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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인 인도사건에서의 인도 거절 사유

김한가희 승인 2022.02.28 15:47:44 호수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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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고등법원 2020. 7. 6. 선고 2020토1 결정


01 사안과 쟁점

 이 사건에서 범죄인은 ‘토르 네트워크(Tor Network)’라는 ‘다크 웹(Dark Web)’에 개설된 아동 · 청소년 이용 웹사이트인 ‘Welcome To Video(이하 ‘W2V 사이트’라 함)’를 인수하여 운영하였다. W2V 사이트는 아동 · 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로 하여금 무료로 회원가입을 받고, 회원들이 비트코인 등을 송금하거나 아동 · 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업로드 또는 신규회원을 추천하면 포인트를 지급하였다. W2V 사이트에서 회원들은 포인트를 지불하고 아동 · 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다운로드 할 수 있었다. 범죄인은 2015. 7.경 국내외 8개의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자신과 친부 명의로 W2V 사이트의 이용료를 지급받을 가상계좌를 개설하고 사이트를 운영하였다. 이 사건에서의 쟁점은 ① 범죄인 인도법 제10조에서 정한 인도요건으로서 ‘인도가 허용된 범죄 외의 범죄로 처벌받지 아니한다는 등에 관한 청구국의 보증’이 필요한지 여부, ② 범죄인 인도법 제7조의 절대적 인도 거절 사유의 존재 여부, ③ 범죄인 인도법 제9조의 임의적 인도 거절 사유의 존재 여부다.
 

02 판결 요지

 범죄인 인도사건에서 인도가 허용된 범죄 외의 범죄로 처벌받지 아니한다는 등에 관한 청구국의 보증이 추가로 필요한지에 대하여 법원은 범죄인 인도법 제3조의2 ‘범죄인 인도에 관하여 인도조약에 이 법과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규정에 따른다’라는 내용에 의해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의 범죄인인도조약(1998. 6. 10. 서명. 1999. 12. 20. 발표. 이하 ‘이 사건 조약’이라 한다.)’ 제15조의 규정이 청구국의 보증을 요구하는 범죄인 인도법 제10조보다 우선 적용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이 사건 조약 제15조에서 인도된 범죄인에 대한 청구국에서의 구금재판 또는 처벌범위 등에 관하여 별도로 규정하고 있고, 범죄인 인도 실무상 체약당사국 사이에 범죄인 인도와 관련하여 별도의 보증까지 요구 · 제공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청구국의 별도의 보증은 필요하지 않다고 판시하였다.

 법원은 절대적 인도 거절 사유에 있어, 범죄인 인도법 제7조의 제1호, 제2호 및 제4호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없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동조 제3호 ‘범죄인이 인도범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를 검토하였으나, 범죄인이 ① W2V 사이트의 이용료를 W2V 사이트에서 자동 생성한 1회성 비트코인 가상계좌로 지급받은 점, ② 범죄인이 지급받은 비트코인을 국내외 8개의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 계좌로 송금하는 등의 방식으로 처분하였다는 점, ③ 범죄인이 이 사건 인도범죄인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죄의 구성요건인 범죄수익 등의 은닉이나 가장에 관한 고의나 목적 등 해당 구성요건의 충족 여부에 대하여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취한 점, ④ 이 사건 범죄는 국제형사사법공조 수사 없이는 범죄수익의 자금흐름을 유기적으로 파악하고 범죄인의 신원을 확인하기 쉽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볼 때 범죄인이 인도범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지 않다고 판단함으로써 절대적 인도 거절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임의적 인도 거절 사유의 존재 여부에 대하여 법원은 이 사건 조약의 규정은 체약당사국의 사법주권에 대한 상호 존중을 토대로 한다는 점, 피청구국은 원칙적으로 이 사건 조약에 따라 범죄인을 인도할 의무가 있지만 피청구국 역시 범죄지 관할국이거나, 범죄인의 국적국으로 형사관할권을 가지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인도 여부에 관한 재량권을 가진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다만 이러한 재량은 합목적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법원은 범죄인의 이 사건 인도범죄의 전부 또는 일부가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조약 제2조 제4항에 따르면 피청구국인 대한민국에서 아직 이 사건 인도범죄에 대해 기소되지 아니하였으므로 범죄인 인도를 거절할 수 없다고 하였다. 또한 W2V 사이트 회원 중 상당수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정 등이 있더라도 이를 이유로 범죄인 인도를 거절할 것도 아니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범죄는 암호화 · 익명화라는 기술적 특징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다크 웹’ 사이트의 운영자나 이용자를 찾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대한민국 국민인 W2V 사이트 회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 그리고 이를 통한 우리 사회의 아동 · 청소년 이용 음란물 관련 범죄의 악순환적 연결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범죄인을 미국으로 인도하지 않고, 대한민국이 범죄인의 신병을 확보함으로써 관련자에 대한 수사와 합당한 처벌을 통해 이 사건 조약의 취지를 실효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범죄인에 대한 인도를 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03 판례 평석

 이 사건에서 법원은 청구국의 이 사건 이외의 범죄사실로 처벌하지 않겠다는 별도의 보증이 필요한지 여부에 대하여는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그 이유로 과거 청구국의 보증을 요구한 실무 사례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범죄인 인도를 법원이 심리하는 이유가 범죄인의 인도로 인권 침해의 결과를 낳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절차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에도 청구국의 보증을 요구한 과거 사례가 없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보증이 필요 없다는 결론을 내릴 것이 아니라, 청구국의 사법시스템 및 사법환경에 대한 검토를 전향적으로 해 볼 필요가 있다.

 과거 유럽인권재판소에서, Soring v. U.K. 사건에서 독일인 Soring의 미국으로의 인도가 유럽인권협약상의 권리 침해를 인정한 판결이 난 이후, 미국 정부가 Soring이 사형 판결을 받을 죄목으로는 재판받지 않을 것임을 약속하고 영국으로부터 인도받은 사례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국내 사례만 고려할 것이 아닌 범죄인 인도에 대한 타국 사례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의 경우 청구국이 사법 선진국인 미국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고려 자체가 불필요할 수도 있었으나, 피청구국인 대한민국보다 사법시스템이 선진화되지 않은 국가로 범죄인을 인도하는 경우에는 인도 그 자체로 범죄인이 형사 절차상 보장되는 권리를 보장받지 못할 우려도 적지 않다. 물론 이러한 검토는 변호인이나 범죄인 측에서 문제 제기를 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범죄인 인도사건의 경우, 일반 형사절차와 달리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의 입증을 요구하지 않고, 범죄사실에 대한 상당한 개연성이 존재하면 청구국으로의 인도 결정이 날 수 있기 때문에(서울고등법원 2020. 6. 29. 선고 2020토2 결정), 범죄인 인도법 제7조 제3호의 ‘범죄인이 인도범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로 인도 불허 결정을 내리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지금까지의 실무 사례 중 절대적 인도 거절 사유보다는 동법 제8조 정치적 성격을 지닌 범죄 등의 인도 거절이 다수였다는 점도 범죄인 인도사건을 다루는 변호인으로서는 참고하여야 할 점으로 보인다.

 법원은 임의적 인도 거절 사유에 대한 검토를 하면서, 예외적으로 피청구국의 재량을 검토하는 와중에 이 사건 범죄인의 신병을 대한민국이 확보하여 아동 · 청소년 이용 음란물 범죄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하여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법원의 인도 거절 이유는 범죄인 인도법 제9조 제1호 ‘범죄인이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의 사유도 아니고, 동조 제2호의 ‘인도범죄의 전부 또는 일부가 대한민국 영역에서 범한 것인 경우’도 아니며, 동조 제3호 내지 제5호의 경우에 해당되지도 않는다. 만일 법원이 범죄인 인도법 제9조 제1호 내지 제2호의 사유를 들어 이 사건 범죄인에 대한 인도 불허 결정을 하였다면, 추후의 다른 사건에서도 선례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으나, 법원이 예외적으로 피청구국의 ‘재량’ 영역에서 이 사건 범죄의 특수성을 언급하면서 범죄인 인도를 하지 않는 결론을 내린 까닭에 이 사건 범죄인 인도 결정은 오로지 이 사건의 상황에 맞춘 결정으로 보이는 점이 없지 않다.

 필자의 성급한 견해일 수도 있으나, 법원이 종래 범죄인 인도 청구사건에서 웬만하면 범죄인 인도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범죄인 인도법 제9조상의 임의적 거절 사유가 적용되는 선례를 남기는 것을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에 범죄인 인도법 제9조 요건도 아닌 ‘재량’의 영역을 통해 이 사건 범죄인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불허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적지 않게 들었다.

 무엇보다도 이 사건은 실무 사례에서 드물게 절대적 인도 거절 사유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인도가 불허된 사례이다. 또한 이 사건의 범죄인의 경우, 인도범죄 외의 다른 범죄 사유로 국내에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었으나, 이 인도범죄 사유에 대하여는 형사재판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청구국으로부터의 인도 청구가 있었던 까닭에 범죄인의 친부가 인도를 막고자 범죄인 인도법 제7조 제2항 ‘인도범죄에 관하여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이 계속 중이거나 재판이 확정된 경우’ 요건을 갖추기 위해 스스로 자식인 범죄인을 인도범죄로 고발한 사실이 있다.

 당시 친부의 고발에 대하여는 이러한 고발로도 범죄인 인도 결정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이 일부 언론에서 취재한 변호사들의 대체적인 의견이었으나, 예상을 뒤집고 범죄인에 대한 인도 불허 결정이 났다는 점에서 절대적이든 임의적이든 또는 이 이외의 이유로든 인도 거절 사유의 충족이 가능해질 수 있는 사정들이 있으면 적극적인 행동 내지 조치를 취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변호인들에게 알려 주는 사례로서 의미가 깊다.

 

김한가희 변호사
● 법무법인 솔론

김한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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