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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변호사의 단독 출정기

박지선 승인 2021.03.02 15:41:28 호수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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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년 10월로 수습을 끝내고 등록을 마친 신입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제가 신입 변호사로서 법정에 단독 출정하였던 경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혹시 제 경험으로부터 동질감이나 위로를 얻는 신입 변호사님이 계시다면 기쁘겠습니다.

수습을 끝낸 신입 변호사에게 찾아오는 가장 큰 변화라면, 무엇보다도 법정에 단독으로 출정할 수 있게 된 점이 아닐까 합니다. 재판 출정은 재판부, 양측 당사자 본인 및 대리인 등이 한자리에서 얼굴을 마주한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구술 진술이 이루어지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어 아무래도 서면 작성이나 의뢰인과의 연락과는 또 다르게 긴장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신입 변호사로서는 더더욱 ‘휘어잡고 오자’가 아닌, ‘즉답을 피하고 사고만 치지 말자’는 방어적인 태도가 바람직하다고도 들어왔습니다.

제 첫 단독 출정 사건은 작년 12월 초 첫 기일이 진행된 점유취득시효사건이었으며, 마침 상대방인 피고에게 공시송달이 된 사건인지라 제 파트너 변호사님께서는 제게 출정을 부담 없이 맡겨 주셨습니다. 이전에 파트너 변호사님을 따라 다른 재판들에 함께 출석했었음에도 아무래도 단독으로 출정하는 것은 긴장이 되었고,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 즉 소장 등 기록을 숙지하고 사무실에서 법원으로 조금 일찍 출발했습니다.

드디어 사건이 진행될 법정 입구에 도착했고, 시뮬레이션 해 왔던 일련의 과정들이 이제부터 현실로 시작되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판사석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하고, 비어 있는 자리에 착석합니다. 이때 원고 측 방향의 방청석에 앉는 것 또한 시뮬레이션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 사건은 단독사건이었던지라 법정은 아담했고, 방청객도 자기 사건을 기다리는 변호사님들뿐이었습니다. 저는 일단 앞 사건을 지켜보며 판사님의 재판 진행 스타일을 대강 파악하는 데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후 제 사건 순서가 되었고, 앞으로 나가 자리에 앉기 전 이름을 말하고 판사님께서 앉으라는 말씀에 따라 자리에 앉았습니다. 판사님께서는 소장과 증거를 토대로 간단한 질문을 하시기 시작하셨고, 저는 기록에 근거해 최대한 나름대로의 대답을 하고 있었습니다(사실 예상했던 것보다 질문이 많아 이미 시뮬레이션과 어긋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판사님께서 제가 모르는 기록 외 사실관계에 관한 질문을 하셨습니다. 순간 당황한 저는 파트너 변호사님께서 이럴 경우에 요긴할 수 있다며 지나가는 농담 삼아 해 주셨던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아… 제가 담당변호사로 지정된 지가 얼마 안 되어서…” 갑자기 말투가 주눅이 들자 기록에서 눈을 떼시지 않던 판사님께서는 고개를 들어 저를 쳐다보시고는 “아, 그런가요?”라며 부드러운 어조로 대답하셨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사항을 추가적으로 설명해 주길 원하시며 다음 기일을 잡아 주셨습니다.

그때도 저는 초연차 변호사의 느낌을 숨기려고 최대한 태연한 척을 하거나, 서면 요지 등에 관한 진술을 포함해 나름대로의 대본을 만들어 갔었습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제 바람과는 달리, 판사님들께서는 저와 같은 초연차 변호사를 귀신같이 알아보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만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저를 바라보시는 판사님들의 눈빛이 어딘가 따스하고 안쓰러웠다고 할까요? 그리고 질문하시는 내용이 어렵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다른 재판에서도 그러한 느낌은 마찬가지였고, 판사님들께서 연차가 있는 상대방 변호사님께는 매서운 질문을 하셨지만 상대방 변호사님들께서는 편안한 태도로 막힘없이 답변하시거나, 임기응변으로도 곧잘 넘어가시곤 하셨습니다. 이와 달리 ‘재판 중에는 치열하게 다투어도 법정 밖에서는 서로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선배님들의 말씀에 따라, 상대방 변호사님께 꾸벅 목례를 하고 헤어지며 재판이 무탈했음에 그저 뿌듯해했던 제 모습은 너무 순진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가야 할 길이 구만 리처럼 멀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역시 시간과 경험이 약이라 했던가요? 얼마 전 고등법원에서 진행된 재판에서는 저 또한 조금 편안해진 느낌이었고, 더 이상 적어 간 대본을 그대로 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 눈에도 다른 초연차 변호사님들께서 긴장하시는 모습과 그걸 바라보시는 재판부의 따스한 혹은 안쓰러운 시선과 배려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무쪼록 저는 하루빨리 재판에서의 제 역할을 다하면서 판사님의 질문과 방청석의 시선이 더 이상 두렵지않고, 긴장하는 제 모습 이외의 법정의 더 많은 풍경들을 찬찬히 조망할 수 있게 되길 소망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모든 신입 변호사님들의 출정을 함께 응원하며, 이 글을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박지선 변호사
●법무법인 하온

박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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