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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 가족

김인희 승인 2021.03.02 14:04:45 호수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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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아동학대사건이 우리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의 얼굴과 믿기 힘들 정도로 잔인했던 아이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한 화면에서 흘러나왔고, 뉴스를 볼 때마다 형용할 수 없는 참담한 마음이 차올랐다. 정인이사건이 알려진 이후 많은 사람들은 분노하고 슬퍼했다. 학대를 한 부모를 비난했고, 여러 번 기회를 놓친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국회는 입법안을 쏟아냈고, 정부는 예방과 대응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렇게, 우리의 분노와 슬픔은 또 다른 정인이를 만들지 않는 사회로 이어질 수 있을까.

아이들에 대한 학대가 계속되고 그 아이들을 구해내지 못하는 사회 속에서 한 사건의 가해자와 관련자를 엄벌하는 것만으로는 다른 사건을 막는 데 역부족임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들에 대한 폭력의 근원을 이해하고 고쳐나갈 수 있을까.

『이상한 정상가족』은 우리나라에서 아동인권이 침해되는 장면들을 사교육, 해외입양, 이주아동 등등 여러 각도에서 포착하고 학대의 기저에 체벌을 용인하고 가부장적 ‘정상가족’이 아니면 배척하는 문화를 지적한다. 정상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로 인해 가족이 억압과 차별의 공간이 되며, ‘정상가족’ 바깥의 아이들은 차별을 경험하고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그리고 이러한 가족 내에서 가장 약한 사람인 ‘아이’가 희생된다.

아이를 개별적인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고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인식은 ‘자녀 살해 후 부모 자살’을 ‘동반 자살’이라는 온정적인 이름으로 위장하게 한다. 아이에 대한 과도한 보호와 지나친 간섭도, 방임도 모두 아이를 독립적 존재로 보지 않는 인식에서 시작해 정서적, 신체적 학대로 이어진다. 또한 저자는 ‘아이를 키우려면 때려서라도 버릇을 가르쳐야 하지 않나’라는, 체벌을 용인하는 태도를 문제로 지적한다. 저자가 경험한 아동학대사건을 토대로 봤을 때, 훈육 목적의 가벼운 체벌과 아동학대에 해당하는 폭력이 달리 있는 것이 아니며, 경계가 명확하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많은 아동학대 가해자들이 항변하는 지점이 바로 교육을 위해 ‘체벌’ 했다는 것인데, 그 체벌이 손찌검에서 시작해서 어느 순간 갈비뼈를 부러뜨리는 수준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가벼운 폭력이든 심각한 폭력이든 부모이기 때문에 체벌을 한다는 것은 결국 아이에게 ‘너의 몸은 온전히 너의 것이 아니며, 나는 언제든 너에게 손댈 수 있다는 가르침’을 주는 것이다. 가해자가 가족이 아니었다면, 피해자가 아동이 아니었다면, 당연히 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누구나 이견 없이 ‘폭력’이라 부를 수 있는 행위를, 가족이 아이에게 한 일이기에 체벌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되고 있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체벌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더 큰 이유는 아이들에게 폭력도 사랑이라고 가르치며 가해자의 논리를 내면화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중략) 가해자는 은폐해 온 폭행이 드러난 뒤에도,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등 맞을 짓을 해서 때렸다고 아이 탓을 했다. 반면 아이는 죽도록 맞으면서도 계속 가해자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했고… (중략)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폭력과 사랑을 연관 짓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사랑하면 신체적으로 우월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힘으로 억눌러도 괜찮다고 가르치는것에 다름 아니다.”

『이상한 정상가족』은 이처럼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고 체벌을 용인하는 우리의 인식의 문제점, 미혼모 · 입양가족 · 이주아동 등 ‘정상가족’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그로 인해 희생되는 아이들, 완강한 가족주의가 만들어 내는 부작용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끝으로 가족에게 모든 것을 책임지게 하지 않고 사회가 짐을 나누어지되 개인을 존중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 사회의 뼈아픈 문제들을 생각하게 된다. 책에서는 아이와 함께 투신한 엄마가 ‘내가 죽으면 애를 키워 줄 사람이 없어서’ 데리고 죽으려고 했다는 말 이면에는 부모가 아이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것처럼 생각하는 문제도 있지만, 실제로 홀로된 아이, ‘정상가족’ 바깥의 아이를 안아줄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 지적한다. 또한 미혼모에게서 아이를 분리시켜 다른 ‘정상가족’으로 입양시키려는 시도들, 아이 양육을 결심한 미혼모에게 돌아오는 학업중단, 부당해고라는 처절한 상황,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죽게 되는지 설명한다.

“부모 혼자 아이를 키울 수 없듯 부모 혼자 아이를 학대하지 않는다. 체벌을 쉽게 생각하고 용인하는 태도, 폭력에 관대한 정서, 공적 개입의 부재 등으로 인해 자잘한 구멍이 사방에서 생겨나고 결국 어디에선가는 아이가 맞아서 목숨을 잃는다. 그런 면에서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쯤으로 여기고 부모의 체벌에 관대한 한국 사회는 마을 전체로 아이를 학대하는 데에 가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인이사건뿐 아니라 아동학대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매번 똑같은 문제가 지적되고, 똑같은 대책이 나오고 다시 시간이 흘러 또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동안 수많은 생명들을 놓친 것도 사실이다. 법률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수도 있으나, 적어도 사랑의 이름으로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부모이기 때문에 아이를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인식을 법의 영역에서 지우는 일은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김인희 변호사

김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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