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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피의자신문조서와 보상의 원리

구자룡 승인 2021.06.02 14:55:51 호수 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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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문서작업을 하는 탓에 생긴 직업병인지, 어깨가 좋지 않아서 재활치료 방법을 알아보려고 인터넷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정형외과 전문의가 재활 운동법을 소개한 영상에서 보상원리에 관하여 설명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몸에서 상태가 좋지 못한 부위가 있으면 그 운동값을 보상하기 위해서 보상근육이 움직이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보이지 않는 몸속 기관부터 시작해서 세상의 원리는 모두 똑같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상호작용이 이루어지지 않는 분야는 없다. 모두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좋은 영향이든, 나쁜 영향이든,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급속도로 스며들어 분리시킬 수 없을 지경에 이르고 만다. 좋은 변화만 있기를 바랄 뿐이지만 세상 일이 항상 그럴 수는 없는 일이고, 또 선악을 구별할 문제는 아니더라도 변화 자체가 급격할 경우엔 그에 대응하는 보상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여 문제없는 대응이 되길 바랄 수밖에 없다.

 최근 형사사법제도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개선인지 개악인지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니 그에 대한 평가는 일단 접어두더라도 현재의 상황에 대해 대응책이나 보상값은 충분히 준비되고 있는지 따져 보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검찰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부분이다. 형사소송법에서 그간 경찰의 피신조서는 ‘내용 부인’이라는 피고인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순식간에 증거능력을 잃어왔다. 그 대신 검찰의 피신조서는 대체로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증거능력을 인정받아 왔는데, 그런 차이점은 이제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런 법 개정에 관해서 법원은 ‘당장 적용해도 문제 없다’는 의견을 내었다고 한다. 그럼 그렇게 했을 때 당장 드는 의문을 누를 길이 없다. 예를 들어, 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게 하루 6시간씩 4회 조사를 했다고 치자. 이것을 법정에서 피고인이 내용부인을 하면 그 조사를 통해 얻은 조서는 증거능력을 잃게 되니 그 문답 과정을 법정에서 다시 밟아야 한다.

 법원은 그간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해 왔으니, 그 이념에 충실한 진행을 하려면 당연히 검사는 법정에서 그 모든 과정을 되풀이하여 증인신문을 하고 법원은 이를 적극 권장해야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법원은 24시간(6*4)만큼의 증인신문 시간을 부여해 줄 것인가? 그것도 검사의 주신문에만 말이다.

 변호사로 십수 년을 일하며 법원이 증인신문을 매우 꺼려 한다는 거의 확신에 가까운 느낌을 갖게 되었다. 민사재판에서는 증인신문 신청 채택을 받는 것도 어렵고, 형사재판에서는 시간을 문제 삼으며 증인신문사항을 최대한 압축하거나 생략하라는 재촉을 받기 일쑤다. 게다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시간을 제시받으며 그 시간 동안에 증인신문을 완료하라는 압박을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물론 법원의 사정도 이해는 간다. 여러 사건을 처리하여야 하니 촘촘하게 재판 일정을 짜게 되는데, 한 사건이 증인신문으로 늘어질 경우엔 뒷순서로 잡아놓은 사건은 몇 시간씩 훌쩍 지연돼 버리기 일쑤이고, 그러다 보면 뒷시간에 소환된 증인들은 날을 꼬박 새울 상황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간 법원이 그런 재판 일정을 고려했던 기일 진행 자체가 공판중심주의와는 맞지 않는 태도가 아니었을지 역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제 필연적으로 검사의 수사 과정에서의 수십 시간에 걸친 수백, 수천 가지의 질문사항이 법정에서 다시 등장하게 될 것인데, 과연 법원은 이것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태도로 적극적으로 허용해 줄 것인지, 그에 대응해서 변호사에게도 반대신문 시간을 충분히 보장해 줄 것인지 역시 법원의 ‘당장 적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에 충분히 고려되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증거능력의 변화가 있으니 그에 대응하는 보상값이란 게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인데, 증거법은 변하였으나 재판 진행은 기존과 같다면 증거는 없어지고 졸속재판은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피의자로 수사를 받았던 사람의 반대편에는 피해자인 국민도 존재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는 일단 내용부인을 해서 경찰과 검찰의 수사결과를 최대한 날려 버리고 시작하는 것이 당연시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변호사와 피고인으로 기소된 의뢰인의 불리함은 아니고, 변호사로서는 법정에서 제한된 시간 동안 치고받고 하면 무죄 확률도 더 올라갈 것이니 나쁠 것은 없을지 모른다.

 이렇게 변호사로서 나쁠 것이 없는데 왜 이런 말을 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이것이 이기고 지는 게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실체진실을 다투는 재판과 정의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법 개정에 맞는 충분한 신문 시간이 재판 진행에 고려되고 반영되길 바라며, 실체진실을 추구하는 재판이 시간에 쫓겨 진행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구자룡 변호사
●법무법인 심평

구자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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