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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차 변호사가 돌아본 ‘변호사의 역할’

박재영 승인 2022.01.04 10:36:27 호수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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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바뀌어 송무변호사로 일한 지 3년 차가 되었습니다. 1년 차에는 수습변호사로 서면만 쓰다가 2년 차에는 재판 출정부터 사건 전반을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의뢰인을 만나고 사건이 시작되고 종결되는 전 과정을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어떤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까?” 로스쿨 입시를 위해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서 구직을 시작할 때도 끊임없이 마주했던 질문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업무에 휩쓸려 정신없이 지내다가도 어느 순간 불쑥 드는 생각에 자문하게 됩니다. 나는 지금 어떤 변호사인지, 앞으로 어떤 변호사가 되고 싶은지. 어떤 변호사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진정한 변호사란 무엇인지.

 갈 길이 멀지만 그동안 크고 작은 사건을 경험하면서 내린 작은 결론은, 민사, 형사, 행정, 가사 등 각 사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변호사의 역할은 분쟁을 해결하는 데에 있다는 것입니다.

 정확히는 분쟁 당사자로 하여금 분쟁에서 벗어나서 일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백합니다. 분쟁의 원인이 오로지 당사자 일방에게만 있는 경우입니다. 일방적인 공격으로 타인의 신체에 해를 가하거나, 처음부터 변제할 의사 없이 돈을 빌리거나, 물품을 공급받은 다음 대금을 지불하지 않는 등 경제적인 피해를 입힌 사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건은 잘잘못을 따지기 어려운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이때 변호사는 자신의 의뢰인을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주장을 하고, 때때로 의뢰인에게 불리한 사정은 알면서도 밝히지 않습니다. 반면 상대방이 알면서도 밝히지 않는 사정을 찾아내서 문서제출명령 신청 등 절차를 통해 밝혀내는 것도 변호사의 역할 중 하나입니다.

 처음에는 무조건 내 의뢰인이 소송에서 이기게 만드는 것이 변호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겨도 기쁘지 않고, 져도 불행하지 않은 사건을 몇 차례 겪으면서 중요한 것은 결국 누군가의 승소도, 패소도 아닌 ‘분쟁의 해결’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법학계에서 대두되고 있는 대체적 분쟁해결제도(ADR)나 회복적 사법에 대한 논의 역시 이러한 경험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생각해 보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한 사건조차 이미 피해자가 입은 경제적, 정신적 손해는 가해자의 처벌 내지 승소만으로는 온전히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확실한 피해 회복은 분쟁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인데, 이는 시간을 거꾸로 돌리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어느 시점에서 당사자들은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처음에는 보복에 가까운 심정으로 소송을 시작한 의뢰인들조차 최소한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는 소송절차를 밟다 보면 이대로 승소하더라도 자신이 입은 유, 무형의 피해를 온전히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만일 이러한 현실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당사자는 깊은 우울감, 피로감, 좌절감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같은 상대방에게 여러 건의 소송을 걸어서 승소했음에도 여전히 승승장구하며 잘 사는 것 같은 상대방의 모습에 괴로워하다가 건강을 해치는 사례도 적지 않았습니다.

 분쟁의 종국적인 해결은 양 당사자가 결과를 납득할 때 비로소 이루어집니다. 항소, 상고를 거쳐 하나의 소송절차가 끝나더라도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관련 소송은 얼마든지 다시 제기될 수 있습니다. 기판력에 의해 제소가 불가능하더라도 결과를 납득하지 못한 당사자들은 여전히 분쟁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언제든 소송을 촉발할 수 있는 불씨를 안고 살아갑니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분쟁을 자신의 업무로 가져오는 사람입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처럼 나의 일을 타인과 공유하면 당연히 나의 부담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의뢰인은 변호사를 선임함으로써 분쟁이 일상에 미치는 부담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변호사가 재판부에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소명하였고, 재판부가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경청하였다는 확신을 가진 의뢰인은 설령 자신에게 불리한 결론이 나더라도 이를 보다 수월하게 납득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이러한 확신이 없는 의뢰인은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편에 선 변호사의 진정성조차 의심하게 됩니다.

 결국 분쟁의 해결을 위해 변호사가 해야 할 일은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의뢰인이 납득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드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요컨대 분쟁이 일상을 침범하지 않도록 의뢰인을 대신해서 소송을 수행하고, 종국에는 의뢰인이 결과를 받아들이고 한시라도 빨리 분쟁 상태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인 것입니다.

 이처럼 나름대로 변호사의 역할이란 무엇인지 정립해 보았으니 앞으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지 알아가는 것은 숙제처럼 느껴집니다.

 당장은 다소 관행처럼 느껴지는 조정회부사건에 임하기에 앞서 회의적이기보다는 좀 더 진지하고 열린 태도로 의뢰인과 충분히 대화하여 조정안을 고민해 보자는 생각을 해 봅니다. 판결로 나아가는 것만이 분쟁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것을 의식하며.

 

박재영 변호사
● 법무법인 규원

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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