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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계약 관련 법규의 특성과 규범통제 수단

최겨레 승인 2022.06.02 11:01:44 호수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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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 2018. 5. 31. 선고 2015헌마853 전원재판부 결정


01 사안과 쟁점

 구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계약법’) 제9조 제1항은 “공공계약은 원칙적 입찰로 하나, 단 계약의 목적 · 성질 · 규모 및 지역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제한입찰이나 수의계약으로 할 수 있게” 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에서 “지명기준 및 지명절차, 수의계약의 대상범위 및 수의계약상대자의 선정절차,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하여 시행령에 입법 위임하고 있다. 동 시행령 제30조 제5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담당자는 견적제출자의 견적가격과 계약이행능력 등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수의계약대상자를 결정한다”고 하고,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행정자치부예규, 이하 ‘예규’) 제5장 [별표1]에서 비로소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받고 그 종료일부터 6개월이 지나지 아니한 자”를 대상자에서 제외하고 있다. 한편 지방계약법 제31조 제5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이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은 자와 그 자격제한 기간 동안 수의계약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사건은, ① 사법상 계약이라는 공공계약의 성질 때문에 위 시행령 및 예규가 내부기준에 불과하고 대외적 구속력이 없어 법령 헌법소원의 대상성이 없는 것인지(반대의견), ② 아니면 예규가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으로서 대상성이 인정되는 것인지(법정의견), ③ 위 예규는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이지만, 설령 내부기준에 불과하여 대외적 구속력이 없더라도 행정권의 일방적 결정으로서 기본권 침해가능성이 있으면 헌법소원의 대상성은 인정되는 것인지(법정의견의 보충의견) 등 주로 공권력 해당성이 쟁점이 되었다.

02 판결 요지

 헌재의 법정의견은, 적법성 심사에서 ① 시행령은 법적 지위의 박탈이라는 효과를 직접 규정하지 아니하여 직접성이 탈락되고, ② 위 예규는 법과 시행령의 위임에 따라 구체화된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인데, 국가가 정한 일방적 기준에 따라 수의계약 ‘체결 자격 자체를 박탈’하는 법적 불이익을 주므로, 위 예규는 사경제주체의 행위에 불과하지 않고 공권력이라고 보았다.

 본안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사경제주체로서의 성격 및 수의계약은 경쟁입찰에 비해 제한적 · 보충적으로 이용되고 간이한 절차로 이루어진다는 점 등에 비추어 수의계약 대상은 법률로 직접 규율할 밀도가 약하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반하지 않고, 공공계약은 공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므로 공정성, 투명성, 계약 질서의 준수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계약 체결 자격을 박탈하더라도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03 판례 평석

 반대의견은, ㉠ 국가는 제3자의 지위에서 민법 등 사법상 계약에 관한 입법을 얼마든지 하고 있고, 공공계약은 세금을 재원으로 공공재를 조달하기에 그 적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기준을 법령으로 정할 필요성이 있으며, 국가가 공공계약의 일방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당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따라서 ‘사법상 계약이라는 공공계약의 성질 때문에 관련 법령은 내부기준’이라는 결론으로 당연히 연결되는 것은 아닌 점, ㉡ 반대의견의 논리대로라면 시행령, 시행규칙 등은 헌법 제107조 제2항에 의해 민사소송(사법상 계약이므로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는 없다)에서라도 법원의 간접적 판단이 가능하지만, 국회가 입법한 형식적 법률에 대해서는 헌재도 법원의 심사도 불가능하게 되어 규범통제에 공백이 생기는 점, ㉢ 헌법 제107조 제2항에 기하여 법원이 명령 · 규칙의 무효 선언을 하더라도 헌법재판소법 제47조와 같은 규정이 없는 이상 당해 사건 적용 배제에 그치고, 대세적 효력이 없어 실질적 구제가 미흡하다는 점, ㉣ 대법원은 2007다79282 판결, 2004다50129 판결에서 국가계약법이 내부규정이라고 판단한 적은 있으나, 최근 2015다256794 판결에서는 그 대외적 효력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연체금리에 관한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59조는 효력규정”이라고 판시한 점 등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

 법정의견의 보충의견은 법규의 ‘대외적 구속력’이 부정되더라도 ‘기본권 침해가능성’ 단계에서 실질적 위험성이 인정되면 대상성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행정규칙이 법령에 근거를 두고 있는 이상 그 법적 성질이 대외적 · 일반적 구속력을 갖는 법규명령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행정청은 규정상 ‘종전 처분 때문에 가중된 후행 처분’을 할 것이 당연히 예상되므로, 후행 처분의 위험은 구체적, 현실적인 것이어서 종전 처분의 취소로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한 대법원 2003두1684 전원합의체 판결과 유사성이 있다. 그러나 ㉠ ‘근거 규범’과 이에 따른 ‘집행행위’는 다른 차원의 개념으로, 항상 규범이 아닌 매개체인 행위의 법적 영향만을 판단하는 법원의 입장에서는 “근거 규범의 대외적 구속력이 없더라도 ‘행위’로 인한 법률상 영향은 있을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헌재는 ‘규범’만을 두고 그 영향을 평가하여야 하므로(아니면 직접성이 문제될 것이다) 법정의견의 보충의견이 “대외적 구속력이 없더라도, 기본권 침해가능성이 있는 규범이 존재할 수 있다”고 정리한 것은 어색한 구석이 있다. 즉, 보충의견은 대외적 구속력과 공권력을 별개로 보고 있지만, 양자는 뗄 수 없는 관계로 이해함이 보다 자연스럽다. 또 ㉡ 주류 헌재 판례는, ‘공권력’이란 “그 행사 또는 불행사로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직접적이고 불리한 법률효과를 발생시킬 것”을 요건으로 한다고 판시해 왔고, 재량권 행사의 준칙이 대외적 구속력을 가질 수 있는 경우를 최초로 판시한 교원 인사관리원칙 사건(90헌마13)에서는 인사지역의 근속 연한에 대한 신뢰와 기대 등을 실질적으로 평가하여 ‘대외적 구속력’ 여부를 판단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공권력 단계가 아닌 기본권 침해가능성 단계에 이르러 비로소 실질적 영향력을 평가한다는 논리는 합리적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기본권 침해가능성’이 있는 경우 ‘공권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논리가 되어 버려 적법성의 구조에도 역행하게 된다.

 법정의견은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이 계약상대 희망자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쳐 대외적 구속력이 있는 경우로 보아 공권력성을 인정하였으나, 본안에서 “수의계약은 경쟁입찰에 비하여 제한적 · 보충적으로 이루어지고 간이한 절차로서 계약상대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이 상대적으로 완화되고, 따라서 경쟁입찰에는 없는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 기간 후 ‘6개월’의 제한을 추가한 것이 법률유보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 행정입법은 수권되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 스스로 규정할 수 없고(법률유보), 그 내용도 상위법령에 반할 수 없다(법률우위). 지방계약법 제31조 제5항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이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은 자와 그 자격제한 기간 동안 수의계약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그 기간에 한정하여서만 국민의 계약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분명한 의미이고, 예규에서 이에 6개월의 기간을 추가한 것은 상위법령의 예측가능성을 벗어난 행정입법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다(강일원 재판관 동지). ㉡ 특히 이 사건 예규는 국가법령정보센터의 웹상으로 바로 출력되지 않고, 350쪽이 넘는 책 한 권 분량의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그중 제5장의 별표를 확인하여야 비로소 그 내용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시(公示) 부족으로 인한 국민의 신뢰보호위반 문제도 있다. ㉢ 법정의견은 경쟁입찰과의 차이를 근거로 예규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수의계약 대상은 대부분 소규모 계약이고, 소규모 계약을 주로 수주하게 되는 소기업이 오히려 과중한 기본권 제한을 받게 되는 점, 특허공법심의 ‘경쟁’을 통과해 선정된 자로서 수의계약 자격자(영 제25조 제1항 제4호 마.목) 등 취급 사무에 따라서는 오직 수의계약만 체결하게 되는 기업이 있으므로 수의계약이 경쟁입찰보다 일률적으로 계약상대자에게 혜택을 주는 절차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점, ㉣ 같은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달리 취급해서는 안 되는데, 세금을 재원으로 공공재를 조달한다는 공동의 목적을 추구함에도 2005. 12. 30. 이래 6개월의 추가적 제한이 존재해 왔던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과 달리, 국가가 당사자인 수의계약은 2018. 12. 31. 개정된 구 정부 입찰 · 계약 집행기준이 2019. 1. 1. 시행되기 이전에는 이와 같은 추가적 제한이 없었던바, 2015. 8. 20. 이 사건 헌법소원을 제기한 청구인에게는 평등원칙 위반의 소지도 있는 점 등의 많은 문제가 있다.

 

최겨레 변호사

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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