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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칼럼

김윤영 승인 2019.07.31 09:46:35 호수 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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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좌측 유방암 진단으로 유방 전절제술을 받고 항암요법 시행 후 현재까지 항호르몬요법으로 유지단계에 있는 65살 여성이 떠오른다. 눈에 띄는 아름다운 외모여서 기억에 남는다. 수술로 한쪽 가슴을 잃었는데 2년 전 자신의 뱃살로 복원 수술을 하였다. 항암으로 다 빠진 머리털과 눈썹도 이제는 거의 회복하여 겉모습은 더 이상 아픈 사람 같지 않다. 한두 달에 한 번씩 내 외래를 방문하여 항호르몬제 처방을 받고 한참 연배가 낮은 나에게 삶이 너무 힘들다며 하소연하기도 하신다. 남편의 외도로 너무 힘들다며, 2년 전, 남편은 아예 두 집 살림을 차려 놓고 가출을 해 버렸다고 했다. 가끔 환자분이 외래로 남편을 데리고 오시는데 주치의인 나에게 남편 좀 정신 차리게 혼내 달라고 간절히 부탁도 하신다.

진료실 안에 멀뚱하게 서있는 남편을 보고 있자니 나역시 화가 난다. ‘저렇게 뻔뻔하고 인정도 없는 남편이라니..’ 그 고통이라 함은 유방암에 걸린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으로 남의 일 같지 않게 와 닿는다.

세상에서 가장 약한 자인 아픈 사람으로 추락해 보면 주변인들과의 관계가 새롭게 정립되는 국면까지 맞닿게 된다. 누가 진짜 내 사람인지, 결혼식이나 장례식장이 관계의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흔히들 농담삼아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부부관계에 있어서의 사랑과 의리의 테스터로 감히 단언할 수 있는 것이라면 배우자의 아픈 상황이다. 누군가는 자신이 의존적인 사람임을 인정하거나 또 동반자적 관계를 만들기도 하지만 서운함을 안겨준 상대에 독립을 선언하거나 이별 관계를 맞을 수 있다. 방현희 작가는 그의 저서 『함부로 사랑을 말하지 않았다』에서 이렇게 적었다.
“아픈 사람은 결국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것. 그래서 가장 아픈 순간이 어쩌면 가장 숭고해지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최근 유방암 환자 358명을 대상으로 ‘유방암 극복과 가족 구성원의 관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유방암 환자 15.3%는 이혼, 별거 등으로 가족관계가 해체된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적 이혼율(4.8%)의 약 3배이다. 유방절제술을 받고 나면 부부가 성관계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 입장에서도 여성 호르몬 수치가 떨어져 성욕이 감퇴하여 성생활을 힘들어한다. 이런 것들이 쌓이면 이혼, 별거로 연결되기 쉽다.

유방에 생기는 악성 종양을 유방암이라고 부른다. 이는 흔한 섬유선종이나 물혹과 같은 양성 종양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암의 기본 특징인 ‘전파하고 파급하는 성질’을 가진 치명적인 병이다. 현재 우리나라 여성암 발생률 1위인 유방암은 2016년 기준 약 20%의 발생률과 유병률을 보고하고 있으나 이는 미국의 유방암 발생률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며 앞으로도 늦은 결혼, 저출산, 서구식 식습관의 영향으로 서구의 패턴을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남성도 유방암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 최근 어떤 인기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유방암 진단을 받는 에피소드가 방송되면서 남성들도 유방암에 걸릴 수 있다는 각성이 시작된 듯하다. 우리나라 남성의 유방암 발생률 또한 20년 전에 비해 2.5배 정도 증가하는 추세로 연간 500명 정도의 유방암 환자가 새롭게 발생하고 있으며 보통 50대 후반에서 60대의 연령에서 발생한다.

초기 유방암은 무증상이 특징이다. 통증도 없고 드러나는 변화가 없어 보통 소홀히 하기 쉽다.
유방이나 겨드랑이에 만져지는 멍울이나 낫지 않는 유두 습진 및 유두 분비물 등의 증상이 있다면 어느정도 진행된 유방암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즉시 병원을 방문하여 유방전문의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잘 받는다면 치료 성적은 좋다.

유방 클리닉을 찾는 90% 이상의 환자들이 유방통증으로 온다. 그러나 유방통증은 대부분 호르몬의 변화, 스트레스, 카페인 때문에 생기는 증상이고, 일시적인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없어진다. 통증으로 내원한 환자를 검사해 보면 유방암으로 진단되는 경우는 1% 미만이다.

교과서적인 유방암 위험인자로는 에스트로겐 노출과 관련된 것들을 꼽는다. 예를 들어 이른 초경, 늦은 폐경, 출산을 하지 않았거나 늦은 연령의 출산, 모유 수유를 하지 않은 경우와 같이 난소가 일을 오래하는 경우를 모두 일컫는다. 폐경 후 호르몬 대체요법, 폐경 후 비만은 중요한 위험인자이다. 우리나라 여성에 많은 ‘치밀 유방’의 조직 패턴은 그렇지 않은 조직에 비해 유방암이 5배나 잘 생긴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 외 잦은 음주, 서구화된 식이 생활 패턴 등이 있다.
유방암 예방과 음식의 연관성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으며 연구도 많지 않다. 특정음식을 유방암 예방의 슈퍼푸드로 꼽을 수 없다. 칼로리와 균형 잡힌 식사가 중요하며 특히 일주일에 3~4일 이상의 꾸준한 운동이 중요하다.

조기발견을 위해 검진은 매우 중요하다. 임상연구를 통해 증명된 생존율을 높이는 검진법은 유방촬영술이 유일하다. 40세 이후 여성은 1~2년마다 유방촬영술을 시행하면 되고 치밀 유방의 경우 유방초음파를 추가하면 좋으나, 유방 초음파 검진이 생존율 증가로 이어지는가에 대한 연구는 현재 진행 중이다. 더 일찍 더 자주 유방검진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불필요한 병소 발견으로 유방암 환자가 겪는 수준의 심리적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도 상당하다. 검진 실익을 따질 때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검진 가이드라인에 따라 40세 이후 1~2년에 한 번씩 받으면 충분하다.

유방암 환자로 살게 되는 순간,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그리고 누구의 딸, 그 외의 사회생활 모든 관계에 있어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 변화는 절망적이다.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특히 배우자로부터 받는 정신적 트라우마로 이혼, 별거로 이어지는 사회문제는 유방암이 더 이상 개인의 건강문제로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김윤영 전문의
●가천대 길병원 외과
유방암클리닉

김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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