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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옆 책방, 책방 옆 법률사무소 - 변호사 하기 싫어서 서점 차린 김소리 변호사 인터뷰

고정욱 승인 2024.09.05 17:51:23 호수 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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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바쁘실 텐데 시간 내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우선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변호사시험 4회이고, 현재 관악구 봉천동에서 ‘밝은책방’이라는 동네책방을 운영하며 ‘물결 법률사무소’에서 개업변호사로 살고 있는 김소리라고 합니다. 


Q. 변호사님의 원래 전공은 무엇인지요?

 학부전공은 미디어학부입니다. 예전 신방과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기존에 ‘동물에게 다정한 법’이라는 책을 공저로 쓴 적이 있고, 현재는 가제로 ‘10대 시민을 위한 법 이해하는 법’이라는 책을 쓰고 있습니다.


Q. 서점을 서울대 근처에 내신 이유가 있으신지요?

 로스쿨이 주변에 있고 젊은 사회 초년생들이 많이 사는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관악과 신촌, 건대 근처 정도 생각하다가 비용이 가장 저렴한 이곳을 (웃음)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또 제가 서울대 로스쿨을 나와서 이곳이 익숙하기도 하고요.


Q. 책방을 차리신 변호사로 유명하시던데, 어떻게 해서 책방을 차리시게 되셨는지요? 

 변호사 생활을 5~6년 하다 보니 미래에 대한 고민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는 고용 변호사로서 여러 사건들을 수행하며 변호사 업무를 익히기 바빴는데, 연차와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이다 보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라는 물음이 어느 날 왔던 것 같습니다. 저처럼 송무를 하시는 변호사님들은 잘 아시겠지만 굉장히 스트레스가 많고 업무 강도도 세잖아요. 그래서 그냥 이런 식으로 살면 변호사 생활을 계속 지속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좀 다른 방식으로 살 수 없을까, 좀 재미있게 살아볼 수 없을까 생각을 했고, 그러다가 제가 원래 갖고 있던 꿈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원래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쪽으로 고민을 하다가 어느 날 ‘동네책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보니까 책방이 책만 파는 게 아니라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책을 매개로 다양한 걸 할 수 있겠다, 제가 꿈꾸던 문화예술공간을 만들어볼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어떤 콘셉트로 만들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여러 고민 끝에 제가 가진 전문성인 법률전문가라는 점을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고, 대시민 법률교육공간이자 문화예술공간으로서의 책방을 구상하게 됐습니다. 변호사가 운영하는 책방임을 내세우면 어느 정도 주목을 받을 것 같았고, 이를 나름의 마케팅 포인트로 생각했습니다(웃음).


Q. ‘동네책방’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요즘은 규모가 좀 작고 책방 주인의 개성이 드러나는 서점을 동네책방이라고 많이들 불러요(웃음).


Q. 전에 책방을 해본 경험이 없으셨다면 막막하셨을텐데,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책방 차리기 전에는 책방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책방 운영에 관하여 쓴 책이나 블로그 글들을 많이 읽었고, 직접 여러 책방들을 방문하여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자체 등에서 운영하는 ‘책방 운영 실무 학교’ 같은 프로그램들이 있어서 이런 프로그램도 수강했습니다. 책방을 연 이후에는 주변에 다른 책방을 운영하시는 대표님들께 열심히 조언을 구했습니다. 가까워진 책방 대표님들께는 아직도 수시로 많은 도움을 구하고 있습니다. 


Q. 변호사업을 하시면서 책방까지 운영하시는 데 힘든 점은 없으신지요?

 아무래도 책방은 제가 처음 운영하다 보니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했어요. 책방은 단순 행정 업무, 약간의 육체노동까지 변호사로서 잘 하지 않는 업무들이 많거든요. 또 속세의 진창에 있는 변호사 업무와 달리 책방 업무는 비교적 낭만이 있어서 두 업무를 교차적으로 하는 게 느낌이 이상하더라고요.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특별히 많이 힘들진 않습니다. 힘든 점이 조금 있더라도 재미있는 것이 훨씬 더 많네요. 


Q. 책방의 낭만이란 어떤 것인지요?

 낭만은 여유롭게 커피 한 잔 하는 게 떠오르는데, 현실은 꼭 그렇지는 못하지만 책방에서 문인이나 손님과 교류하는 재미 같은 것들이 낭만인 것 같습니다.


Q. 어떤 책을 판매하시는지요? 온라인 판매도 하시는지요?

 인문학 단행본을 주로 취급합니다. 독립출판물도 약간 있고요. 가끔 법률전문서적을 찾으시는 분들도 계신데, 법률전문서적은 판매하지 않습니다. 주로 문학, 사회과학, 일반 인문학, 철학, 예술 등 단행본 도서를 판매하며, 인문사회예술서점을 지향합니다. 온라인 판매 사이트까지 운영하기에는 아직 여력이 안되어 사이트를 따로 두고 있지는 않고, 구글폼 형태로 주문서를 만들어 두어서 이 폼으로 주문해 주시면 저희가 배송도 해드립니다. 

 


Q. 책방을 하시면서 이런 저런 행사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주로 사회과학도서로 북콘서트 같은 행사나 시 읽는 모임, 그림 그리는 모임, 독립영화 상영회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사회적 이슈가 되는 법이나 판결 관련 강연회도 하고 있습니다. 주로 인스타그램 같은 SNS로 홍보를 하기 때문에 지역 주민이나 서울대 학생들, 법조인 분들이 많이 오고 계십니다.


Q. 원래부터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으셨는지요?

 아버지가 음악을 하시는 분이셔서 저도 어렸을 때부터 공연을 많이 보러 다니다 보니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돈 벌면 독립영화관을 차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고요. 그런데 변호사가 되고 난 후에 결국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실제로 하게 되어 책방까지 내게 되었네요.


Q. 변호사님이 운영하는 책방인데 법률서적을 안 파는 것이 조금 이상한 것도 같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법률서적은 동네책방보다 더 전문적인 서점에서 많이 팔고 있고, 동네책방에서 법률서적까지 팔기 시작하면 원래 제가 의도했던 제 로망을 해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웃음).


Q. 책방을 하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요?

 법무법인 이공이라는 작은 로펌에서 고용변호사로 일했습니다. 영리사건과 더불어 공익사건도 하는 곳이었고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아 공익활동을 하는 곳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중간에 잠시 국회의원실에서 비서관으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Q. 앞으로도 계속 책방을 운영하시면서 변호사 업무를 이어나갈 생각이신지요?

 특별히 크게 어려운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쭉 이렇게 하고 싶습니다. 책방이 잘되기만 하면 사실 오히려 변호사 업무는 안하고 책방만 운영하고 싶은 마음이네요(웃음).


Q. 변호사 업무가 많이 힘드셨나 봅니다(웃음).

 네, 송무 변호사 하면서 일이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원래 변호사가 되고 싶어서 된 것이라서, 쉬는 시간을 좀 가지면서 좀 더 재밌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제가 하고 싶은 일과 병행해 보자고 생각했죠.


Q. 변호사 업무나 책방 운영을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일 같은 것이 있으신지요?

 아무래도 변호사가 운영하는 책방이라고 소개를 하고 있다 보니, 법조 진로를 생각하는 학생들이 종종 와서 이런 저런 것들을 물어봅니다. 변호사 업계가 어떤지, 로스쿨은 어떤지 등등.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경험 자체도 신선했고요. 또 주변에 서울대학교가 있어서 서울대 학생들도 많이 오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손님으로 왔던 학생이 나중에 로스쿨생이 돼서 다시 책방에 오기도 하고, 로스쿨생들이 이제 졸업해서 동료 변호사가 되어 다시 만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험이 뭔가 기분 좋게 이상(?)하더라고요(?). 변호사 업무와는 다른 방식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나가는 경험이 제게는 항상 신선하고 좋습니다. 


Q. 가족들이나 주변 지인들 반응은 어떤지요?

 처음 책방을 한다고 할 때 다들 걱정 반, 응원 반이었던 것 같아요. 대놓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았고, 표현하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다들 걱정하지 않았을까요? 책방이 수익성 있는 사업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한편으로, 저를 잘 아는 친구들은 너무 잘 어울린다며 응원해 주는 경우가 많았고요. 마음 속으로 생각만 하던 로망을 실현한 것에 부러움을 표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집에서도 속으로는 걱정하셨을지는 몰라도 저의 선택을 믿어주셨던 것 같아요. 지금도 종종 책방은 괜찮냐고(?) 물어보시는데, 처음 우려보다는 덜해진 것 같습니다. 

 


Q. 최근 카페를 차리신 변호사님도 계시고, 변호사님처럼 책방을 차리신 분도 계셔서, 법원 근처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소송 업무를 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변호사 개념은 많이 퇴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새로이 변호사로서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후배변호사님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람은 다 각자가 가진 개성이 있잖아요. 각자가 생긴 모양이 다 다르단 말이죠. 변호사로서 살아가는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사의 모양도 다양해지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대부분 비슷한 모양으로 살아갑니다. 그렇다 보니 늘 삶에 회의가 쌓이죠. 나의 모양과 색깔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 모양과 색을 살려 변호사 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마음속 욕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합니다. 당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책방에서 더 다채로운 행사를 기획해서 주민들과 법, 사회를 연결하고 싶습니다. 교육 콘텐츠뿐 아니라 공연, 독립영화 상영 등 예술행사도 더 하고 싶고요. 변호사 업무를 겸하느라 책방에 모든 에너지를 다 쓸 수 없어 한탄스러운데, 계속 노력하려고 합니다. 멤버십 제도를 만들어 보려고 생각도 하고 있고,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히 하시는 변호사님들을 책방 손님들께 소개해 보고 싶기도 하고,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습니다. 장기 꿈으로는 다른 지역에 2호점을 내는 것이에요. 2호점은 조금 더 다른 콘셉트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건 영업비밀이라서 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웃음). 법조인 손님들도 꾸준히 책방에 방문해 주시는데, 동료, 선후배 법률가들의 발걸음이 계속될 수 있도록 계속하여 매력적인 책방으로 꾸려 나가겠습니다.
 

● 인터뷰/정리 : 고정욱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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