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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주 변호사 인터뷰

김인희 승인 2021.02.08 18:16:09 호수 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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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근로계약이 통용되지 않던 열악한 영화 현장에 뛰어들어 촬영감독과 스태프를 도우며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 온 이강 법률사무소의 강민주 변호사를 만나 보았습니다. 지금은 영화뿐 아니라 도서 출판, 엔터테인먼트, 게임 산업 등에서 창작자들의 법적 조력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 영역의 변호사로서 새로운 길을 걸어온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Q. 영화, 출판, 엔터테인먼트 등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일을 주로 해 오셨습니다. 어떻게 문화예술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게 되셨는지요?

꾸준한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진로 탐색을 할 때 선배변호사님으로부터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가장 유망한 분야가 문화’일 것이라는 조언도 받았고, 저도 창작을 하고 싶기 때문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관심을 가지니 자연스럽게 창작자들과 친분이 생기고, 그쪽 고객분들을 찾아다니게 되었고, 문화예술 산업의 새로운 이슈에도 좀 더 빨리 대응할 수 있었죠. 그렇게 창작자분들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Q. 2013년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설립에 참여해 법률 자문을 하셨는데, 선례가 없는 새로운 일을 할 때의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조합이 생기기 전 한 촬영감독님께서 산업재해를 당하셨는데, 계약관계가 불분명하니 보호받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촬영감독님들은 이 문제가 근로권만이 아니라 생존권의 문제라 생각하셨고, 뜻있는 촬영감독님들이 모여 조합을 만들기로 하면서 저에게 의뢰를 해 주셨습니다. 초기에는 표준근로계약서를 만들어 현장에서 통용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조합 설립 전에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스태프들을 대상으로 처우 조사를 하고 표준근로계약을 만들었는데, 실제 현장에서 사용되지 않고 있어서 이를 촬영감독에 맞게 보완하고 수정하였습니다.

선례가 없는 일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많이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촬영감독님들의 의지가 강했고, 영화계 전반에서도 표준근로계약 도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제가 변호사로서 개입하게 되니 더 신뢰를 가지고 수용해 주신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는 감독님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키스태프’가 촬영감독입니다. 하지만 실력을 인정받는 촬영감독조차 처우가 열악했습니다. 키스태프의 처우마저 보장되지 않는다면 다른 스태프들에게는 더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촬영감독들의 안전과 대우 등 근로계약 조건을 명확하게 할수록 촬영 현장 전반이 개선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표준근로계약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지금은 정착되었습니다.

Q. 표준근로계약 정착 사업이 성과를 이룬 이후, 지금은 영화계 분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계시나요?

조합의 표준근로계약이 정착된 이후에는 조합원들의 복지나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가지고 조합 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합에서 촬영감독들이 출판 사업을 하고, 작업물을 아카이빙 하기도 하면서요. 저는 기본적으로 촬영감독들이 계약을 할 때 모든 계약을 검토하고 있어서 전반적인 처우와 계약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합원의 역량에 따른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서 촬영감독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고 더 좋은 계약을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죠. 촬영감독들의 계약 현황을 정리해서 매년 보고하고, 조합 내에서 일어나는 법률문제에도 자문을 드리고 있고요.

이 밖에도 감독, 조명감독, 미술감독, 음악감독, 시각특수효과(VFX) 감독, 배우 등 다른 직역과 영화 제작사, 영화제, 영화진흥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콘텐츠산업과 등에서도 저에게 개별적으로 의뢰를 주시고, 이런 분들과 오래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영화 작업은 서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 공동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의뢰인들이 자신의 개런티를 직접 협상하기 어려워하십니다. 저 같은 대리인이 있으면 불리한 계약을 하게 되었을 때 저를 통해서 한 번 더 피드백을 받을 수 있죠. 그리고 조합에서 정한 최저 임금이 있는데, 이보다 낮게 개런티가 책정되면 제작사와 조정을 합니다. 그러면 제작사에서도 계약 기간을 줄이거나 금액을 올리는 방식으로 맞춰줍니다. 또 표준근로계약을 위반해도 구제를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인데, 조합 차원에서 촬영 기간이 연장되면 초과 보수가 책정되도록 하고, 합의서를 작성하는 등 소통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Q. 최근 영화계 등에서 법률 자문을 하는 새로운 이슈는 무엇이 있을까요?

코로나19 전까지는 해외에서 한국 영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고, 한국 기술 스태프에 대한 처우도 좋고 계약 요청도 많이 들어왔습니다. 영화 <기생충>이 세계적으로 흥행을 한 후 할리우드에서 한국 영화 아이템에 대한 반응이 좋았고, 실제로 한국 장르 영화, 호러 영화 등 제작 움직임이 많았는데, 그것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극장에서 보는 장편 상업 영화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을 뿐이지, 그 외 OTT 플랫폼 및 다른 매체의 영상 콘텐츠는 더 활발히 개발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감독이 쓰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영상화 작업이 주였지만, 지금은 검증이 이루어진 웹툰 기반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죠. 게임 산업도 굉장히 호황인데, 그쪽 투자 자금이 영상화 작업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2 ~ 3년 전부터 일반인들이 영상화 작업을 하면서 일어나는 유튜브, MCN 관련 법적 이슈 자문이 많았고, 최근에는 웹툰화되는 IP를 개발하는 일이나, 게임회사와의 협업 업무 의뢰가 늘었습니다. 저는 이런 변화를 의뢰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피부로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새롭게 관심을 가진 분야는 증강현실, 가상현실 기술인데, 촬영감독들도 촬영 전문성을 활용해서 다양한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다면 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산업의 변화에 따라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자문 업무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저 역시 변화에 맞춰 필요한 도움을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변호사님이 직접 영화와 관련된 창작을 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변호사 업무 외에도 창작자로 활동하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제가 2012년 변호사 일을 시작해 2013년경 개업을 했는데, 잠시 동안 주말마다 하는 영화 제작 워크샵에 참여해 단편영화 작업을 했습니다. 영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고, 지금은 거기서 만난 친구들이 영화 현장 스태프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실제 캐스팅은 어떻게 하는지, 배우와 소통은 어떻게 하고 스태프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간접적으로 경험했습니다. 이때의 경험으로 영화 스태프들을 만났을 때 좀 더 이분들이 부족한 것이 무엇이고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며 업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장편 시나리오를 써서 제작사와 배우들에게 보내기도 했고, 재작년에는 영화 제작을 하려고 캐스팅 디렉터를 만나고 오디션도 봤는데, 코로나19 이후 쉬어가는 상황입니다. 악기 연주하고 작곡하는 걸 좋아해서 작년에 작업했던 곡이 영화에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영화가 코로나19 때문에 개봉을 못해서 말하기 쑥스럽네요(웃음).

CGK한중합작세미나 중(좌)  /  부산아시아영화학교 강의 중(우)

Q. 변호사 본업과는 차이가 있어 보이는 영화 작업을 한 계기가 있을까요?

어떤 계기라기보다는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이 저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생 때는 변호사가 되는 것이 목표였기에 다른 관심을 두기 어려웠는데, 변호사가 된 후에는 다음 단계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을 접할수록 제가 더 성장한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제가 실력이 뛰어나서라기보다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세상을 찾아가려고 했기에 그런 분들에게 좀 더 빨리 다가갔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변호사가 다른 이유 없이 고객에게 먼저 다가가면 거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거나, 저 역시 그분들을 필요로 한다면, 서로 소통할 필요가 생기고 만남이 이어지게 되죠. 그때 저의 꿈은 영화 제작이었기 때문에 영화계분들을 만나면 앞으로 제 영화에 참여할 사람들을 만난다고 생각했고, 그게 신선하고 친근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영화계 사람들과 같은 꿈을 꾸고 같은 현장에 있던 사람이라 좀 더 동질감 있게 대해주신 것 같습니다.

Q. 영화 이외에 어떤 분야에 관심을 두고 일하고 계시나요?

음악에 관심이 많아서 음악저작권과 관련하여 다양한 방식의 협의와 계약 자문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매니지먼트에 소속된 배우나 가수의 연예활동에 대한 자문뿐 아니라 브랜드 확장 사업 등 다양한 법률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자문하는 회사가 해외에 진출하며 사업을 확장하는 경우에는 사업 방식이나 투자 관련 계약 등의 자문을 하기도 합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니 종종 강의 의뢰도 들어옵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부산아시아영화학교 등에서 제가 고민하는 이슈들에 관해 강의를 하였습니다. 저작권부터 시작해서, 영상화 작업과 콘텐츠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산업이 변화하는 방향과 준비해야 할 것들을 알려 드리고 있습니다.

Q. 어떤 지점에 집중해서 창작자들을 법적으로 지원하시나요?

최근에는 엔터 회사들이 하나의 콘텐츠로 웹툰, 영상, 드라마, 게임 등을 개발하는 일들의 자문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출판, 음반, 영상 전 분야에서 투자사가 투자만 하지 않고, 창작자의 IP를 적극적으로 확보해서 2차 저작물로 제작하려는 경향이 많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창작자들에게 시장이 넓어진 것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본력을 가진 투자자에게 창작자들이 종속될 수 있습니다.

창작자에게 불리한 계약 조건이 있는 경우 제가 브레이크를 걸면 계약 자체가 어그러질 수 있어서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저울의 추라고 생각합니다. 한쪽으로 너무 기울어졌다 싶으면 다른 쪽에 무게를 좀 더 잡아주는 역할. 추를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계약이 순탄하기도 하고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창작자는 당장은 목돈을 받지만 원저작물로 인한 이득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집중해서 검토하고 있고, 어떻게 해야 저울추를 정밀하게 놓고 서로 만족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Q. 변호사로서 신조나 가치관이 있다면?

변호사는 의뢰인의 시간과 돈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회사 매출도 중요하지만 의뢰인의 사정을 고려해 만족스럽게 일을 해 드리는 것이 최우선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연예계사건 자문도 상당수 맡고 있는데, 사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되도록 사건을 키우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편입니다. 최대한 당사자들의 감정의 온도가 올라가지 않도록 빠르게 해결되는 방식으로 설득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소송을 하지 않아 저의 보수가 줄어들 수 있지만, 시간 면에서는 저나 의뢰인 모두에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그리고 일을 빠르고 조용히 잘 해결한 의뢰인이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길 때 저를 먼저 찾아주고, 주변에도 저를 소개해 주십니다.

그런 면에서 조정이나 중재로 분쟁을 원만히 해결했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상시적으로 사업과 법률관계를 체크해서 계약할 때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고 분쟁을 예방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Q. 문화예술 분야에 전문성을 쌓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

제 의뢰인들 중 창작자분들은 특히 법에 대해 모르고 창작에만 몰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영화 쪽만 해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는 영역은 열악한 환경에 놓인 직종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법률가가 필요한 조언을 해 줄 수 있다면 그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변호사로서 진로를 선택할 때 옵션을 몇 가지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도 좋지만, 그 분야 사건만 평생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엔터테인먼트 쪽 일을 많이 하고 있지만 그 외의 분야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 시장에 막 진입하는 변호사님들은 앞으로 시대가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니, 여러 가지를 넓게 보고, 본인과 잘 맞는 것 두세 가지를 추려서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분산투자하듯 준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변호사가 직업인으로서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고 협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정관념에 갇히지 말고, 원리원칙에 따라 의뢰인에게 어떤 좋은 서비스를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있다면?

예전에는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그 꿈도 조금씩 변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의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인데, 코로나19 시대를 겪다 보니 ‘꼭 장편영화여야만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있습니다. 후속 세대들은 새로운 매체에서 새로운 창작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체에 국한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의 꿈이나 목표를 한정하기보다 변하는 세계에 맞춰 다시 세워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좀 더 폭넓게는 창작자로서 지속 가능한 길을 찾는 것, 그리고 나라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변호사로서는 의뢰인의 사업이 잘 되어서 저도 같이 성장하는 변호사가 되면 좋겠습니다. 저 개인으로서는 건강과 환경에 관심이 많은데, 좀 더 적극적으로 실행으로 옮기고자 하고, 지금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게 뭔지 고민하고 더 성장하고 싶습니다.

● 인터뷰/정리 : 김인희 본보 편집위원

김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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