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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운 변호사 인터뷰

이희숙 승인 2022.01.04 12:05:14 호수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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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노동인권단체 상임활동가로, 시사방송 패널로, 노동 분야 변호사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법률사무소 지담의 임자운 변호사님을 만났습니다. 변호사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13년에 연수원을 수료하고 바로 ‘반올림’이라는 시민단체에서 상임활동가로 일했고, 2년 전부터는 서울 마곡동에 있는 ‘지담’이라는 사무실에서 정정훈 변호사님, 두 분의 노무사님과 함께 일하고 있는 임자운입니다. ‘반올림’이라는 단체가 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집중해 온 단체이고, 그렇다 보니 저도 반도체 등 전자산업 노동자의 직업병 문제에 관한 소송, 연구 등을 많이 해 왔습니다. ‘지담’으로 옮긴 후에도 관련 일은 계속 하고 있고, 그 밖의 노동사건이나 일반사건들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연수원 수료 후 곧바로 단체 활동가로 시작하셨는데, 구체적인 계기가 있으셨나요? 단체 활동가로 일하는 것에 있어 어려움, 보람은 어떤 것이 있었나요?

 사법연수원에서 동기들과 함께 ‘낭만펀드’라는 이름의 공익전담변호사를 지원하는 기금 조성 사업을 진행하였는데, 어쩌다 보니 제가 직접 그 기금 지원을 받아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전부터 각 인권 분야에 뛰어난 활동가들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 활동가들과 가까이에서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단체 상근변호사를 생각하게 되었죠. 그렇다면 왜 ‘반올림’이냐고 묻는 분들도 많은데,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반올림’을 이끌어 왔던 이종란, 공유정옥이라는 두명의 활동가에게 제일 끌렸던 게 아닐까 싶어요.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로서 말이죠.

 단체 활동가로 일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아무래도 소송 업무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다는 거였어요. 소송 대리도 해야 하지만, 집회나 기자회견에도 가야 하고, 국회나 언론 대응을 해야 하는 일들도 수시로 생기거든요. 그러면서도 소송 업무는 또 온전히 혼자서 처리해야 해요. 함께 일하는 다른 활동가들도 각자 맡은 일들이 많다 보니 도움을 받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우리나라 전자소송 시스템을 매우 사랑합니다. 반도체 직업병사건도 보통 기록이 3 ~ 4천 페이지씩 되거든요. 전자소송이 아니었다면 그 일들을 못해냈을 거예요.

 그런 어려움들이 결국 장점이 되기도 하죠. 다양한 일들을 하면서 경험치가 그만큼 쌓이고, 사안을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돼요. 어떤 사회적 분쟁을 해결하는 데 ‘법’이 할 수 있는 건 꽤 많기도 하지만, 또 매우 적기도 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죠. 그래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수단과 역할들이 함께 동원되어야 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어요. 소송 실무를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하다 보니 스킬이 늘어난다는 장점도 있어요.

 보람은 아무래도 맡은 소송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 제일 크죠. ‘반올림’에서 맡은 사건들은 모두 개인적 권리 구제를 넘어 사회적으로 옳은 방향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소송들이었거든요. 그런 소송에서 이기게 되면 정말 뛸 듯이 기쁘죠. 자부심도 생기고요.

Q. 현재 지담에서 수행 중인 노동인권 관련 사건 중에 소개하고 싶은 사례가 있으신가요?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조리 노동자들의 산재 문제에 관여하고 있어요. 최근 산재 인정을 받아 낸 사건도 있고요. 우리나라가 1990년대 후반부터 초중고 급식이 전면 도입되기 시작했는데, 우리 사회가 학생들 밥 먹는 문제에 대해서는 꽤 많은 관심을 가져 왔지만, 정작 그 밥을 만드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못했던 것 같아요. 학교 급식실이라는 곳이 굉장한 과로
와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 있는 업무 공간이고 또한 유해물질인 조리흄, 세척제 등에 상시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공간인데, 너무 오랜 기간 방치되어 왔던 거죠. 최근 조리 노동자들의 ‘폐암’ 문제부터 조명을 받기 시작했는데, 더 많은 조리 노동자들의 더 다양한 질병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요.
 


Q. 노동권 보호를 위해 현재 가장 시급한 제도 개선 사항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현장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자신의 업무환경의 유해성에 대한 정보를 사업주나 정부에게 직접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작업장 내 유해물질 노출 실태 같은 정보를 사업주나 정부도 갖고 있지 않다면 관련 자료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도 할 수 있어야 하고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 너무 심해요. 근로기준법에서 차별받는 것을 넘어 최근에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도 차별이 생겼잖아요. 세계적으로 ‘안전’ 문제를 놓고 사업장 규모에 따라 차별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어요. 그런 문제는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기사 연재, 언론사 편집위원, 방송 패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 언론 활동을 통한 변화를 직접 경험한 사례가 있으시다면?

 개인적 변화라면 아주 가끔씩 길에서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고요. 여전히 ‘노동’ 이슈, 특히 ‘노동 건강’ 이슈는 방송에서 마이너한 이슈예요. 그 문제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비해 대중 매체가 쏟는 관심은 매우 적죠. 그런데 최근 들어 관심도가 좀 높아졌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그만큼 많은 사건 사고들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노동 문제를 과거처럼 어떤 정파적 혹은 정치적 이슈로 바라보는 잘못된 시각은 그래도 좀 개선된 덕이 아닐까 싶어요.

Q. 노무사님들과 함께 노동 분야 전문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계신데, 노동권에 관심을 가지고 개업을 희망하는 후배변호사들에게 조언해 주신다면?

 다른 문제도 마찬가지겠으나 특히 노동인권 문제는 현장에 가까이 갈수록 새롭게 알게 되는 게 참 많다고 생각해요. 변호사들끼리 고민하거나 판례나 법률 서적만 들여다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거죠. 저의 경우도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이해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받은 쪽은 판례나 책이 결코 아니었어요. 실제 그 피해를 당한 재해 당사자나 그 가족분들, 그리고 저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해 왔던 활동가들과 함께 한 시간들을 통해 이 문제의 다양한 면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죠.

Q. 최근 관심사나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올해 초에 아기가 태어났는데, 이 친구 덕에 SNS 육아라는 취미가 생겼어요. 개인 SNS상에 아기 사진을 자꾸 올리고 있으면 아내가 좋은 아빠 코스프레한다고 놀리기도 하는데.. 여러 이유를 둘러대 보지만, 결국은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제일 큰 것 같아요. 제 눈에 좀 많이 예뻐서요.

 그리고 바다를 정말 좋아해요. 바다 근처에서 술 마시는 거, 해안가 산책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바닷속에 들어가는 걸 제일 좋아해요. 스킨스쿠버 경력이 꽤 되거든요.

Q. 업무 분야나 활동에 있어 앞으로 새로운 계획이 있으신가요?

 새로운 계획은 아니고요. 사무실을 운영하는 입장이다 보니 여러 가지 일에 치이고는 있습니다만, 그래도 제가 원래 하던 일, 계속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자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노동건강권 문제, 알 권리 문제에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리고 어쩌다 보니 언론 문제에도 계속 관여를 하고 있는데요. 경험이나 지식이 짧은 분야이긴 합니다만, 우리 사회에 정말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반올림 활동을 통해 겪은 언론 문제도 꽤 컸고요. 비전문가가 할 수 있는 영역도 있으니 그 안에서 주어지는 역할은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일에도 가족에게도 따뜻한 변호사님의 온기가 느껴지는 인터뷰였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닿지 않는 곳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동자들을 위한 법률지원, 언론 활동 앞으로도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 인터뷰/정리 : 이희숙 본보 편집위원

이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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