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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가정법원 풍경

박정민 승인 2022.03.02 13:59:47 호수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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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월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약 2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전에도 인플루엔자 독감, 사스, 메르스 등의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이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처럼 무서운 속도로 광범위하게 전파되어 전 국민, 전 세계가 앓는 질환은 처음입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현상이 ‘대유행(팬데믹)’이라는 용어와 함께 쓰이더라도, 내심 홍역처럼 짧게 유행했다가 빨리 사라질 유행성 기저질환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초반에만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면 적어도 1년 후에는 사라질 질병으로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2021년 2월부터 시작된 백신 접종 이후에도 변이 바이러스인 델타, 오미크론의 빠른 전파력과 파급성으로 인하여 여전히 전 국민이 마스크를 쉽게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감기 증상이 조금이라도 발생하거나 주변에 만났던 지인이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전화를 받으면 급히 약국으로 달려가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하는 것이 일상입니다. 그러나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나오더라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잠복기를 생각하면 안심하지 못하고 마음을 졸이며 조심스럽게 생활하는 것이 요즘의 현실입니다.

 법원도 마찬가지로 처음 확진자가 급속하게 증가하는 시기에는 당사자 및 소송대리인이 확진자라는 이유로 기일변경 신청을 하지 않더라도 일률적으로 재판을 연기하는 방식으로 코로나19 팬데믹에 신속히 대응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사그라들 것 같은 조짐을 보이다가도, 정부가 긴장을 풀고 조금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하기만 하면 다시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였습니다. 법원은 코로나19 상황 초기의 재판 일정 연기로 인하여 2020년 하반기에는 재판 업무가 포화 상태가 되었습니다. 결국 아무리 확진자가 증가하더라도 더 이상 재판을 연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법원의 재판 업무가 과중되었습니다. 지금은 이미 2년 동안 진행된 코로나19 상황에서 법원이 정부의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묵묵히 재판 업무를 이어 나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현재로서는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는 것보다는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의 발병 증상 완화 및 낮은 치사율 등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저 또한 재판 등 업무 수행과 당사자와의 원활한 소통이 지금처럼 유지되는 것에 감사하며 최대한 조심스럽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가정법원의 상황도 정부의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규칙적으로 원활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가정법원의 정문 입구에서 QR 체크인과 발열 체크를 하고 입장한 후 엘리베이터 진입로 앞에서 출입 체크를 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각 층을 이동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재판을 주로 하는 5층의 분위기는 다수의 변호사님들이 마스크를 낀 채 재판 순서가 올 때까지 휴대폰을 보는 등 할 일을 하는 모습이 전반적이지만, 조정을 주로 하는 3층의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서로 사랑해서 인연을 맺어 부부생활, 가사와 육아 등 혼인생활의 영위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여 노력한 부부라 하더라도 둘만의 힘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세상의 난관에 부딪혔을 때 가정법원을 찾습니다. 이들은 재산분할, 양육권 등 서로 이견이 있기에 전문가들의 조언과 법적 절차를 통하여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고자 가정법원의 조정실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당사자들은 충분한 시간 동안 고심하여 서로 새 출발을 하기 위하여 지정된 조정시간에 변호사와 함께 시간에 맞춰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습니다. 몇 년 전 또는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일상생활을 함께 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던 당사자들은 지금의 조정실 앞에서만큼은 약간의 긴장감을 유지한 채 각자의 변호사와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하면서 조정시간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지정된 조정시간이 다가와 정각에 이르면 조정실의 문이 안쪽에서 열리고 마스크를 착용하신 조정위원님이 나와서 온화한 미소로 당사자들이 왔는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조정위원님들의 안내에 따라 차례로 양 당사자들이 조정실에 들어섭니다. 모처럼 부부가 조정실 한 자리에 모였지만 각자의 변호사를 대동한 채, 그리고 마스크를 착용하여 서로의 눈빛만 보이고 눈은 거의 마주치지 않은 채 조정위원님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조정이 시작됩니다.

 조정위원님들의 안내에 따라 당사자별로 순차적으로 자리를 이동하며 조정위원님들께 의사를 피력하는 시간이 옵니다. 코로나19 상황 이전에는 당사자들의 의사를 눈빛뿐만 아니라 입모양과 전반적인 표정 등 분위기로 세밀한 감정까지 조정위원님들께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의 시대에는 마스크로 얼굴의 절반이 가려진 채 오로지 목소리와 눈빛으로만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여야 합니다. 난생 첫 법원 방문이면서, 법적 분쟁 상황을 처음 겪어 모든 상황이 낯선 당사자들에게는 마스크를 쓰고 처음 보는 조정위원님들께 이야기하는 상황이 다소 생소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미 소장과 준비서면에 당사자들이 그동안 혼인생활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어떤 이유로 재산분할을 어떻게 주장하는지, 자녀 양육에 대해서는 어떤 마음인지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하였습니다. 그러나 서면에는 당사자들의 심정이 정제된 표현들로 재구성되었기 때문에, 재판으로 가기 앞서 대화와 양보로 서로 조기에 조정으로 종결하기 위해서 조정위원님들과 판사님을 마주하는 당사자들로서는 서면에 다 담지 못한 비언어적인 부분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입니다.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이전에는 실제 혼인생활을 하면서 축적된 감정, 트라우마, 스트레스 등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조정기일에 당사자들의 얼굴 표정과 분위기, 당사자들만의 언어로 직접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당사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기에 의사전달 측면에서 일종의 제약이 있어, 법원에서 본인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충분히 소통하고 의견을 피력함에 있어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남을 수 있습니다. 올해에는 당사자들이 마스크의 제약 없이 본인들의 바람대로 가정법원에서 충분히 의견과 감정을 잘 담아 법적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코로나19 대유행이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고대하면서 코로나19 시대의 가정법원의 풍경에 대한 글을 마칩니다.

 

박정민 변호사
● 법무법인 대건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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