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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을 기다리며 어떤 표정을 짓고 있나요?

백종원 승인 2021.11.02 17:41:33 호수 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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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두려움으로 아름다운 자태와 향내에 소홀한 꽃을 본 적이 있는가? 인간이 이름 모를 꽃보다 어리석어서는 안 될 일이다.”
강신주, 『철학이 필요한 시간』 -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 중 일부 발췌

 여러분은 법정에서 변호인으로서 자신의 재판 순서를 기다리면서 어떤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으신가요? 혹 짜증이 가득한 찌푸린 얼굴 표정으로 있지는 않으신지요? 참고로 법정출석 관련하여 대한민국 법원 전자민원센터 ‘법정출석 및 방청안내’ 중 ‘법정에서의 준수 사항’을 살펴보면, “재판의 존엄성과 법정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소송관계인 및 방청인 등은 다음 사항을 지켜 주셔야 합니다. - 중략 - 법정 안에서는 자세와 복장을 단정히 하고, 껌을 씹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떠들면 안 됩니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저는 군법무관(육군)으로 임관하여 군대에서 10년간 근무하다, 2013년경 전역하여 민간인(?)이 되었고, 바로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등록하여 변호사로 개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법조인의 출발을 군대에서 군법무관으로 근무하게 되었고, 법정도 군사법원 법정을 먼저 출입하였습니다. 군사법원의 법정은 형사사건만 있고, 피고인은 군인이나 군무원입니다. 변호인도 사건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통상 한 번의 재판기일에 2 ~ 3명의 변호사님이 출석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변호사 개업 전에는 군대 내에서 근무하였기에 민간 법정에 가 볼 일도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변호사로 개업을 하고 몇 개월이 지나자 차츰 의뢰인의 변호를 위해 민간 법정에 출석할 일이 잦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법정에 가 보니 다른 사건의 변호를 맡은 많은 변호사님들을 옆에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법정에 가서 처음 느낀 감정은 ‘왜 이리 변호사님들의 표정이 어둡거나, 다소 찌들어 있거나, 멍한 표정으로 기다리는 분들이 많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내심 다른 변호사님들은 의뢰받은 사건을 위해 상기된 표정으로 자신의 의뢰인을 위해 무엇이든지 할 자세로 자신의 재판 순서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법정에 들어갔던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본 법정에서 변호사님들의 표정은 제 생각과 달리 무표정이거나 상당히 지친 표정의 모습으로 앉아 있는 변호사님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다른 변호사님들의 그런 표정을 보고 ‘변호사님들의 표정이 왜 그럴까’ 하고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승소 가능성이 낮아서일까, 아니면 피고인이 실형을 면할 수 없어서일까, 아니면 수임료를 못 받아서일까’ 등등 별 쓸데없는 오만가지 생각을 하곤 하였습니다. 나는 저런 표정을 짓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도 하면서 말입니다.

 차츰 연차가 쌓여 변론기일(또는 공판기일) 전에 준비서면이나 변론요지서 등을 미리 제출하므로, 재판 당일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재판장님이나 상대방 변호사님의 이야기만 듣고 다음 재판 일정을 정하고 마치기 때문에 법원의 법정에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변호사님들은 앞 사건이 빨리 끝나고 자신의 순서가 오기만을 무표정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고... 그리고 처음에 제가 보고 놀란 다른 변호사님들의 표정은 어느새 제 얼굴 표정(아니 솔직히 더 찌든)이 되어 있었습니다. 더욱이,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모두 법정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고, 개인방역을 이유로 접촉 및 대화 자체를 자제하는 분위기이기도 합니다.

 변호사는 기본적인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합니다(변호사법 제1조). 이제 저는 변호사로 개업하면서 품었던 초심을 다시금 새기면서, 위 강신주 작가님의 “언젠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두려움으로 아름다운 자태와 향내에 소홀한 꽃을 본 적이 있는가? 인간이 이름 모를 꽃보다 어리석어서는 안 될 일이다.”라는 말씀처럼 신성하고 엄숙한 법정에서 재판장과 상대방, 그리고 의뢰인을 위해 변호인으로서 ‘아름다운 자태와 향내가 나는’ 변호사의 얼굴과 표정으로 충실한 변호인이 되어 출석할 것을 스스로 다짐해 봅니다.

 

백종원 변호사

백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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