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서울지방변호사회 회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님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법무법인 린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박은석 변호사입니다. 사법연수원 20기로 1994년 검사로 임관되어 약 20년간 검찰에 재직하였고,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금융감독원 국장으로 근무하였습니다. 2018년 3월에 개업하였으니 이제 6년 차 변호사입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형사와 금융분야를 중심으로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Q. 검사로 오랜 기간 재직하셨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많은 사건들이 기억에 남습니다만, 특히 2002년 부산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로 근무할 때 수사했던 허위 장애인등록증 발급 알선 사건이 기억에 남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각종 복지사업이 확대되면서 가짜 장애인이 급증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내사에 착수했던 사건입니다. 장애 진단서를 위조하여 동사무소에 제출하는 수법으로 허위 장애인등록증을 발급받아 온 허위 장애인등록증 발급 알선 조직을 검거했습니다. 허위 진단서 위조책, 알선 브로커 등 총 40명을 입건 후 기소하였고, 입건된 허위 장애인등록증 소지인들을 부산시청 보건복지과 등 관련기관에 통보하였습니다.
장애가 없거나 장애등급이 낮은 자들이 가짜 장애인등록증을 발급받아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각종 복지혜택을 받았던 것인데, 참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한 반사회적 범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단지 수사에 그치지 않고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장애인등록 발급 절차상의 문제점을 분석하여 장애인등록 관련 부서에 송부함으로써 장애인등록 관련 제도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지방자치단체와 병원 간 장애 진단 크로스 체크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장애 검진 병원 지정제도를 복원하는 취지의 제안을 했습니다. 이 사건 수사로 장애인들에게 제공되는 복지정책이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에게 오롯이 적용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Q. 외교통상부 주미 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으로 재직하셨던 경험이 있으신데, 어떤 업무를 담당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창원지방검찰청에 근무하고 있을 2004년경 법무부에서 외교통상부 주미 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을 공모절차를 통해 선발하기로 하였습니다. 법무협력관을 임명이 아니라 공모했던 최초의 사례였는데, 저는 1997년경 서울지방검찰청 외사부 근무 경험과 1999년경 미국 스탠포드 로스쿨 방문학자 경험을 토대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부족한 저에게 주미 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법무 · 검찰에서는 국내 정부기관은 물론, 대사관 등 해외 정부기관에도 검사들을 파견하여 그 정부기관 관계자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저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2년 6개월간 주미 한국대사관의 법무협력관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 있는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면서, 범죄인인도, 형사사법공조, 수형자이송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한편 미국법률제도 연구, 미국 방문 인사(법무부, 검찰, 법사위, 법원 관계자)들의 미국기관 방문 지원 등의 역할도 수행하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원래 대륙법계 시스템으로 출발했지만, 점차 미국 법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국내 법체계에 영미법 제도가 도입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미국 법제 연구를 위해 많은 공무원, 교수 등 인사들이 미국을 방문하였습니다. 저도 이러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미 법무부, 연방검찰청, FBI, DEA(미국 마약단속국), 국토안보부, 워싱턴 경찰, 의회 등을 방문하여 관계자를 면담할 수 있었고, 법무협력관도 외교관 신분을 갖고 있어 여러 국가들의 외교관들과 교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범죄인인도와 관련해서는, 미국 법무부의 OIA (Office of International Affairs), 연방검찰청과 협력하여 당시 삼성전자의 산업기술을 다른 회사에 빼돌리고 미국에 도피해 있던 피의자, 그리고 한국에서 살인죄를 저지르고 미국에 도피한 피의자 등을 검거하여 한국에 인도한 적이 있습니다. 또한 당시 한국에는 범죄피해자 지원 제도가 아직 도입되기 전이라 법무부에서 미국의 범죄피해자 지원 제도를 파악하기 위해 검사와 교수로 팀을 구성하여 미국을 방문케 하였는데, 그 방문단을 지원하는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법무부와 수많은 담당자의 노력으로 지금은 한국에 범죄피해자지원제도가 뿌리를 내리게 되었고, 조금이나마 제가 보탬이 됐다는 점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Q. 국민권익위원회 법률보좌관도 역임하였습니다. 어떤 업무를 하셨는지 주미 한국대사관과 국민권익위원회의 활동은 변호사님께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국민권익위원회 법률보좌관은 위원장의 법률보좌 역할을 함과 아울러 위원회 각 부서에서 문의하는 법률 질의에 대한 답변을 제공하는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당시 법률보좌관실에는 저 외에 변호사 3명이 함께 근무하고 있었는데, 그 분들의 도움으로 업무를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당시는 부정청탁금지법이 제정되는 단계이었는데, 법률보좌관으로서 법안을 검토하여 해당 부서에 검토의견을 제공하였습니다. 당시 부정청탁금지법의 도입을 둘러싸고 찬반이 심하게 격돌하던 때로, 조문들을 검토하며 신중하게 도입해야 할 조항, 수정해야 할 조항들에 대하여 고민을 거듭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제는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벌써 8년이 되었습니다. 이 법의 시행으로 말미암아 우리나라의 공직문화가 더욱 빠르게 청렴하고 투명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검사로서 근무할 때도 공직 수행에 큰 보람을 느꼈지만, 주미 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으로서 미국에서 주재관 겸 외교관의 업무를 수행하고, 국민권익위원회에 파견을 나가 그곳에 근무하는 공무원들과 함께 일을 해보면서, 더 넓은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각 기관마다 갖고 있는 고유한 조직문화, 자긍심과 고민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Q. 오랜 기간 재직하셨던 검찰을 떠나 금융감독원 감찰실 국장, 자본시장조사1국장으로 재직하셨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2014년 금감원 국장 공채에 지원하여 국장으로 입사한 뒤, 제가 맡은 보직은 감찰실 국장과 자본시장조사1국장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2016년부터 2년간 자본시장조사1국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자본시장조사국은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미공개정보, 시세조종, 사기적 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사건을 조사하고 형사고발 등 제재를 가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공정거래 조사 업무에는 자본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와 검찰 등 관련기관과의 원활한 협업 및 소통이 중요한데, 검찰의 재직 경험이 이러한 업무 수행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자본시장조사1국장으로 근무하면서 많은 불공정거래사건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대기업 임원이나 회계사 등이 상장사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하여 주식거래를 함으로써 큰 부당이득을 취한 사건, 다수인의 조직이 역할을 분담하여 시세조종성 주문을 통해 주가를 조작한 사건, 기업에 관한 허위사실을 마치 진짜인 것처럼 시장에 홍보하는 방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후 시장에 주식을 매도한 사건 등 다양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금감원의 자본시장조사국은 이렇게 자본시장을 교란하여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하는 사범들을 색출하여 제재를 가하는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자본시장의 파수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금융감독원은 검찰,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등과도 긴밀히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기관인데, 특히 자본시장조사1국장이 위 관계기관들과 자주 소통할 수 있는 보직이어서 많은 분과 협업하며 좋은 인연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정부기관은 아니지만, 금융위원회로부터 일정한 업무를 위탁받아 실질적으로 공적 업무를 수행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공무를 수행한다는 자긍심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제가 국장 업무를 수행하면서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함께 근무했던 직원과 동료분들이 열심히 도와주셔서 큰 탈 없이 업무를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 자리를 빌려 당시 함께 했던 이해붕, 김영철 전 부국장님께 깊은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Q. 변호사 개업을 결심하시게 된 이유와 어떤 분야를 전문으로 하시는지, 변호사로서의 관심사가 궁금합니다.
공직에 있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시간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것이었는데, 변호사가 되면서 그런 부분이 채워져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변호사 개업을 했을 때, 많은 걱정이 앞섰지만, 딱 한 가지 자신 있는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것입니다. 경청은 변호사의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라고 합니다. 실제로 변호사로 일을 해보니 고객의 주장, 의견, 또는 하소연을 많이 듣게 되었는데, 이러한 시간이 고객에게 큰 위로와 신뢰를 준다고 생각하니 힘들다기보다는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검찰과 금감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형사 사건과 금융 사건을 많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적 이슈와 형사적 이슈가 동시에 발생하는 사건으로 고민하시는 분들께 많은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금융 사건의 경우 주로 증권 분야 업무를 많이 수행하고 있는데, 금융투자업 인허가, 공시업무, 불공정거래사건, 회계감리사건, 금융 관련 송무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민사사건도 수행하고 있는데, 그간 해왔던 형사사건과 또 다른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민사와 형사는 서로 다른 분야이긴 하지만, 의뢰인에게 훌륭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양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고루 갖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더욱 정진해나갈 계획입니다.
Q. 선배법조인으로서 청년변호사에게 나눠주실 지혜가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세상은 예전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법과 산업의 변화 폭도 무척 커졌습니다. 변호사들도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늘 배우고 익혀야 하니 그만큼 정신적, 육체적 피로감도 커지기 마련입니다. 특히, 청년 변호사들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진 법률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한편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사회 환경에도 발 빠르게 적응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추기는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어려운 여건에서 근무하다가 건강을 잃은 후배변호사도 봤고, 심지어 고객의 발길이 끊어져 변호사 사무실을 닫는 경우도 봤습니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적 조류는 한동안 쉽게 변화될 수 없는 것이기에 청년변호사들은 이를 헤쳐나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스스로 키워야 하겠습니다. 조급한 마음을 갖기보다는 멀리 내다보면서 상식과 순리를 저버리지 않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내딛는 우직함이 더욱더 필요한 때입니다. 시류에 적응하되, 시류에 쓸려가지 않는 여유와 자신만의 철학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경제적 관점에서만 변호사업을 하다 보면 정신과 육체가 피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긍심, 자신의 고객과 두터운 신뢰 관계를 쌓아가면서 느끼는 보람, 그리고 때때로 어려운 이웃과 환경에 손을 내밀 수 있는 나눔의 정신이 함께 한다면, 팍팍한 삶에 윤기를 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산책을 좋아합니다. 심신이 피곤할 때 주중 하루를 정해 교외로 나갑니다. 어떤 곳이든 마음에 드는 곳에 다다르면, 그곳에 차를 세우고 산길이나 오솔길을 느린 걸음으로 걷습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새들의 맑은 지저귐, 흙길의 감촉, 나무와 풀의 내음을 듣고 느낍니다. 때로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쌓였던 피로와 스트레스가 말끔하게 사라지고 재충전이 됩니다. 청년변호사님들도 그게 무엇이 되었든 자기만의 고유한 힐링 방식을 찾기를 바랍니다. 그 힐링 시간을 통해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고, 자기만의 보폭으로 한 걸음씩 앞으로 전진하시기를 바랍니다.
● 인터뷰/정리 : 도진수 본보 편집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