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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철 변호사 인터뷰

김추 승인 2022.05.03 11:18:23 호수 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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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회보 인기 코너 ‘선배법조인의 조언’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변호사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1983년도에 법관으로 임관되어 2007년까지 24년간 여러 법원에서 법관,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행정처 실장 등으로 근무하였고, 2007년도에 변호사 개업을 하여 현재까지 15년간 법무법인(유한) 바른에서 변호사로 지내고 있습니다.

Q. 변호사님은 1983년 부산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법원행정처 인사실장 등 법원 내 소위 엘리트 코스 및 요직을 두루 거치시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마지막으로 2007년에 법무법인(유한) 바른에 합류하여 대표변호사까지 하셨는데, 판사를 그만두고 변호사가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요?

 엘리트 코스라는 것은 저에게 과분한 말씀이고요, 평범한 법관의 한 사람으로서 그때그때 법원의 인력 수요에 의해 필요한 자리에 갔을 뿐입니다. 국가 공무원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때를 생각했을 때 있을 만큼 있었다고 생각했고, 남이 주장 · 제출하는 것을 기초로 소극적으로 판단하는 것보다는 남을 설득하기 위해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일하는 편을 한번 추구해 보고 싶었습니다.

Q. 변호사 생활이 판사 생활과 다르다고 크게 느껴지는 점은 어떤 것인지요? 혹시 판사를 그만두고 변호사가 된 것이 후회될 때는 없으셨는지요?

 판사나 변호사나 국민의 기본적인 인권을 수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목표로 하는 법조 3륜 중의 하나라는 점에서는 동일할 것입니다. 그러나 판사는 양자의 주장을 듣고 판단을 하는 직책이고, 변호사는 한 쪽 당사자를 대리하여 판단을 받는 직책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즉 판사는 심판이고 변호사는 선수인 셈이죠. 그에 따라 판사는 오해받거나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을 삼가도록 몸가짐을 조심할 필요가 더욱 클 것이고 변호사는 상대적으로 행동이 조금은 자유롭다고나 할까요, 그런 부분이 있죠. 그리고 판사는 자기의 판단이 옳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판결 후에도 어느 정도는 할 것입니다만, 확신에 찬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의 변호사의 아쉬움이 더 크다고 봐야겠지요.

 저는 좀 더 젊은 시기에 변호사를 하겠다는 생각하에 스스로 판사를 그만두었기에 변호사가 된 것을 후회해 본 적은 없고, 어떻게 변호사로서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고민을 늘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Q. 처음 법조인이 되셨을 때 어떤 마음이셨나요? 지금의 생각은 어떻게 바뀌셨는지도 궁금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당사자와 억울한 당사자의 아픔, 고통을 해결해 주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자는 다짐을 했습니다만, 실제로는 그런 분들의 아픔에 공감하거나 헤아리는 데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성공한 사람도, 밑바닥 인생을 산 사람도 다양하게 만나 인생의 많은 부분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되돌아보니 저의 경륜이나 용기의 부족으로 충분히 보듬어 주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지금도 초기의 그런 마음가짐에는 변함이 없고,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법조인으로서의 생활 기간 동안 좀 더 잘 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해 보겠습니다.

Q. 변호사가 되신 후에는 주로 어떤 종류의 업무를 하셨나요?

 민사, 형사, 행정 등 다양한 분야의 송무 업무를 주로 하였고, 저희 법무법인(유한) 바른의 건설·부동산 팀에 소속되어 팀장을 지내기도 하면서 재개발 사건이나 공사대금 사건, 건축물 하자 관련 사건 등을 많이 하였습니다.
 


Q. 그동안 업무를 하시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과천주공아파트 재개발과 관련하여 일부 조합원들이 제기한 총회결의 무효확인소송 사건에서 조합 측을 대리하여 자칫 무효 판결이 나면 재개발이 무산되거나 표류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조합 측과 상대방 조합원, 재판부 등을 설득하여 극적으로 조정을 성사시킴으로써 재개발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여 수천 명의 조합원들의 주거의 불안정성을 해소해 준 것이 큰 보람이었습니다.

 그리고 모 사립대학의 설립자 변경소송 사건을 대리하여 대학이 설립될 당시인 일제 시대부터의 많은 오래된 자료와 문헌을 찾고 법리를 심층적으로 연구하여 1심 판결을 번복시키고 제대로 된 설립자에게 그 지위를 인정받도록 해 줌으로써 사학의 건학이념이나 설립자의 정당성을 유지 계승시킬 수 있도록 해 준 점이 특히 보람으로 남습니다.

Q.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인으로 위촉되어 활동하고 계신데, 어떠신가요?

 대한상사중재원에는 복잡다단한 기업들의 사건이 많이 오고, 그 판정은 단심으로 끝나기 때문에 중재인의 역할은 법원의 판사 못지않게 중요한 직책이라 할 것이어서, 특히 큰 책임감을 느끼고 사건이 당사자 간의 화해로 끝나면 더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중에는 아주 사소한 사건들도 없지 않습니다만, 이러한 사건도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그들의 아픔을 위로해 주는 식으로 접근했을 때 해결이 잘 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럴 경우 더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변호사에게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나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변호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우선 ‘설득의 기술’이라고 봅니다. 변호사는 재판관에게 변론을 하여 좋은 판단을 받아 내야 하는 위치에 있으므로 자신이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가지고 사실관계를 알고 있다고 할지라도 이를 잘 녹여서 재판관을 설득하지 못하면 아무런 성과를 거둘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충실히 공부하여 논점을 확실히 파악하고 스스로의 주장에 확신을 가지도록 해야 할 것이며, 변론으로 전달할 때 요점을 정확히 추려 재판관이 이해하기 쉽게 핵심을 전달함으로써 정곡을 찌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나아가 충실한 변론을 위해서는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인데, 사실관계 파악에 있어서는 당사자와 현장에 답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수시로 당사자와 대화하고 필요한 경우 현장에 가 봄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거나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하나의 덕목으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변호사의 업무에 있어서는 결과가 가장 중요하기는 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품고, 변론의 전 과정에서 당사자와 함께하고 수시로 그들의 주장을 반영함으로써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야만 승소의 확률도 높아지거니와 패소한 경우에도 당사자가 덜 억울해하며 승복하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Q. 평소 건강과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매일 아침 동네 헬스클럽에 가서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주말 같은 경우에는 한강변을 걷는 등으로 건강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운동이든 규칙적으로 매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Q.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서 법조인으로 출발하는 나 자신을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 주고 싶으신지요?

 법조인은 기본적 인권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이 기본 덕목이지만, 그 밑바닥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 신뢰, 즉 인간애 내지 휴머니즘이 바탕이 되어야만 위와 같은 기본 덕목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진정한 법조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해 주고 싶습니다. 인간애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법기술자에 불과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Q. 마지막으로, 후배변호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 실현자임과 동시에 당사자 대리인이라는 역할이 있습니다. 양자의 조화가 절실히 필요할 것인바,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하되 지나치게 결과에 집착하거나 연연해하는 태도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끔 목격하는 바이기도 하지만, 변호사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으면서 너무나 상식과 공정에 반하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없지 않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변호사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늘 자기만이 옳다는 오만과 독단을 경계하면서 살아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끝으로, 변호사는 인간애가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인바, 이를 위해 인문학적 소양도 기르고 다양한 분야의 문화생활을 함으로써 공동체 구성원들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저 자신이 그런 점을 아주 잘했다는 취지는 아니고 함께 노력해 보자는 뜻에서 강조한 것이라는 점 이해 바랍니다.

 

● 인터뷰/정리 : 김추 본보 편집위원

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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