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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을 눈 앞에 둔 순간, 구속피고인과 면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경민 승인 2021.04.01 14:21:42 호수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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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에 공판기일이 지정된 날은 법정 공무원들이 조용한 가운데 간혹 대화를 나누기도 하면서 재판을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개정 전의 법정에 있으면 마치 연극이 시작되기 전의 무대에서 배우의 한 사람으로서 차례를 기다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묘한 긴장감과 설렘이 있습니다. 보통은 그날 진행될 절차를 상기하면서 서면을 읽으며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그러나 간혹 법대 뒷면의 벽시계와 구속피고인 대기실 문을 번갈아 바라보며, 부디 개정 전에 호송 책임을 맡은 교도관과 대화할 기회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때도 있습니다.

구속된 의뢰인과 재판 직전에 상의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입니다. 교도관에게 양해를 구하여 구속피고인 대기실에서 의뢰인과 짧은 면담 시간을 갖곤 했는데, 개정 전에는 대기실을 오가더라도 다른 재판을 방해하지 않을 수 있어 부담이 덜했지만, 개정 후에는 다른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여간 신경이 쓰이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일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보통 재판 전에 구치소를 찾아가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궁금한 사항을 서로 묻고 답할 수 있고, 급한 일이 아니라면 그날 재판을 마친 후 다시 접견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니 재판 직전 구속피고인 대기실을 찾아서 상의해야 할 일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의뢰인과는 직접 만나서 대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화통화, 이메일, 메신저 등을 통해 수시로 소통하며 풍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지만, 구속된 피고인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언제든 갑작스러운 상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의뢰인이 접견을 요청하는 편지가 재판 하루 전날 도착하였는데 이미 접견 예약 시한이 만료되어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는 만날 수 없다면, 더욱이 편지 내용이 기존의 주장을 완전히 뒤바꾸는 것으로서 충분한 확인이 필요한 것이라면 짧은 시간이나마 재판 직전에 만나서 의뢰인의 의중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할 것입니다. 국선전담변호사로 근무할 때는 1, 2년 전에 변호인으로 선정된 사건이 피고인의 출석 불응으로 진행되지 않다가 갑작스러운 소환 통보를 받고 출석하였더니 당사자가 구속된 경우도 있었죠. 이런 때는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이인 만큼 재판 직전에 잠시나마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구속피고인 대기실에 들어갔을 때가 생각납니다. 적어도 제가 경험한 바로는 접견을 하기에 적절한 장소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구속피고인 대기실은 말 그대로 구치소에서 호송되어 온 피고인들이 재판을 앞두고 잠시 대기하는 곳이었습니다. 대기실 내부 유치장에는 여러 명의 구속피고인들이 재판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변호사 초년생 때에는 유치장을 보는 것만으로 긴장되었지요. 접견의 비밀을 보장받을 수 있을 만한 분리된 공간도 없었습니다. 유치장에서 가급적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교도관이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목소리는 자연히 작아질 수밖에 없었죠. 필담을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몇 번 대기실에서 접견한 결과 협의를 필요로 하는 대화를 나누기는 어렵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른 재판 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짧은 시간 안에 이야기를 마칠 수밖에 없었고, 아무래도 교도관 앞인지라 진솔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의뢰인의 다급한 요청이 있거나, 국선변호인으로서 의뢰인과 첫 대면을 하기 위한 자리였기 때문에 대부분은 ‘재판 연기를 요청하겠다, 빠른 시일 내에 구치소에 찾아가겠다’고 일방적인 이야기 전달만 마친 후 나오는 정도였습니다.

구치소에 수감된 의뢰인을 접견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접견 신청을 하고, 신청한 시간에 맞춰 찾아가는 등 일련의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구속피고인 대기실에서의 접견은 변호인의 접견 신청을 위한 구체적인 규정도 없고, 실제로 신청서를 접수하는 등의 요식 행위를 요청받은 적도 없습니다. 단지 교도관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구두로 양해를 받는 것이 전부였지요. 그렇다면 만약 교도관이 접견을 거부하는 경우 변호인의 조력권이 침해되었음을 주장하거나, 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일까요? 변호인이 접견을 신청하여 거부당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구속피고인이 변호인과 접견할 것을 요청하였다가 거부당한 사례는 있습니다. 구속되어 재판을 받던 피고인이 공판 직전에 호송 교도관을 상대로 변호인 접견을 신청하였다가 거부당하자, 이러한 접견불허행위가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안입니다(헌재 2009. 10. 29. 2007헌마992). 다수 의견은 당시 대기실에서 근무하는 교도관이 두 명뿐이었고, 사전에 서면은 물론 구두로도 변호인 접견 신청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변호인 면담을 위한 행위 시 다른 구속피고인들의 계호 등 교도행정업무에 치명적인 위험이 될 가능성도 있었으므로 이러한 접견불허행위는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접견을 요청하는 당사자들 대부분이 변호인이고, 교도관이 큰 무리가 없는 선에서 이러한 변호인의 요청을 받아들여 간단한 면담을 가능케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위 결정 이후 1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변호인의 입장에서 법정에 출정 중인 구속피고인과 접견하기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고 관행적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출정 중인 구속피고인은 ‘수용관리 및 계호업무 등에 관한 지침(법무부 훈령 제1142호)’에 따라 접견을 신청하는 것이 허용된다고는 하지만, 위 지침이 지정하고 있는 접견 장소는 ‘담당판사가 지정한 법원 사무실로, 구치감 내부가 아닌 곳’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직까지 재판을 대기 중인 구속피고인과 변호인이 접견할 수 있으며 면담의 비밀성이 보장되고 계호에도 문제가 없는 장소를 갖춘 법원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당시 보충 의견은 법원이 법원 구내에 구속피고인을 위한 변호인 접견실을 확보함으로써 구속피고인의 변호인 접견권이라는 중요한 기본권을 실직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용준의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지극히 타당한 의견이라고 생각됩니다. 법적, 제도적인 측면에서 구속피고인에 대한 변호인 접견권을 보다 폭 넓게 보장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경민 변호사
● 법무법인 르네상스

오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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