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이 고타의 논픽션 책 『스위트 홈(원제는 「鬼畜」の家 - わが子を殺す親たち), 후마니타스, 2023』을 읽는 것은 힘겹고 고통스러운 경험이다. 작가가 묘사하는 아동학대와 살인은 생생하고, 강렬하다. 그의 책 속에서 아이들은 어두운 쓰레기더미 집에서 방치되었다가 서서히 굶어 죽어가거나,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나자마자 첫 울음을 울기도 전에 숨이 막혀 죽거나, 재갈이 물려 토끼우리 안에 갇혀 죽어간다. 일본 전역을 경악하고 분노하게 했던 아동 살해사건 3건에 대한 그의 기록은 건조하지만, 그의 문체는 전혀 무심하지 않으며 도리어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 가해자들에 대한 분노, 동시에 끔찍한 학대의 대물림을 지속시키는 일본 사회에 대한 성찰로 가득하다.
작가는 책의 주제인 3건의 아동 살인사건을 조사하면서 웬만한 변호사들보다 더 사실관계를 상세하게 파악하고, 아동이 가장 안전하게 보호를 받아야 할 가정이 어떻게 아이들을 죽이는 지옥이 되어가는지 그 과정을 극히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이시이는 언론 보도와 판결문, 피의자신문조서를 입수할 뿐만 아니라, 형사 공판을 직접 관람하고 구치소에 수감된 가해자들과 면담하며, 그들의 주거지를 방문하고 주변인들과 인터뷰하면서 가해자들과 그들의 가정을 탐구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비극이 발생하는 환경과 분위기에 대한 그의 묘사는 탁월하다.
작가는 3건의 아동 살인사건과 그 가해자들, 그리고 가해자들의 가족을 추적하면서, 아이들이 죽은 것은 일종의 필연적 결과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역 앞에는 환락가가 펼쳐지고 교외의 주택가에는 빈곤이 만연해 있다. 가정환경이 불우한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10대에 아이를 낳고 유흥업소에서 일하다 결국은 제 자식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그런 대강의 도식이 눈앞에 그려졌다”는 작가의 말은 살인자들과 아동학대범들을 자칫 방어하는 것처럼 보이므로 일견 독자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작가가 담담하게 쓴 살인의 기록을 읽으며, 독자는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취지를 납득하게 된다.
책에서 첫 번째로 소개되는 ‘유아 아사 백골화 사건’을 보자. 남편 사이토 유키히로는 조현병에 걸려 발작을 일으키는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의 존재를 애써 부정하는 가부장적인 아버지 사이에서 자랐다. 부모로부터 사랑과 보호를 받기는커녕 어머니가 눈앞에서 무너지는 것을 목격한 유키히로는 ‘지극히 강한 수동적 대처방식’을 보이며 현실에 순응하는 성격을 보이게 된다. 아내인 가와모토 아미카는 료칸을 운영하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끊임없이 외도하는 아버지와, 파탄난 결혼생활에 대한 울분을 ‘자식 농사’로 해소하려 하며 강압적으로 공부를 강요한 어머니 사이에서 어긋나며 탈선한다. 서로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된 두 사람은 결국 서로 손찌검까지 하는 사이에 이르게 되고, 아미카는 가출한다. 앞서 말했듯 ‘지극히 강한 수동적 대처방식을 보였던 그는 아미카가 떠넘긴 부채도 순순히 갚았고, 결국 돈이 떨어져 전기, 가스, 수도가 끊겼지만 복구하려는 노력도, 주위의 도움을 받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세살배기 아들 리쿠를 어린이집에 맡기기는커녕 매일 어두운 쓰레기더미 집에 가두고 밥이랍시고 편의점에서 산 빵과 주먹밥을 먹인 유키히로는 새로운 애인에게 빠져 리쿠를 방임하다 결국 5살배기 아들을 굶겨 죽인다. 아들이 죽은 후에도 그는 기존 집의 월세를 7년 6개월간이나 내면서 범행을 은폐하다가, 리쿠가 12세가 넘어도 중학교에 입학하지 않아 시 교육위원회가 조사를 시작하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다.
‘영아 연속 살해 사건’의 가해자 다카노 이쓰미는 빈곤한 편모 가정에서 자랐다. 고향인 시모다를 떠나 가나가와현으로 혈혈단신 이주한 어머니 나쓰미는 10대 때부터 두 남성 사이에서 큰딸 다카노를 포함해 모두 아버지가 다른 세 자녀를 낳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남성들에게 자녀 인지(認知)도, 양육비도 청구하지 않았다. 자녀들에게 나쓰미는 강압적으로 대했고, 이유 없이 화를 내고 야단쳤다. 일하느라 바쁜 나쓰미 대신 사실상 가사를 전부 도맡으면서도 계속 꾸지람을 들은 이쓰미는, 유키히로와 마찬가지로 극도로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태도를 보인다. 어머니가 여러 남자와 무분별하게 성관계를 하는 것을 본 이쓰미 역시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육체관계를 맺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첫 임신을 하여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큰딸을 낳았으며, 이후에도 많은 남자들과 성관계를 가지면서 총 5번의 임신과 2번의 임신중절수술을 겪는다. 식당과 유흥업소에서 일하면서 나쓰미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금전을 뜯긴 이쓰미는 또 임신을 하지만, 임신중절수술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자 밤중에 집에서 아이를 낳은 뒤(‘천장 아이’) 수건으로 감싸 질식시켜 죽인 뒤, 스티로폼 상자에 넣어 천장에 보관한다. 그 후에 일곱 번째 임신을 하자 이번에도 몰래 집에서 출산한 후, 이번에는 아이를 죽여 쓰레기봉투에 넣어 서랍 속에 보관한다(‘서랍 아이’). 그녀의 범행은 그녀의 부른 배를 보고 임신을 의심했지만 임신을 애써 부정하는 이쓰미를 수상히 여긴 주변인들에 의해 발각된다.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토끼우리 감금 학대 치사사건’은 이 책에서도 가장 잔혹한 에피소드이다. 남편 사쿠라다 시노부는 그의 주변인에 의하면 ‘애 같은 인간’이었다. 지금 당장의 순간만 생각하게 된 그의 성격은 그가 사실상 그의 어머니로부터 방치되어 자란 환경에서 비롯되었다. 시노부의 어머니는 그를 출산하자마자 바로 그를 유아원(만 1세 미만의 아이를 맡아서 양육하는 아동복지시설)과 아동양호시설(우리나라로 치면 보육원)에 맡기고 부모로서 책임감을 보이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트럭 운전기사였던 그의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견디지 못하고 이혼했고, 시노부의 어머니는 두 번 더 결혼하면서 아이를 네 명 더 낳았지만 그 아이들 역시 똑같이 무책임하게 대했다. 이런 양육 과정에서 시노부는 순간순간의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성격의 호스트로 자랐다.
아내 미나카와 도모미는 부잣집에서 태어났지만 일찍 탈선하여 버블경제 시절부터 호스티스로 일하기 시작한 어머니 사유리와, 그녀의 기둥서방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사유리는 법적으로 혼인 관계이면서도 다른 남자들과 동시에 사귀었고, 결국 이혼하고 다른 남성과 재혼하면서 계속 방황하게 된다. 도모미는 불안정한 양육 환경과 학교에서의 따돌림을 겪으면서 서서히 엇나가고, 어머니처럼 호스티스로 전락한다. 도모미는 호스트바에 빠지고, 시노부와 만나 사귀게 된다.
이 부부는 7년간 결혼생활을 하면서 총 7명의 아이를 낳았고, 무직인 상태로 정부의 생활보호 수당과 아동수당을 받아 생활해 왔다. 부부는 둘째 아들 리쿠토가 발달이 느리고 이상행동을 보이자 리쿠토를 무참히 구타했고, 마침내 신장이 90cm에 불과한 리쿠토를 세로 40cm, 가로 57cm, 높이 46cm의 토끼우리에 가둬버리는 만행을 저지른다. 오랫동안의 감금생활에 극도로 쇠약해진 리쿠토가 토끼우리 안에서 죽어가자 시노부와 도모미는 시체를 유기한 후 1년이 넘도록 리쿠토 앞으로 나오는 아동수당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둘째 딸인 리카의 목에 반려견 목줄을 묶고 리카가 이상행동을 하면 리쿠토처럼 두들겨 팼다.
이들 가정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학대와 방임의 가해자였던 부모들 역시 학대와 방임의 피해자들이었고, 그들이 받았던 경험을 자신의 자녀들에게 그대로 물려준다.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어린이들은 어른이 되고 나서도 자신의 자녀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정상적인 방식으로 주지 못한다. 부서진 가정이 부서진 어른들을 낳았고, 부서진 어른들은 자신의 자식들을 죽인다.
학대의 대물림과 더불어, 일본 사회의 제도적 결함 역시 이들 살인사건에 기여했다는 점 또한 작가는 주목한다. ‘유아 아사 백골화 사건’의 피해자 리쿠는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길거리에서 기저귀에 티셔츠만 입고 방황하다가 경찰에 발견되어 아동상담소에 인계되었다. 아동상담소는 리쿠가 세살인데도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없었고 방임의 흔적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지만, 단순한 실수였다는 아미카의 주장을 받아들여 리쿠를 아미카에게 돌려보냈다. 아동복지사 한 명이 담당 지역의 150세대 가정을 관리하는 상황에서는 증거가 명백한 학대 사건이 더 중점적으로 다뤄졌고 단순히 ‘미아’로 처리된 리쿠는 뒷전이었다. ‘토끼우리 감금 학대 치사 사건’에서 아동상담소가 학대 신고를 받고 가족을 조사하려 하자, 시노부와 도모미는 바로 옆의 구(區)로 이사해서 조사를 피했다. 이후 리쿠토가 죽자 부모는 시신을 유기한 뒤 점검하러 온 아동상담소 직원에게는 마네킹에 이불을 덮은 뒤 둘째 아들이 자고 있다고 속였다. 아이들을 구할 기회는 이처럼 제도들이 만들어 낸 구멍 사이로 안타깝게 흘러내려갔다.
전국을 공분하게 만든 세 건의 아동학대 · 살인 사건 이후에도 일본에서는 계속 끔찍한 학대 사건들이 일어났다. 원저는 2016년 출판되었는데, 2016년 일본에서 학대로 사망한 아동 수는 77명이었다. 작가가 뼈아프게 지적하듯, 아동학대의 비극은 재판과 처벌로서 끝나지 않는다.
작가가 제시하는 해법은 스스로 자녀를 양육할 능력이 없는 부모가 있음을 사회가 직시하고, 그들의 생활을 지원하고 적절한 육아가 무엇인지 가르치고, 곤란에 처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육아를 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다른 사람이 아이들을 돌보는 것 또한 학대의 대물림을 예방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일 것이다. 이 책의 말미에서 작가가 소개하는 NGO인 ‘베이비 포켓’은 출산 후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임산부들과 다른 가정과의 입양을 매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스위트 홈』은 일본에서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들을 다루면서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탐구하고 있지만, 사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역자의 말대로,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끊임없이 아동학대가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이 학대의 대물림과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해법을 고안하고, 지금 태어난 아이들을 지키는 것이 어쩌면 저출산을 극복하는 실마리가 될지도 모르겠다.
윤태인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