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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과 수소 : 수소의 활용이 필요한 이유

양선영 승인 2022.05.02 14:55:48 호수 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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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소경제 생태계의 마지막 국면인 ‘활용’을 보자. 이 부분은 관련 논의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수소를 활용해야 하는 이유, 수소를 활용하는 방법, 수소의 활용 촉진책 및 관련 입법 현황을 검토하는 순서로 기술하겠다.

 【수소를 활용해야 하는 이유】 탄소중립을 위해서 왜 수소가 필요할까? 답은 수소가 어떻게 활용되는지와 관련된다. 탄소중립 에너지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풍력, 태양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전기 등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찬반대립이 계속되지만, 원자력 역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임에는 틀림없다.1) 그렇다면 재생에너지나 원자력을 사용하면 수소 없이도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달성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2021. 8. 발표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이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수소를 중요한 탄소중립 달성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이유는 크게 2가지이다.

 첫째,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60 ~ 70%가량 사용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는데, 재생에너지는 소위 ‘간헐성’이라는 약점이 있다. 비 오는 날에는 태양광 발전량이 줄어들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풍력발전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력 수요는 비바람과 별다른 관계가 없으므로, 모자라는 전력을 보충해서 생산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른바 유연성 전원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 바람이 많이 불어서 전기가 많이 생산되는 것도 문제이다. 전력이 남으면 발전기의 회전수에 영향을 줘서 교류 전류의 주파수가 올라가게 된다.2)

 그래서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는 LNG발전소(B안)나 수소 연료전지발전소와 같이 쉽게 끄고 켤 수 있는 발전소를 유연성 전원으로 예정하고 있다. 과잉생산된 전기 역시 수전해를 통해 수소로 전환하였다가 필요한 때 연료전지발전소에서 다시 전기로 바꾸어 사용한다.

 그렇다면 간헐성이 없는 원자력 발전을 사용한다면 수소가 필요 없을까? 그렇지 않다. 이 부분이 탄소중립에서 수소가 필요한 두 번째 이유이다. 전력망에서 떨어져 있는 장치도 탄소 배출 없이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수송 부문(자동차, 선박, 항공기 등)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2018년 기준으로 총 배출량의 13.5%를 차지하고 있다.3) 이들 장치들의 내연기관을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전동기로 교체하여야 하는데, 이를 위하여 충전과 방전을 거듭할 수 있는 2차전지 배터리나 충전된 수소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3차전지)를 활용할 수 있다. 결국, 수소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에서 배터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4) 잘 알려져 있는 「배터리에 기반한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 Battery Energy Storage System)」과 같은 방식으로 「수소에 기반한 에너지 저장 시스템(HESS; Hydrogen Energy Storage System)」의 활용을 넓혀 가는 것이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주요 계획이다.

 이미 배터리가 활용되고 있다 하더라도, 배터리는 같은 부피, 무게에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즉, 에너지밀도)이 석유나 수소에 비하여 크게 작고 충전시간이 길다. 또한, 자연 방전이 이루어지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장기간 보관도 어렵다. 이런 이유로 24시간 계속 가동하는 상용차(지게차 등)나 장거리를 운행하고 무게에 민감한 비행기 등에서는 (배터리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지 않는 한) 수소 이외에 대안을 찾기가 어렵다.

 에너지밀도가 크고 장기간 보관이 된다는 수소의 특성은 장거리 수송을 가능하게 하므로, 해외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입할 때는 수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5) 반면, 배터리는 이미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는 전력계통에 그대로 꽂아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활용이 가능하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수소(HESS)와 배터리(BESS)는 보완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치 수소차에 수소 연료전지와 함께 잉여전력, 회생제동 등에 사용하는 배터리가 추가로 장착된 것과 같다.

 때문에 원자력을 청정에너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원자력만으로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렵고, 수소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세계 각국에서는 원자력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실증사업도 진행 중에 있고, 최근 EU 녹색분류체계(EU taxonomy)와 함께 원자력 수소가 주목받고 있다.6)

 【수소를 활용하는 방법】 가까운 미래의 수소 활용 방식으로는 크게 전환(발전)과 수송 부분이 주목받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연료전지와 수소자동차라고 보면 된다. 앞서 유연성 전원으로 연료전지가 필요한 점이나 상용차, 항공기 등에서 수소자동차, 수소비행기가 필요한 이유는 설명하였다.

 비록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 수소차 개발을 중단하기는 하였으나,7) 장거리 운행이 필요하고 충전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상용차 부분에서는 수소차가 큰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현재 생산되는 40톤 트럭을 배터리로 사용할 경우에는 대략 2 ~ 3톤 정도의 배터리가 탑재되어야 하고 주행거리는 300㎞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40톤 수소트럭은 충전하는 수소의 무게가 대략 35 ~ 40㎏이고 주행거리는 더 길다. 공장 내에서 24시간 가동하는 지게차의 경우 충전시간이 훨씬 짧은 수소지게차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8) 2022. 1.에 환경부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수소시내버스를 대량으로 보급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하였다.

 가정용·건물용 연료전지도 탄소중립에 유용한 수소 활용 방식이다. 이 연료전지는 도시가스관으로 공급받은 천연가스를 개질하여 수소를9) 생산한 후, 이를 연료전지에 투입하여 전기와 열을 생산 ·사용하는 방식이다. 참고로, 일본에는 에네팜(エネファーム)이라는 이름으로 공급된 가정용 연료전지가 이미 2021. 6. 기준으로 40만 대에 이른다.10) 가구당 연간 1.3톤가량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있다고 하므로,11) 단순 계산으로도 연간 52만 톤 정도의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가 있는 셈이다. 2018년 우리나라 해운부문 탄소 배출량이 100만 톤인 점에12) 비추어 보면 저감효과가 상당히 큰 셈이다. 국내에서는 건물용 연료전지가 전기 생산에 드는 가스요금이, 같은 양의 전기요금보다 비싸다는 다소 억울해 보이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 전기는 2018년 기준으로 60%가량이 석탄과 LNG 등 탄소배출전원에서 생산되는 점에서 건물용 연료전지의 탄소 저감효과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단면적인 비판인데다, 연료전지는 전기뿐만 아니라 열(난방, 온수 공급 등)을 활용하는 면도 함께 평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13) 이미 도시가스망이 잘 갖추어져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가정용·건물용 연료전지가 활발히 활용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외에도 수소는 수소환원제철, 암모니아 및 인공비료의 생산 등 산업적 용도에서도 활용되어 탄소중립 목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를 활용하기 위한 촉진책 및 관련 법률의 정비상황】 이와 같이 탄소중립을 위하여 필수적인 수소경제를 육성하기 위하여 여러 촉진책과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관련 법령으로는 2021. 2. 5.부터 시행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수소법’), 2022. 3. 25.부터 시행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외에도, 「수소도시 건설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국제수소거래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등이 입법 추진 중에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면, 청정수소발전 촉진책을 들 수 있다. 수소법 개정안은 현행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s)에서, 수소만을 분리하여 청정수소 발전 의무화제도(CHPS; Clean Hydrogen Portfolio Standards)를 도입하려고 한다. 주된 이유는 변동비의 영향이 없는 재생에너지의 보상체계와는 발전량에 따라 변동비(투입되는 수소 원가)가 발생하는 수소발전의 특성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고, 원자력 수소를 포함할 것인지, 청정수소전력의 공급과 구매 중 어떤 의무를 부과할 것인지, 그레이수소를 포함할 것인지 등 몇 가지 쟁점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곧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수소금융을 비롯하여 최근 주목받고 있는 원자력 수소 등 몇 가지 분야를 더 다루고 싶었지만, 한정된 지면이라 다른 기회가 생기면 다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탄소중립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도 강조되고 있는 요즘, 우리 법조인들도 관련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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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 1. 1. 발효를 목표로 추진 중인 EU의 「친환경 경제활동 분류 체계(EU Taxonomy)」에서도 원자력을 친환경에너지로 포함하였다(https://ec.europa.eu/commission/presscorner/detail/en/QANDA_22_712). 원자력에 대한 찬반 논의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고, 수소의 활용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는 범위에서만 원자력을 언급하겠다.
 2) 우리나라의 기준 주파수는 60Hz이다.
 3) 탄소중립 시나리오 60쪽.
 4) 사실 배터리에도 ‘전기’의 형태로 저장되는 것은 아니고, 저장된 화학물질의 산화환원반응으로 화학에너지를 비축하였다가 전기를 방출하는 것이므로, 화학반응을 이용하는 수소의 활용과 본질은 같다. 다만, 화학반응물(수소)을 외부에서 꾸준히 공급한다는 점이 3차전지(연료전지)의 차이점이다.
 5)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서는 2030년 기준 국내 수소 공급량 390만 톤 중 196만 톤(50%)을 해외에서, 2050년 기준 국내 수소 공급량 2,790만 톤 중 2,290만 톤(82%)을 해외에서 생산한 수소로 충당하려고 한다.
 6) 원자력 수소 역시 전기로 물을 분해하여 수소를 만드는 점에서 일종의 그린수소이다(원자력을 청정에너지로 분류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다만, 원자력 수소는 천연가스를 개질하여 생산하고 그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블루수소’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여 수전해(水電解)하는 ‘그린수소’보다 생산단가가 훨씬 저렴하다. 원자력 수소를 특별히 따로 지칭할 때는 보통 ‘핑크수소’라고 한다.
 7) 2021. 12. 28.자 조선일보 기사 ([단독] 현대차, 제네시스 수소차 개발 ‘급브레이크’).
 8) 미국에서는 이미 2021. 1. 기준으로 3만 5천 대 이상의 수소지게차가 사용되고 있다[『주요국 수소경제 동향 및 우리기업 진출전략』(코트라, 2022. 2.) 16~17쪽].
 9) 개질 과정의 부산물인 이산화탄소를 그대로 대기 중으로 배출하므로 일종의 ‘그레이’ 수소이다.
 10) https://www.gas.or.jp/user/comfortable-life/enefarm-partners/enefarm/
 11) https://www.nihongas.co.jp/enefarm/eco.html
 12) 탄소중립 시나리오 62쪽.
 13) 나아가 국내 전기요금이 상당히 저렴한 점 역시 가정용ㆍ건물용 연료전지의 경쟁력이 낮게 평가되는 이유이다. 사실 이러한 전기요금 구조가 에너지전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기는 하다.

• 이 글의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법무법인(유한) 광장의 입장은 다를 수 있습니다.

 

양선영 변호사
● 법무법인(유한) 광장

양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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