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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진 PD 인터뷰

신상진 승인 2022.05.02 15:37:35 호수 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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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본인제공


Q___안녕하세요, PD님.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들에게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스튜디오드래곤의 김윤진 PD입니다. 2020년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라는 작품에서 공동 연출을 하였고, 2021년 tvN에서 <EP. 안녕 도로시>라는 단막극을 연출하였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SBS에서 <그해 우리는>이라는 작품으로 미니시리즈 메인 연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___올 1월까지 <그해 우리는>이 많은 화제 속에 방영되었습니다. 소위 ‘입봉작’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큰 인기와 좋은 평가가 있었는데요, 작품의 연출자로서 느끼시는 감회가 어떠신가요?

 가끔 비현실적인 순간들이 있습니다. 작품은 이제 끝났고 작품과는 다른 일상을 살아가는데도 아직 작품이 떠나가지 않은 것만 같은 느낌이 들 때, 꿈결 같단 생각을 하곤 합니다. 누군가가 작품 속의 인물들을 좋은 모습으로 기억하고 이야기하고 있는 걸 볼 때면 그렇습니다. 그럴 때마다 매번 감사합니다. 감사하게도 저는 좋은 작가님을 만났고 작가님이 좋은 세계를 만들어 글로 내어 주셨습니다. 좋은 스태프들과 함께 글을 쫓아, 좋은 배우들의 몸과 마음을 따라왔던 게 여기까지였습니다. 매번 작품 할 때마다 빌려 쓰지 못할 행운을 첫 작품부터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비현실적이게도.

Q___<그해 우리는> 제작발표회 때 ‘초여름’이라는 키워드가 첫 아이디어였다고 밝히신 적이 있습니다. 의도하신 느낌이 작품에 잘 드러났다고 생각하시나요?

 잘 드러났냐고 물으시면, 글쎄요. 더하고 싶었던 것들도 많았고 실수했거나 실패한 것들도 많았습니다. 가끔 작품을 다시 보고 있으면 그런 아쉬움들이 다른 좋았던 우연들보다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초여름’의 느낌을 작품 내내 가져가고 싶었던 건 맞습니다. 열아홉부터 스물아홉까지 웅과 연수의 시절을, 작가님은 인생의 절기로 보면 초여름 어디쯤일 거라고 얘기하신 적 있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접근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시기적으로 여름날에 먼저 찍은 과거신들은 작품의 여러 회차에 걸쳐 펼쳐져 있습니다. 그렇게 여름을 입은 과거의 기억들이 현재에 덧입혀져 하나의 시절감으로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연출로서 의도하여 접근한 것 이상으로 작가님이 이미 그런 세계를 만들어 내어 주셨고, 함께 했던 스태프들은 작가님이 보여 준 길을 따라 잘 나아갔으며, 배우들은 작품 속의 10여 년의 시간을 하나의 시절로, 초여름의 기억처럼 보이도록 연기해 주었습니다. 아마 작품 속에서 초여름의 이미지가 의미 있게 관객들에게 보인 부분이 있다면, 그 때문에 가능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Q___<그해 우리는>은 넷플릭스 글로벌 TV 시리즈 주간 10위(비영어권 4위)를 비롯해 일본, 홍콩, 대만 등에서 1위, 뉴질랜드, 스웨덴에서 세계 2위에 오르는 등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었습니다. 국내 외 큰 인기를 얻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최우식 배우와 김다미 배우는 이미 전작을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지도와 작품에 대한 좋은 반응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작품에서도 해외 관객들 중 일부는 좀 더 쉽게 관심을 갖고 접근했던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작품 내적인 것만 생각한다면, 아마 이 작품이 그려낸 보통의 세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그 이유의 상당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님은 특별한 문장을 애써 지어내 인물들을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평범해 보이는 일상적인 문장들이 어느 순간 인물들과 이 시절을 찬란하게 만듭니다. 대부분의 우리들은 이 시절을 지나갈 테죠. 아직 지나지 않은 누군가들은 어떤 기대를 하고, 이미 지나온 누군가들은 어떤 기억을 하게 되는 시절입니다. 내가, 당신이, 아마도 비슷한 마음으로 그 순간을 살았을 거라는 마법 같은 현실감 때문에 누군가, 그게 국내만이 아닌 세계 어딘가의 누군가들이 좋아해 주신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Q___주연인 최우식, 김다미 배우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배우분들이 ‘최웅(최우식 분)’, ‘국연수(김다미 분)’ 그 자체라는 평이 많았는데요. 캐스팅에 있어 특별히 어떤 점을 고려하셨을까요?

 이전 다른 인터뷰에서 저도 말씀드렸고 작가님도 말씀하신 적이 있지만, 작가님께서 최웅 캐릭터를 만드실 때 최우식 배우의 어떤 면을 가져온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최우식 배우는 최웅 캐릭터에 가깝다고 생각했고, 누구보다 함께 했으면 했던 배우였습니다. 그런 최우식 배우가 이 작품을 결정했을 때 이나은 작가님과 기획프로듀서인 한혜원 PD, 제가 감격에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김다미 배우 또한 작가님께서 배우가 나온 모든 인터뷰를 다 찾아보며 배우의 국연수스러움을 발견하고 너무나 함께 하고 싶다고 얘기했던 게 기억납니다. 최우식 배우와 마찬가지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배우 중 한 명이었고 자유롭게 몸을 움직여 캐릭터를 입게 되는 김다미 배우는 연출로서도 더할 수 없이 우선하게 되는 배우였습니다.

 실제 함께하게 된 두 배우는 그들이 ‘주목받는 배우’라는 사실 이상으로 ‘좋은 배우’들이자 동료였습니다. 둘 다 캐릭터로서 살아 있으려고 노력했고, 각자의 캐릭터로서 자유롭게 감정을 받아들이고 드러냈습니다. 캐릭터를 잘 이해하고 싶고, 그 캐릭터로서 살아내고 싶고, 그 감정을 온전히 드러내고, 감추고 싶어 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매일매일 확인했던 저로서는, ‘좋은 배우’들과 함께하고 있어 참 행운이고 감사했습니다.

Q___작품을 연출하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요소가 있다면 어떤 걸 꼽을 수 있을까요?

 존경하는 감독님 중 한 분이 결국 연출 행위는 무엇을 보여줄지 선택하는 일이지 않을까라며 얘기하신 적 있습니다. 비슷한 얘기지만 저 또한 연출의 일이란 무엇을 언제까지 어떻게 감추고 언제 드러내는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인물을 다루는 이야기든, 어떤 장르의 포장을 두르든, 결국 중요한 건 드러내고 감추는 일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해 우리는>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웅이가 바라보는 시간, 연수가 기억하는 사건, 지웅이가 지켜봐 왔던 웅이와 연수, 다큐멘터리가 관찰하는 웅이와 연수, 카메라 바깥에서 이들을 지켜보는 또 다른 시선 등등 각각의 인물과 카메라와 연출과 관객이 하나의 사건과 시간을 서로 다른 시선과 기억으로 보고 있을 때, 이를 언제 어떻게 드러내고 감출 것인가는 연출로서 풀어야 할 고민이었습니다. 그 고민을 잘 풀어나갔을 때야 비로소, 다양한 시점들을 쫓아 다양한 시선 끝에 이르러 결국 그들이 지나왔던 시간을, 그리고 지금의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Q___최근 <악마판사>, <소년심판> 등 기존에 많이 다루어지지 않았던 영역을 소재로 하거나, 판타지 요소를 더한 법조 드라마가 많이 제작되고 있습니다. 법조계와 관련된 작품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생과 사, 그 경계의 무언가들은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됩니다. 메디컬 드라마가 장르로서 존재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을 테죠. 옳고 그름, 죄와 벌, 권리와 의무 또한 그런 맥락에서 경계의 모든 것들을 이야기로 만듭니다. 드라마는 갈등을 동력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메디컬 장르가 그러하듯 법정물은 언제나 장르로서 매혹적입니다. 생각해 봤냐고 물어보시면 이제 막 한 작품을 끝낸 연출로서는 죄송하지만 아직이라고 답하게 됩니다만, 막연하게 언젠가 그런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Q___앞으로 연출을 생각하시는 작품은 어떤 것이 있으실까요?

 아직까지는 막연한 것 같습니다. 다만 <그해 우리는>이 어떤 시절을 다뤘던 것처럼 전작과는 다른 시절을 다루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가끔 하게 됩니다. 10대에는 10대 나름의 막연함과 치열함 속에서 분투하며 살아가고, 30대에는 또 다른 막연함과 치열함 속에서 어쩔 줄 몰라 하기도 합니다. 특정한 소재까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때에만 꺼낼 수 있는 어떤 감정이나 이야기들을 다루어 보고 싶다는 바람은 있습니다.

 혹은 아예 다른 접근을 하고 싶기도 합니다. 조연출 시절 만났던 연출 선배들과의 경험 때문인지 흔히 ‘장르물’이라고 부르는 범죄 혹은 복수 등을 다루는 작품들이 아직까지는 문법적으로는 더 익숙합니다. 실제로 그런 장르물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서 오래지 않아 그런 작품을 만나고도 싶습니다.

Q___김윤진 PD의 앞으로의 10년은 어떤 모습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아마도 가능하기만 하다면, 여전히 연출로서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때도 여전히 하나의 작품을 잘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연출일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아가겠습니다.

 

● 인터뷰/정리 : 신상진 본보 편집위원

신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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