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김기화 KBS 기자 인터뷰

김추 승인 2022.08.01 09:32:38 호수 617

공유
default_news_ad2

Q. KBS 김기화 기자님 반갑습니다. 2018년부터 유튜브에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댓읽기)’이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계신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기자들이 그동안 시청자 혹은 독자들에게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만 했지 쌍방향 소통은 한 적이 거의 없거든요. 기자들도 자기 주변 사람들 말고 다양한 시청자들의 의견을 들을 기회가 잘 없어요. 그래서 기사의 댓글을 통해서 다양한 시청자들의 의견을 듣고 시청자들이 진짜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소통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벌써 4년이 넘었네요.


Q. 처음 보는 형태의 방송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생각을 하셨나요? 혹시 KBS에서 시켜서 하는 일인가요?

 변호사도 그렇고 판사, 검사, 의사, 기자 등 예전부터 정보의 우위로 권위를 누려왔던 직업들이 있는데, 이제는 그런 시대가 끝났습니다. 언론이 그동안 시민들에게 가르치려고만 들었다면 이제는 반성하고 사람들이 기사에서 진짜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리액션을 해줘야 한다, 사람들에게 더 친근하고 재밌고 쉽게 알려주는 창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동료들을 모아서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선배기자들의 무용담을 듣다 보면 기사보다 더 사건의 본질을 대변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짧은 신문 한 칸이나 1분짜리 리포트로 끝나는 것이 아까웠습니다.

 KBS에는 제가 시간을 쪼개서 만들겠다고 해서 허락을 받아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지금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KBS 홍보나 면피성 변명을 하려고 회사에서 정책적으로 만든 것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는데, 전혀 아니었고 오히려 KBS 자사 보도를 비판하고 평가해보자는 취지가 있었습니다.


Q. KBS 기사에 달린 댓글을 소개하는 형식이라고는 하지만 내용상으로는 KBS 기사를 비판하는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되게 될 텐데, 괜찮나요?

 제일 어려운 부분입니다. 시작했던 취지는 그걸 세게 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저도 조직의 일원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그 기자를 불러서 자기 기사에 대해 이런 비판이 있는데 왜 이렇게 했는지 물어보고 말하게 하는 것인데, 매번 이렇게 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기자 없이 겉핥기식 인상비평에 그치게 되면 기사에 화난 분들에게는 면피성으로 비치고 조직에서도 욕을 먹고 차라리 안 하는 게 나은 경우도 있었어요. 하지만 기자가 스스로 나오고 싶다거나 입장을 밝히게 해달라는 경우도 있어서, 우리가 하는 일이 의미가 있는 시도였구나, 앞으로도 그런 기회가 있으면 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는 KBS 기자로서 국민의 수신료로 월급을 받고 살기 때문에 더욱 우리가 어떻게 보도했는지 비판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시민들의 지식수준이 올라오고 누구나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기자의 정보독점에서 오는 권위를 내려놓고 본인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정정·추가보도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언론사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야 신뢰도가 높아진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작은 일이라도 우리가 실수했다고 인정하고 반성하고 그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빨리 밝히는 언론사가 신뢰도가 높아질 것입니다.

 저는 KBS가 국민에게 우리가 이러이러해서 이렇게 보도했다고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출발은 유튜브에서 소통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KBS 비판을 할 때도 있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처음 취지를 살리고 있나 반성하고 있고, 부끄러운 일도 있습니다. 그만둬야 하나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우리가 이것을 때려치우지 않는 자체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서 계속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Q. 동영상이 자주 올라오던데, 매번 아이템은 어떻게 정하는지, 작가나 편집자가 따로 있는지, 제작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팟캐스트로 시작했는데, 회사 선배들이 기록한다는 의미에서 유튜브로 해보라고 권유했습니다. 처음에는 제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자막도 없이 동영상을 올렸는데 의외로 재밌게 봐주셨습니다. 그러다 촬영 기자가 재밌는 것 같다면서 고프로 세 개를 가져와서 깔아줬습니다. 편집은 제가 중고 맥북을 하나 사서 직접 편집해오다가 최근에 편집을 맡아주는 분이 생겼습니다.

 아이템은 화제가 되는 KBS 기사 중에서 고르는데, 기자가 섭외되어야 하고 일정이 맞아야 합니다. 이번 주 아이템은 ‘어촌이 사라진다’라는 시리즈물인데, 원래 화요일 녹화지만 기자 일정 때문에 수요일로 미뤘습니다. 작가분이 있어서 저와 작가분이 상의해서 아이템을 고릅니다.


Q.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채널을 운영하면서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좋았던 점은 너무 많죠. 유튜브 저널리즘의 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KBS에서 그전에는 없었던 이런 파격적인 것을 시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 것도 뿌듯합니다. 무엇보다 많은 구독자들이 좋아해 주시고 감사와 응원의 댓글을 달아주시는 것을 보면 힘이 납니다.

 나빴던 점은 회사에서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늘어났지만 저를 미워하는 분들도 늘어난 것입니다. KBS 기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다 싫어하면 프로그램 유지가 안됩니다. 그래서 처음의 취지를 잃지 않으면서도 지속 가능하게 균형을 잡아야 하고,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처음의 취지를 잃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최신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도록 계속 공부해야 하는 스트레스도 있습니다.


Q. ‘책 읽어주는 기자들’이라는 코너도 있던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시대의 소설’ 50편이라는 문화부 시리즈 코너를 보니까 소설 한 권으로 2분 정도 리포트 하고 마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시리즈 하는 기자가 마침 댓읽기에 출연하는 기자여서 따로 스핀오프를 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구독자분들이 지식에 대한 욕구가 많이 있는 분들이라서 나쁘지 않을 것 같았고, 저 스스로에게 숙제를 내줘서 책을 매주 한 권씩 읽자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방송을 다 했고, 거르지 않고 책을 읽었고, 프로그램이 재밌게 뽑힌 것 같습니다. 8월부터는 시즌2에 들어갑니다.


Q. 시즌2에서는 무엇을 할 예정인가요?

 ‘책 읽어주는 기자들’이 버리긴 너무 아까운 타이틀이고 꾸준히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시즌2를 하기로 했습니다. 분야는 소설에 국한되지 않고 베스트셀러로 하려고 준비 중이예요. 핫한 책을 해야 구독자분들이 좋아하시더라고요.


Q. 기존의 방송이나 활자보다 어떤 점에서 유튜브가 기자님이 의도하는 내용을 전달하기에 좋다고 평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댓읽기가 효과적인 건 전부 다 설명해준다는 거예요. 뉴스는 40분 안에 하루에 있었던 일을 다 넣기 때문에 짧은데, 사람들이 경제 기사나 부동산 기사 2분짜리 리포트만 들어서는 이해가 안됩니다. 저희 영상은 보통 한 시간 반 짧으면 30분 정도로 유튜브치고 길이가 긴 편인데, 어떤 사안을 짧은 시간만 들어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은 분들이 저희 유튜브를 많이 찾는 것 같습니다. 오해하고 있거나 내 편이 아닌 사람도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매체로서의 기능이 유튜브에 있습니다.

 또 하나는 용어를 풀어서 해설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려운 법률용어, 금융용어, 의학용어를 일반 사람들이 의무교육 때 안 배웁니다. 전문용어들을 사람들에게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할 창구가 필요한데, 유튜브를 통해서 허들을 낮춰주는 역할을 많이 할 수 있습니다. 기자는 그런 허브 역할을 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Q. 변호사 중에서도 영상을 제작해서 유튜브에 올리는 분들이 많지만,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채널의 비율은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기화 기자님의 채널이 성공적으로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의미보다 재미, 재미있게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드라이하게 중요한 정보만 나열하는 채널도 잘되는 채널이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운영하기 피곤합니다. 매번 중요한 정보만 아이템이 나오기도 어렵고, 그런 유튜브 채널은 본인이 스트레스를 받아서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개개인의 매력, 기자들의 매력이 있으면 좀 덜 유익해도 ‘얘네 보는 재미에 본다’고 할 수 있는 캐릭터성이 필요합니다. 그런 캐릭터성이 있는 분이 용기를 잃지 않고 꾸준히 업로드하면서 법률 관련 콘텐츠를 하시면 충분히 됩니다. ‘뭐 기자가 그런 거 하냐’ 하는 사람도 있었고 지금도 있습니다. 그런 장벽을 넘고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라는 마음으로 꾸준히 하면 충분히 됩니다. 제 주변에도 유튜브 하겠다는 변호사님들이 조언을 구해서 컨설팅도 많이 해드렸는데, 걱정과 고민만 하다가 안 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유튜브에 대해서 너무 부담을 많이 가지는 것 같고 완벽한 준비가 되어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들 하시는데, 그럴 필요 없습니다. 주변의 시선을 당분간은 받으면서 감내할 수 있는 용기와 의지를 갖고 이겨내면 재밌게 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 자체를 의미 있는 것만 하려고 하면 안되고, 보는 사람이 재미있어야 하고 본인이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봐도 지루하고 재미없는 사람의 유튜브는 안될 가능성 높습니다. 내 캐릭터, 콘텐츠가 유튜브에 적절한가 냉정한 피드백을 들어봐야 합니다. 그래도 하고 싶다면 다른 게스트나 편집자, 또는 아이템을 쟁여놨다거나 하는 대안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초기 투자가 많으면 안 되고, 가볍게 올리다 보면 조금씩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봐주는 사람이 생기고 하는 것입니다. 저도 7개월째 구독자가 400명이었습니다.


Q. 혹시 평소에 법적으로 꼭 해결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던 문제가 있나요?

 늘 있지만, 요즘 특히 걱정되는 건 언론사가 아니라 기자 개인을 고소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언론인들의 심리적 압박감이 심합니다. 요즘에는 언론중재위원회도 안 거치고 바로 기자 개인을 상대로 고소 ·고발해서 언론인을 위축되게 만들고, 언론사도 아니고 기자 개인에게 수천만 원에서 억대 손해배상 소송을 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기자 이름을 걸고 기사가 나가지만 기자도 혼자서 기사를 쓰는 게 아닙니다. 회사 지침도 있고 부장, 팀장 등이 지식을 가지고 판단한 데스크의 검토를 통해서 최종적으로 기사가 나가기 때문에 언론사의 책임이 있고 그래서 회사에 법무팀이 따로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갑자기 기자 개인을 상대로 고소 · 고발하는 풍토가 유행처럼 생기는데,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지 않나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변호사님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법조인과 대화하다 보면 ‘아 그건 법을 잘 모르고서 하시는 말씀’이라고 말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게 사람들이 법조인을 멀게 느끼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기자도 ‘그건 네가 모르고 하는 얘기야’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직접 정치인이나 법조인을 만나고 기사를 쓰는데, 사람들이 단편적인 기사만 보고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댓읽기 취지처럼 사람들이 오해하는 이유가 있겠지, 법조인을 욕하고 재판을 욕하는 이유가 있겠지 하면서 일반인과의 간극을 이해하려 해보면 좋겠습니다. 법조인들도 촉법소년이나 음주운전 형량 등의 여러 주제에서 일반인들의 생각과 괴리가 있습니다. 법조인도 그렇고 기자도 그렇고 직접 만나서 얘기해보면 나쁜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런데 악덕 변호사로 프레이밍 당하는 게 억울하잖아요. 요즘 사회가 양극단에 매몰되어서 서로 비난하는 문화가 만연한 것 같은데, 저도 그런 것을 해소하고자 유튜브를 시작한 것입니다. 법조인들도 사람들에게 내가 좀 더 지식이 많기 때문에 옳다고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나도 틀릴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변호사가 되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인터뷰/정리 : 김추 본보 편집위원

김추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글

set_C1
default_side_ad2

포토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글 및 최근글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