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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버추얼 법정

손희영 승인 2022.01.04 10:31:22 호수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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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


 저는 한국에서 7년간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2018년에 싱가포르로 이주해서, 싱가포르매니지먼트대학교 법학석사를 마치고 2019년부터 싱가포르 법무법인 운 앤 바줄(OON&BAZUL)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싱가포르의 민사법정과 한국 법정의 차이, 그리고 코로나 이후에 싱가포르에서 도입한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한 재판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싱가포르의 재판의 특징 - 구술변론의 중요성

 우선 싱가포르와 한국의 법정에서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싱가포르는 구술변론이 무척 중요한 나라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영미법계 국가들이 그렇지만, 싱가포르에서는 법정에서 한 사건을 위해 몇 시간씩 기일을 열어서 양쪽 대리인의 변론을 듣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각 당사자가 서면을 잘 제출했다면 적어도 민사사건에서는 긴 변론 없이도 사건을 진행할 수 있는 반면, 싱가포르에서는 재판 진행을 위해 충분한 변론을 듣는 시간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특히 코로나로 인해 각 당사자들과 대리인들의 법원 출석이 힘들어진다면 정상적인 재판 진행이 어려워질 우려가 있었습니다. 싱가포르는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이런 문제를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의 풍경 - 화상재판

 제가 일하고 있는 이곳 싱가포르에서는 COVID-19 이후 대부분의 민사사건 변론과 조정 등을 줌(Zoom)과 같은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싱가포르는 줌을 모든 재판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2020년 5월 15일에는 COVID-19로 인해 국가 전체가 봉쇄된 가운데, 줌으로 형사재판을 열어 Punithan Genasan이라는 마약밀수범에게 사형선고를 내려서, 큰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을 정도입니다.

 민사사건에서는, 초기에는 비교적 간단하고 급히 결정이 필요한 보전처분 등의 사건에 대해서만 화상회의 프로그램이 활용되었습니다. 저희 법인에서 진행한 사건들 중에서도, COVID-19로 인해 음식점에서의 식사가 전면적으로 금지될 정도로 국가 전체가 봉쇄된 상황에서 급히 보전처분을 통해 구제를 받아야 하는 의뢰인이 있었는데, 다행히 화상재판을 통해 심리기일이 열릴 수 있어서, 늦지 않게 구제를 받을 수 있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현재는 다양한 상황에서 화상재판이 적절하게 이용되고 있으며, Singapore Academy of Law에서 “7 Tips for Online Advocacy” 등 온라인상에서의 변론을 위한 안내서 등을 내놓는 등, 변론기술적으로도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에서는 민사재판뿐만 아니라, 조정이나 중재절차 또한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조정의 경우 양 당사자를 설득하기 위해 당사자 일방을 다른 방에 잠시 대기시키고 다른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등의 기술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줌을 이용하는 경우 한쪽 당사자와 그 대리인들을 임의로 만들어 놓은 대화방으로 조정인과 함께 이동시켜서 이야기를 들은 후, 다시 전체 대화방으로 돌아오는 방법으로 이런 절차를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화상재판에서도 지키는 Court Etiquette

 화상재판에 있어서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싱가포르에서는 법정에 출석하는 사람의 의상은 남성의 경우 긴 소매의 하얀색 셔츠에 어두운 색의 타이, 어두운 색의 슈트, 검은색 또는 단색의 신발을 신어야 하고, 여성의 경우에는 목까지 오는 하얀색 긴 팔 블라우스에 어두운 색의 슈트, 검은색 또는 단색의 신발을 신고 화려한 장신구를 해서는 안 되도록 싱가포르 대법원 실무지침에서 정하고 있습니다(변호사가 아닌 일반인의 경우에는 비즈니스 슈트, 스마트 캐주얼 또는 전통의상 중에서 골라서 입을 수 있습니다). 만일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에는 법정 출입이 거부될 수 있고, 실제로 싱가포르에서는 부적절한 의상 착용을 이유로 법정 출입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싱가포르에서는 화상재판을 하는 경우에도 이와 같은 지침을 준수해서 전원이 검은색 슈트와 흰색 셔츠를 입고 화상재판에 출석하고 있습니다. 사실 검은색 신발을 신고 있는지까지는 확인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마치며 - 장점과 단점, 그리고 법정의 미래

 이러한 화상재판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양 당사자가 다른 나라에 있어서 각 당사자들을 한자리에 모으기 어려운 경우에도 별도로 기일을 길게 잡을 필요 없이, 화상회의를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과, 법정에 출석하기 위해 긴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어서 시간이 절약된다는 점이 있겠습니다(물론, 싱가포르는 나라의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4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크게 시간이 절약되지는 않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로펌에서 법원까지 20분이면 갈 수 있습니다).

 단점은 보안 등의 면에서 기술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재판 진행 상황을 별도 프로그램에서 캡쳐해서 유출하는 경우(줌 프로그램 자체에서의 녹화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등에 대한 대비책 등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싱가포르에서는 COVID-19 상황 속에서도 국민에게 빠르고 적절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다양한 시험을 하고 있습니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넘어서서 국민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싱가포르의 법정의 모습을 보면서, 변호사들이 법정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도 변론을 하고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손희영 변호사
● 법무법인 삼율

손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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