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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전 검사 인터뷰

장희진 승인 2021.02.08 19:41:27 호수 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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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회보 인기 코너 ‘선배법조인의 조언’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사실 인터뷰를 잘 안 하는데, 우연한 기회에 청을 받아 하게 되었습니다(웃음). 다른 분들이 들으실 만한 이야기를 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Q. 오랜 검사 생활 후,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에서 인권상담소장으로 근무하시기까지 어떤 계기가 있으셨나요?

저도 이렇게 인권센터에서 인권상담소장으로 근무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검찰에서 퇴직한 다음에 변호사를 개업할 생각은 없었거든요. 그래서 퇴직한 후에 일선에 있는 동안 못 뵈었던 분들도 만나고, 책도 보고 그러면서 쉬고 있었는데, “퇴직하고 돈 많이 벌 생각이 없다면 인권센터 오면 어떠냐”라는 제안을 받았죠(웃음). 모교이기도 하고 인권을 증진하는 업무라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니까 바로 수락했죠. 사실 인권상담소장은 전임 교원이 해 왔었는데 제가 와서 새로운 인권센터가 된 것 같아요. 이렇게 인권상담소장을 해 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새로운 일이었습니다.

Q. 서울대학교 인권센터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기본적으로 서울대학교 인권센터는 타 대학에 비해 대학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인권센터 내에 상담소 외에도 연구부, 교육부가 있어서 인권 관련 연구, 교육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고, 상담소에서는 주로 인권침해사건 신고를 받고, 조사하는 게 주된 업무입니다. 성희롱, 성폭력사건에다 최근에는 직장 내 괴롭힘도 포함이 되어서 특히 그 부분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Q. 형사법의 관점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것과 인권적 관점으로 사건을 다루는 것에는 어떤 차이나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검찰은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권력기관이죠. 제가 검사일 때는 검찰이 가진 권한이 막강하다는 것에 대해서 잘 느끼지 못했는데, 막상 인권센터에서 일을 해 보니 알겠더라고요. 사실을 알아내는 데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은 것이 가장 그렇고, 절차적으로도 검찰은 상당히 정비가 되어있다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절차가 참 중요한데 아무래도 역사가 얼마 안 되는 인권센터는 완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고, 기능도 달라 매뉴얼을 만들어가는 중이죠.

Q. 대학 내 인권센터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것 같습니다. 

인권센터 센터장님도 제가 오니 사건이 너무 많아졌다고 하시는데(웃음), 그렇다기보다는 사건 자체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예요. 교수, 학생도 그렇고 교직원들도 그렇고. 예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일들, 굳이 문제 삼지 않았던 것들이 지금은 용납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보니 인권센터의 중요성도 점점 커지는 것 같습니다.

Q. 인권센터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인권센터가 수사를 하거나 처벌을 하지는 않지만, 절차적인 문제가 없도록 사건을 처리하는 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쁜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욕먹고 비난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물론 피해자 보호가 가장 중요하지만, 가해자 또한 방어권을 행사하고 과도한 비난을 받지 않도록 공정하게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검찰 내 유리천장을 깨고 첫 여성 대검 과장을 거쳐 역대 두 번째 여성 검사장을 역임하셨습니다. 지난 소회와 왜 검사직을 선택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너무 소수라서 외롭기도 했지만, 여자 선후배들 사이의 끈끈함이 많았어요. 선배인 조희진 검사장님이랑 언니 동생 못지않게 지금까지도 지내고 있어요. 어려운 점이 많았죠. 출산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쓰는 부분도 쉽지 않았죠. 임신 중에 변사체 검시도 해야 됐고요. 당직도 그렇고 어려웠지만, 그래도 점점 정비가 되었고 문화가 많이 바뀌어온 것 같습니다. 여전히 문제가 있지만요. 수사의 특성상 내가 주도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있잖아요. 검사직을 선택한 것은 제가 의정부지검에서 시보를 했었는데, 낡은 의정부지검에서 일하면서 선배 검사님들과 소박하고 정겹게 지냈던 게 참 좋았어요. 토론도 많이 하고 퇴근하면서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수사 경험도 같이 나누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검사를 선택하게 됐죠.
 


Q. 다둥이를 키워 낸 슈퍼 워킹맘으로도 알고 있습니다. 사건이 많은 형사부 생활을 하시면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실현해 낼 수 있던 비결이 있으신가요?

결국은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할 수 있었어요. 다 마찬가지겠지만 우리가 사회에도 빚을 많이 지고 있는 것이죠. 가족과 사회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살 수가 없어요. 내가 잘나서 어떤 자리에 오르는 게 아니라는 거죠.

Q. 그래도 자녀분들이 자랑스러워할 것 같습니다. 법조인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하시나요?

집에서야 엄마가 우습겠지만(웃음), 밖에서 엄마가 대단한 사람인가 하고 의구심은 가지고 있기도 해요. 다들 이제 많이 컸어요. 사실, 참 애들이 다 언제 크나하는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언제 말을 하나, 언제 걷나. 그런데 지나고 보면 순식간이에요. 애들 중에 법조인이 될 가능성은 다들 별로 없는 것 같은데…(웃음). 그래도 셋째가 최근에 공대를 합격했거든요. 로스쿨을 가려고 하려나… 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넷째는 이제 중3인데 책을 거의 안 읽고, 이과 성향 아이예요.

Q. 국민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검사가 되기 위해서 검사가 지향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주 큰 사건을 수사한 적은 많지 않았어요. 주로 형사부에 있었고 교육 관련에 몸 담아왔거든요. 그런데 작은 사건을 성의 있게 처리해서 힘없는 분들이 감사하다고 말해 주신 것들이 사실 가장 소중한 기억이에요. 그런데 일선에서 근무하다 보면 그런 생각을 가지기가 쉽지 않아요. 크고 중요한 사건 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만 뭔가 하는 것 같고, 작은 사건을 하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고, 일에만 치이는 것 같죠. 그런데 중요하지 않은 사건은 없다는 생각으로 정성을 기울여야 해요. 제가 떠나와서 보니까 더 이상 나는 그렇게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없다는 게 참 아쉬워요. 제가 며칠 전에 출근을 하려고 하면서 쌀을 씻으려고 하니까 물이 안 나오는 거예요. 손도 못 닦고 물이라는 게 이렇게 소중하구나 싶었는데, 검찰에 있었을 때는 좋았던 걸 몰랐다는 게 이런 기분 같더라고요. 권태로울 때도 있었고 여러 가지 사건들 때문에 의기소침하기도 했지만, 일선에 계신 후배들도 검찰에서 떠난 자신을 한번 상상해 보면, 지금 내가 있는 곳과 하는 업무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Q. 수사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사건 혹은 보람 느낀 사건이 있다면?

특별한 사건보다는 그냥 너무 고맙다고 찾아와서 우시던 할머니, 아주머니… 사건 내용보다도 그런 게 기억에 남아요.

Q. 일과 삶의 균형, 일과 가정의 양립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여성 후배변호사들에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 

너무 완벽을 기하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고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도움을 받되 싸우지 말고(웃음), 감사를 표현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시어머니가 아이들을 봐주셨는데, 저도 나중에 손자가 생기면 다 봐주려고요.

Q. 특별한 취미가 있으실까요?

특별한 건 사실 없어요. 취미를 가지기가 어려웠죠. 시간이 나면 책을 읽는데, 지방에 근무할 때는 공립 도서관 회원증도 만들어서 문학을 많이 읽었어요. 퇴직하고 나서는 우연히 고전문학 공부모임에 들어가서 옛 고전을 읽고 있고요. 나이가 드니까 고전의 새로움이 다시 읽히더라고요. 어릴 때에는 집에 일리아드, 오디세이밖에 없어서 지겨운데도 읽었거든요. 집에 가야 하는데 왜 자꾸 폭풍우를 만날까 하는 생각에 안타깝고 그랬죠(웃음). 그런데 다시 읽어 보니 고전이 왜 이렇게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것인지 알게 됐어요. 운명처럼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도 그렇고요. 그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니까 참 의미가 깊더라고요.

Q. 지금까지 어떠한 좌우명 혹은 가치관으로 지내오셨을까요?

저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고, 요즘에는 변화에 대해서도 생각해요.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최진석 교수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읽으면서 느낀 건데, 우리 사회가 갈등과 분열이 심하잖아요. 제가 일선에 있을 때부터 어떤 사건사고가 발생하는지 알아야 해서 늘 뉴스를 틀어놓고 있는데, 보고 있으면 매일 똑같아요. 소재가 다를 뿐 편을 나눠서 상대방을 비방하고 나는 잘못이 없고, 그런 반복이죠. 그런 걸 보다 보니 지치는 마음도 들고 어떻게 해야 우리 사회가 바뀔까 생각하죠. 생각의 높이를 높이고, 기존의 것에 대해서 반성을 하고, 다른 답도 찾아보고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 저 스스로부터 변해야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Q. 마지막으로, 법조인의 삶을 시작하는 변호사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법조인은 전문가잖아요. 선의만 가져서는 안 되고 실력이 있어야 하죠. 그래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줄 수 있고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으로는 부족하고 실력을 갖추는 게 필요해요. 그리고 약속을 잘 지켜야 해요. 주변에서도 들어 보면 변호사가 기일에도 출석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신의와 약속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죠. 그런 마음을 잃지 않고 작은 사건에도 정성을 기울인다면 훌륭한 법조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 인터뷰/정리 : 장희진 본보 편집간사

 

장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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