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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상념

유승연 승인 2021.11.03 10:53:47 호수 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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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휴일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 약 3개월이 지났다. 법 시행은 2022. 1. 1.부터이지만 대체공휴일에 관한 규정은 법 시행일 전부터 적용된다. 이 때문인지 2021년의 마지막 연휴인 개천절 즈음에는 제주도에 15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였다고 한다.

 지금이야 달력에 표기된 빨간 날은 쉬는 날이라고 당연히 생각하지만, 이 당연한 생각이 당연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이승만 정부 시기인 1949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 (대통령령)이 제정되면서 일요일, 추석 등을 관공서가 쉬는 공휴일로 지정하였는데, 이에 따라 민간에서도 공휴일을 준수하여 쉬는 관행이 생겼다고 한다. 이러한 관행이 법으로 정착되어 이제는 「근로기준법」에서 민간의 휴일을 지정하고 있으나, 시행령에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고 있어 관 주도의 (공)휴일 문화는 아직 이어지고 있다. 물론 근로기준법상 휴일에 관한 규정은 사업장 규모마다 시행시기가 다르고, 상시 5인 미만의 사업장의 경우에는 적용을 배제하고 있어 빨간 날에 관한 생각이 당연하지 않은 곳도 있다.

 휴일에 관한 관 주도의 전통은, 올해 새로 제정된 「공휴일에 관한 법률」에서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위 법에서는 공휴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 다른 공휴일과 겹칠 경우에는 대체공휴일로 지정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글쓴이의 바람과는 달리 운영‘한다’는 규정은 아니다) 하면서 구체적인 사항은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대통령령이 아직 제정되지 않았으므로 부칙에 따라 「국가공무원법」, 「근로기준법」에 의거하여, 즉 두 법령이 준용하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거하여 대체공휴일을 적용한다. 그러므로 아직 법적으로 대체공휴일은 관에서 정하는 ‘공’휴일인 것이다.

 모든 휴일의 규범이 되는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으로 돌아가 보면, 위 규정에서 정하는 공휴일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15일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15일이 온전히 보장된 해는 단 한 해도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기타 정부에서 수시 지정하는 날’이라는 조항에 의거하여 정부에서 임시공휴일을 지정할 수 있으나, 문제는 지정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었다. 2015년에는 8월 4일 국무회의에서 광복 70주년을 기념하고 메르스로 인하여 침체된 경기를 살린다는 취지에서 8월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였다. 10일 뒤에 갑자기 휴일이 생긴다는 뜻밖의 소식에 마음이 들떴어도, 계획적으로 휴가를 운용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매년 임시공휴일 지정을 기다리는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다.

 매해 반복되는 쫄깃한 긴장감의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공휴일이 ‘날짜지정제’에 기반하여 지정되었다는 점이 있다. 특정 날짜가 역사, 문화, 종교적으로 의미가 있기 때문에 해당 날짜 자체를 공휴일로 지정한 것이다. 다만 15일의 공휴일이 모두 평일이라는 보장이 없으므로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대체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두었고, 위 규정은 올해 개정으로 3ㆍ1절, 광복절, 개천절 및 한글날에 대해서도 대체공휴일 적용을 확대하여, 공휴일과 겹쳐 사라지는 공휴일을 붙잡아둘 수 있게 되었다.

 반면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 일부 국가들은 ‘요일지정제’에 기반한 공휴일 지정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군사 작전에서 사망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메모리얼 데이는 원래 5월 30일이라는 특정 날짜로 지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1968년 제정된 월요일 공휴일법(Uniform Monday Holiday Act, 1971년 시행)에 의하여 메모리얼 데이는 5월 마지막 주 월요일로 변경되었다. 위 법에서는 메모리얼 데이 외에도 워싱턴 탄생일, 콜럼버스의 날 등 특정 날짜로 지정되어 있던 공휴일을 특정 월, 주의 월요일로 변경하여 지정하였다. 당시 여론조사에 따르면 월요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안에 대하여 응답자의 93%가 찬성하였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에게 근로기준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프랑스의 경우 법정 근로시간은 주당 35시간이며, 연차유급휴가는 1개월당 2.5일이다. 프랑스에서 1년을 근무하면 30일의 휴가가 주어진다는 이야기는 여기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법정 공휴일 자체는 11일로 우리나라(15일)보다 적다.

 특정 날짜에 의미가 부여된 공휴일을 요일지정제에 따라 고정된 요일로 바꾸는 것은 그 사회적 함의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요일지정제가 도입되어 금-토-일의 3일 연휴가 매년 안정적으로 확보되고 근로자들이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다면, 오늘 같은 금요일을 맞이하는 직장인들의 마음가짐도 달라질 것이다. 늘어난 휴일에 무엇을 할지 각자의 상념에 잠기면서, 언젠가는 민간 주도의 ‘휴일’ 문화도 자연스럽게 정착되지 않을까. 이와 더불어 ‘월화수목금금금’ 또는 ‘월화수목금퇼’이라는 직장인들(법조인 포함)의 슬픈 되뇜도 사라지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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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이송림, “공휴일 요일지정제 도입 논의와 주요쟁점”, 국회입법조사처, 2020. 8. 24.
이정원, “프랑스의 근로시간 및 휴가제도”, 한국노동연구원 국제노동브리프 Vol.4 No.7, (2006. 7.)

 

유승연 변호사

 

유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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