1973. 12. 13. 判時725号194頁).

결론적으로, 대상 판결은 피고인들이 선주 감독관들에 대한 접대비로 사용하기 위해 비자금을 조성한 행위는 형법상 배임증재 행위에 해당하므로 불법영득의 의사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본 것은 지극히 타당하나, 실제 배임증재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범행의 상대방이나 사용일시, 구체적인 사용방법에 대하여는 아무런 특정 내지 입증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러한 절차를 생략한 채 횡령죄를 인정한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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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법원은 “횡령죄와 배임죄는 다 같이 신임관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같은 죄질의 재산범죄로서 그에 대한 형벌에서도 경중의 차이가 없고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단지 법률적용만을 달리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횡령죄로 기소된 공소사실에 대하여 공소장변경 없이도 배임죄를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고 있는데(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도9481 판결), 횡령죄와 배임죄는 그 구성요건이 상이하여 구체적인 재판 과정에서의 방어권 행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횡령죄와 배임죄의 구별기준에 대하여는 국내에서는 특별관계설, 택일관계설, 독립관계설 등이 대립하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는 김재윤, 『횡령죄와 배임죄의 관계』, 법학논집 제30집 제1호, 전남대학교 법학연구소, 2010, 147면; 문형섭, 『횡령죄와 배임죄』, 법조 제560호, 2003, 14면 참고. 일본에서는 (i) 배임죄는 법률상 처분권한을 남용하는 법률행위인 반면, 횡령죄는 사실행위에 의한 특정물 또는 특정 이익의 침해라는 견해, (ii) 재물에 대한 배신행위는 횡령죄, 재물 이외의 이익에 대한 배신행위는 배임죄가 된다는 견해, (iii) 일반적 권한의 일탈이 횡령죄, 일반적 권한의 남용이 배임죄라는 견해, (iv) 재물에 관한 영득행위가 횡령죄이고, 그 외 배신행위가 배임죄라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위 견해 대립에 대하여는 西田典之, 刑法各論, 弘文堂, 2012, 265~266면 참고).

2)  다만, 형법상 배임수증재죄는 (i) 일본 고유의 미풍양속을 보호하고, (ii) 인신 및 명예를 보호하며, (iii) 새로운 형사정책을 도입하는 것을 지도이념으로 하는 일본 개정형법가안 제444조와 제446조를 계수한 것으로서 {유기천, 형법학(인영본), 법문사, 2012, 266면}, 사인 간 자유로운 법률관계에 국가형벌권이라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있다.

이종수 변호사
● 법무법인(유) 세종

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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