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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현종 임상교수 인터뷰

김추 승인 2021.06.03 09:56:52 호수 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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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1987년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하여 1991년에 제35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였습니다. 사법연수원을 23기로 수료한 후, 공군법무관으로 군복무를 마쳤고, 1997년에 법관으로 임용되어 서울지방법원(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부 배석판사를 시작으로 1991년까지 각급 법원의 배석판사, 단독판사, 부장판사로 근무하다가 2011년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을 끝으로 법원에서 퇴직하였습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다가, 2020년 3월부터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임상부교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Q. 경제법을 전공하신 계기나 이유가 있으신지요?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에 들어가기 전, 몇 개월 동안 YMCA 시민중계실에서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소박하게나마 무언가 공익적인 활동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당시 담당 간사님이 현재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이신 신종원 위원장님이셨습니다.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전화 ·방문 상담을 통해 임대차분쟁이나 소비자분쟁 등과 같이 일상적인 법적 분쟁에서 충분한 법률지원을 받지 못 하는 임차인들이나 소비자들의 어려운 상황을 경험하면서 소비자보호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때 서울대학교에서 경제법을 강의하신 교수님이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하신 권오승 교수님이셨는데, 권오승 교수님을 찾아뵙고 소비자보호법에 관심이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제자로 받아주셔서 경제법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Q. 법과대학 졸업 후 석사와 박사, 그리고 곧바로 미국 컬럼비아 로스쿨까지 거의 쉬지 않고 연속해서 공부를 하신 것으로 보이는데, 처음부터 실무 외에도 학문으로서의 법학을 연구하는 교수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으셨던 것인지요?

 교수직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지만, 무언가 새로운 것을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기는 하였습니다. 다만, 제가 한 우물을 깊이 파는 진득한 성격이 못되어서 그런지, 자꾸 새로운 분야나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내세울 만한 학문적 성과를 이루지는 못하였습니다. 판사로 근무할 때에는 1년에 1 ~ 2편 정도 논문을 써 보자는 생각을 했는데, 담당하던 재판 분야 중심으로 논문을 써서 그런지 논문 주제에 일관성이 없더군요. 판사로 재직하면서 해외연수로 미국 컬럼비아 로스쿨의 LL.M. 과정을 다닐 때에도, 대학원 전공 분야인 독점규제법과 제조물책임법뿐만 아니라 미국 헌법, 영미 계약법, 그리고 상표법 등등 수준 높은 강의가 많아 욕심껏 여러 강의를 듣다 보니 박사학위 논문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 후로는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 변호사를 6~ 7년 정도 한 시점에서, 제가 가장 많은 실무를 경험한 민사소송 분야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서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정선주 교수님께 상의드린 후에 민사소송법 전공으로 연구과정에 등록하였습니다.

 그렇게 학교에 다시 나오다가 우연히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임상교원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법학 이론은 훌륭하신 교수님들이 많이 연구하고 계시기 때문에, 교수님들의 연구결과를 재판 실무에 반영하여 좀 더 좋은 재판이 되는 데 기여하고 싶은데, 아직은 마음만 앞서는 것 같습니다.
 

동계법무실습(좌) / 동부지방법원 조정위원 위촉식(우)


Q. 2011년 법원에서 퇴직하고 변호사가 되셨는데, 그 계기는 무엇인지요?

 가끔 같은 질문을 받는데, 한두 가지로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여러 가지가 함께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단한 이유라고 내세울 만한 것은 아니지만, 가장 큰 계기는 법원에서 10년 넘게 재판 업무를 하면서 당사자들과 소송대리인들이 소송문서나 법정에서 변론하는 내용이 정말 하고 싶은 얘기이고, 이른바 실체적 진실에 맞는 사실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변호사가 되면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고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최대한 반영하는 변론을 능숙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법대 아래로 내려와 10년 가까이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당사자와 사건관계인들을 법정 밖에서 직접 만나 분쟁의 실체를 파악하고, 이를 법정에서 재판부에 설득력 있게 전달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처음 변호사가 될 때 가졌던 그 마음을 온전히 가지고 변호사 생활을 했는지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제게 사건을 맡겼던 의뢰인들께는 좋은 변호사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네요.

Q. 변호사로서 주로 어떤 업무를 하셨는지와 담당하신 사건 중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법원에서 다양한 재판 업무를 담당했었기 때문에 변호사로서도 다양한 송무 업무를 담당하면서, 분쟁 초기 단계의 자문 업무도 상당히 수행했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법률사무소는 자문변호사뿐만 아니라 송무변호사도 변호사의 전문화를 강조하였기 때문에, 공정거래, 영업비밀 침해 또는 전직 금지, 노동사건 등의 비중이 컸고, 의뢰인으로는 금융기업과 IT기업 등의 비중이 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변호사로서 담당했던 사건 중에서 특별히 어떤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고 하면, 언급되지 않은 사건의 의뢰인들께서 서운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특정 사건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제가 법률사무소를 퇴직하면서 최종 판결까지 지켜보지 못한 사건들은 대부분 기억에 남습니다.

 함께 근무했던 변호사들과 의뢰인들께 제 퇴직으로 인해 부담이나 불편을 주는 것을 넘어서, 혹시라도 사건 결과까지 잘못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몇몇 사건은 언론보도나 전에 함께 근무했던 변호사들과 안부인사를 주고받으면서 결과를 알게 되었는데, 다행히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 같아 제가 괜한 걱정을 했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2020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임상교수가 되신 계기는 무엇인지요? 그러면 이제 변호사 업무는 하지 않으시는 것인지요?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제가 민사소송법과 민사소송실무 등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서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연구과정에 등록하였는데, 우연한 기회로 그 바로 이듬해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1년 동안 겸임교수로 민사소송법을 강의하였습니다. 그전에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법문서작성 또는 민사기록연습 등의 실무강의를 해 왔는데, 제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가 어떤지는 몰라도, 저는 법학 지식뿐만 아니라 선배법조인의 경험을 전달하는 데에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2019년 하반기에 법률신문에서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임상교수 채용공고를 우연히 보았고, 법률실무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임상교수가 제 경험을 학생들에게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현재 전일제 임상교수로 근무하기 때문에 변호사 업무를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Q. 임상교수는 생소한 단어인 것 같습니다. 임상교수가 무엇인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교수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간단히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의과대학에서 임상교수가 환자의 진료나 수술 등을 담당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처럼, 법학전문대학원에서는 임상교수가 다양한 법률실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는 1명의 전임교수와 5명의 전일제 임상교수, 그리고 여러 명의 비전일제 외부임상교수가 15개 이상의 클리닉(Clinic) 강좌를 개설하여,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에게 실제 또는 모의사례를 통해 사실관계 및 법적 쟁점을 파악하고,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배운 법 이론과 판례를 적용하는 기회를 제공하여 법률가처럼 생각하며 행동하는 능력을 배양하고, 학생들이 법조인으로서 지녀야 할 공적 가치 및 윤리, 전문가로서의 책임을 습득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임상교수의 특징은 변호사나 판사로서 쌓은 다년간의 법률실무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Q. 구체적으로 학교에서는 어떤 강의나 연구를 하고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임상교수로서 매 학기 소비자분쟁클리닉을 개설하여 강의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분쟁클리닉은, 일상생활이나 언론보도 등에서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비자분쟁의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법적 분쟁이 어떻게 진행되고 해결되는지, 소비자분쟁의 해결과정에서 기존 민사소송절차가 어떤 한계를 갖는지, 기존 민사소송절차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적 분쟁해결절차로 무엇이 있으며, 소비자분쟁의 대안적 분쟁해결절차의 실제 수행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소비자와 기업 간의 합리적인 분쟁해결을 위한 제도적 개선방향으로 무엇을 검토할 수 있는지 등의 과제에 관한 이론 및 실무교육을 통해 수강생들에게 소비자분쟁의 해결과정에 관한 이해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지난해 1학기와 올해 1학기에는 전임교수님 한 분과 함께 법률정보의 조사 강의를, 지난해 2학기는 민사집행법 강의를 각각 담당하였습니다. 지난해부터 한국민사집행법학회 총괄출판이사를 맡게 되면서 민사집행법 분야에 대한 연구를 함께 하고 있는데, 최근 대법원 민사실무연구회에서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의 피보전권리’를 주제로 연구 논문을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Q. 직업으로서 판사와 변호사, 교수는 실제로 어떤 장단점이 피부에 느껴지는지요?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입니다만, 판사로서는 제가 재판부의 일원으로 담당한 사건이 화해나 조정 또는 판결확정 등으로 종결될 때에, 소송기록을 검토하고 재판부와 합의를 거쳐 내린 판단이 당사자와 사건관계인들의 관점에서 수긍할 만한 결론이었구나 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 좋은 선후배, 동료판사들, 법원직원들과 함께 근무하는 것도 장점이었고요. 그리고 변호사는 판사보다 좀 더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고 의뢰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해당 사건에서 제가 동료변호사들과 한 팀을 이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끌어냈을 때, 의뢰인과 재판부로부터 법률전문가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수는 저의 경험과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해 줄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저는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임상교수로서 예비 법조인인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제가 20년 이상 판사와 변호사로서 쌓아온 것을 나누어 줄 수 있어서 더 좋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보니, 판사와 변호사, 교수의 장점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될 일이었는데, 그만큼 판사와 변호사, 교수 모두가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단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결국 제가 부족했기 때문에 힘들었던 것이므로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되겠지요.

Q. 직업을 떠난 인간 이현종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사랑과 평화가 충만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고 하면 좀 상투적일까요?(웃음)

Q.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가족이 모두 원하는 일을 함께 할 때입니다. 특히, 가족이 함께 계획을 세워 여행을 갈 때가 많이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래도 가족이 함께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게 되면, 때때로 의견 충돌도 있고 마음 상하는 일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게 24시간 내내 같은 경험을 하다 보면 가족 간의 정이 더욱 두터워지는 것 같습니다.

Q. 평소 체력 관리와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사는 곳이 양재천 근처라서 시간 날 때 양재천을 걷거나 뛰곤 합니다. 그리고 지난해까지는 가족과 함께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다니지 않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는 안 받는 게 최선이라서 긍정적이고 편한 생각을 많이 하려고 애쓰는 편인데, 그래도 쌓이는 스트레스는 매주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 먹고 주일에 성당 가서 기도하며 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 전에는 1년에 2 ~ 3번 정도 휴가나 연휴에 가족과 함께 국내나 외국으로 여행을 가서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가졌는데, 요즘은 여행 다니기가 어려워서 많이 아쉽습니다.

Q. 앞으로 교수님의 계획이나 목표 내지 꿈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먼저 매 학기 담당하는 강좌가 법학전문대학원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수업을 준비하고 싶습니다. 특히, 임상강의는 수업내용도 중요하지만, 수업방식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되거든요.

 이곳 법학전문대학원에 와서 보니까 제가 변호사를 할 때 신입변호사들을 보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이 수업이나 변호사시험, 그리고 장래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더군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임상강의를 진행할 때 제가 판사와 변호사로 경험했던 내용을 개인적인 경험임을 전제로 얘기해 주고 있는데, 수강생들이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법조인이 되었을 때 제 임상수업 내용이나 경험 얘기가 실제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제 목표이자 소망입니다. 그리고 올해 2학기에도 민사집행법 강의를 담당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쉬운 민사집행법 강의교재를 만드는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제가 너무 욕심을 부려 강의교재를 준비했더니, 적지 않은 학생들이 수업이나 시험 준비에 부담을 많이 가진 것 같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을 위한 맞춤형 민사집행법 강의교재를 준비해 보려고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젊은 변호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변호사를 할 때 신입변호사들과 팀을 이뤄 업무를 하다 보면, 젊은 변호사들이 미래에 대하여 많은 걱정을 하더군요. 미래에 대한 걱정이야 젊은 변호사뿐만 아니라 중견변호사와 고참변호사도 털어낼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젊은 변호사들로서는 5년, 10년, 20년, 그리고 30년 뒤에 자신이 현재 함께 일하는 중견변호사나 고참변호사처럼 입지를 가질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으니까 더욱더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은 것 같습니다. 변호사시장의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나만 어렵거나 힘든 것이 아니고, 대부분 같은 처지에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도 법조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젊은 변호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어느새 고참변호사가 되었잖아요. 젊은 변호사 여러분도 5년, 10년, 20년, 그리고 30년이 지나면 중견변호사, 고참변호사가 될 겁니다. 미래는 누구에게나 당연히 오는 것이고, 그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는지는 각자의 몫입니다. 하루하루, 한 주 한 주를 소중하게 생활하다 보면, 누구나 계획한 미래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변호사 여러분 각자가 계획이나 목표, 꿈이 모두 다를 것이라서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늘 정진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 인터뷰/정리 : 김추 본보 편집위원

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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