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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두물머리와 세미원

장지혜 승인 2021.11.02 16:35:22 호수 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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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여! 양평에 삽시다.

소설암에서 시내를 따라 몇 리쯤 내려오면 녹효수1)와 만납니다. 여기서 작은 배를 타고
강물을 따라 20여 리 내려오면 두 물줄기가 서로 합쳐지는 곳에 이르지요. 이곳이 바로
유산별서입니다. 그 사이의 물빛과 산빛, 삼각주와 모래톱의 자태는 모두 뼈에 저밀 듯
해맑아, 깨끗함이 눈길을 빼앗는다오. 매년 3월 복사꽃이 활짝 피면 강물을 따라 오르
내리면서 시를 짓고 거문고를 타며 이 맑고 한가로운 경계에서 논다면
이 또한 인간세상의 지극한 즐거움이 아니겠소?
선남자여! 뜻이 있으신가? 만약 뜻이 있다면 나를 따라오시오.
- 늙은 초부 다산 씀 -

 이곳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을 보내고, 긴 유배생활을 마친 후 다시 고향에 돌아왔던 다산 정약용은 해남 대흥사 초의 스님에게 양평에 올라와 살 것을 제안하는 서한을 보내며 두물머리의 아름다움을 노래하였습니다.

 장기화되는 코로나19로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지난 추석, 집안에만 있기보다 가족들과 함께 자연 속에서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서울에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가까운 양평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양평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바로 두물머리였습니다. 금강산에서 흘러온 북한강과 강원도 금대봉 기슭에서 발원한 남한강이 만나 본격적으로 한강이 시작되는 두물머리(兩水里), 한강 8경 중 제1경으로 꼽힌다는 명소, 다산 정약용의 시와 겸재 정선의 ‘독백탄’에 남겨진 아름다움이 현재까지 그대로 전해진다는 곳. 이번 여행은 온전한 쉼을 위해 양평의 두물머리와 세미원을 천천히 걷고 숲속 펜션에서 여유 있게 쉬는 시간을 가지기로 하였습니다.
 

 두물머리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양평의 맛집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연잎 핫도그’를 먹는 것이었습니다. 두물머리를 찾는 이들에게 휴식과 안정을 선물하는 400년 된 느티나무 아래 앉아 쫄깃 달콤한 연잎 핫도그를 먹으며 가을 경치를 온전히 느끼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시작이 선사하는 즐거움에 절로 미소가 번집니다. 두물머리를 걷다 보면 사진이 예쁘게 잘 나오기로 유명한 포토존이 많이 있는데, 처음으로 카메라로 사진 찍어 주시는 분께 비용을 지불하고 가족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맑은 햇살, 높은 가을 하늘, 다산의 노래처럼 뼈에 저밀 듯 해맑은 물빛과 산빛 덕분에 환하고 밝게 웃는 멋진 가족사진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가까워 데이트 장소, 가족 나들이 코스로 유명한 두물머리는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가봤던 장소라 다소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여행지이나, 이른 아침, 오후, 해 질 무렵,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느낄 수 있는 것이 다른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가진 곳이라 자주 방문해서 오랫동안 천천히 머물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물머리에서 배다리를 건너면 6만 2천 평 면적에 약 270여 종의 다양한 식물과 조형물로 가꾸어진 아름다운 정원, 세미원(洗美苑)으로 갈 수 있습니다. 세미원은 한강을 맑게 하기 위해 한강이 시작되는 곳에 수생식물을 두어 자연수질정화를 하고자 2004년에 조성하였고, 2019년에 경기도 제1호 지방정원으로 지정되었는데,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의미를 담은 곳입니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참배하러 한강을 건너가는 정조 임금을 위해 다산 정약용이 설계한 배다리는 수십 척의 나룻배 옆을 연결하고 그 위에 나무판자를 올려 다리를 만든 것인데, 옛 선조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배다리의 끝에서 세미원으로 들어갈 때, 빨래판으로 조성된 ‘세심로(洗心路)’라는 길을 지나는데, 흐르는 한강물을 보며 마음을 깨끗이 빨면서 한 발 한 발 내딛자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세미원은 한 바퀴 다 돌아보는 것만 2시간 가량 소요될 정도로 넓은 정원이었는데, 곳곳에 다양한 테마로 자연과 예술품을 조화롭게 조성해 놓아 볼거리가 풍성했고, 하늘로 길게 뻗은 높다란 나무 숲길들, 그 옆을 가득 메운 연꽃들 사이에 ‘쉬어가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들이 곳곳에 붙어 있어, 바쁜 일상의 피로를 씻어 내고 마음을 쉬게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징검다리, 장독대 분수와 세족대였는데, 세미원에 가면 꼭 한번 들러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푸른 나무 숲길을 따라 흐르는 냇물 위에 놓인 돌다리에는 ‘인생길도 징검다리 건너듯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천천히 걸으세요’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었는데, 7살 딸은 세미원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곳이 바로 이 징검다리였다고 합니다. 어린 아이가 한 걸음씩 징검다리를 건너며 즐거워하듯, 우리 인생도 한 걸음씩 천천히 걸어가며 즐거움을 찾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 보았습니다.
 

 장독대 분수는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새벽마다 장독대 위에 정화수를 떠놓고 나라와 자손들의 안녕을 기원하던 점에 착안하여 설치한 것인데, 전통과 현대, 자연과 인간의 조화, 어머니의 사랑이 느껴졌던 따뜻한 곳이었습니다. 넓은 세미원을 걷다 잠시 쉬고 싶을 때는, 꽃을 보며 번거롭고 어지러운 속된 세상에 묻은 세속의 때를 씻고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의미에서 마련된 공간인 세족대에 발을 담그며 차가운 물에 온몸에 쌓인 피로를 씻는 멋진 경험을 꼭 하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두물머리와 세미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양평 예찬론을 펼치며 유명산 어비계곡 부근에 위치한 펜션에서 하룻밤을 머물렀습니다. 깊은 산속에서 바라본 밤하늘에 가득한 별들, 각양각색의 풀벌레 소리들, 차갑고 깨끗한 공기가 선사하는 여유로운 밤을 보내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양평 대표 누룽지 백숙 맛집인 ‘예사랑’을 찾았습니다. 워낙 유명한 집이라 여러 지역에서 식사하러 이곳을 찾는 분들도 많다고 하니, 양평에 오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올해 초에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으로 선정된 두물머리와 세미원, 답답하고 복잡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거닐며 자연이 선물하는 소중한 휴식을 가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외국에 나가거나 멀리 여행을 가는 것이 부담스러운 요즘, 가까이에 있어 한 번쯤 가 보았던 곳을 다시 천천히 걸으면서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의미들을 발견하고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힐링 타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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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주 쪽에서 올라오는 한강

 

장지혜 변호사

장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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