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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변호사가 되기 위한 고민

박상영 승인 2022.07.06 13:16:31 호수 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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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를 시작하면서 했던 여러 고민 중 하나는 3년 차 변호사로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변호사가 되기 전 마음속에 그렸던 변호사의 모습과 법무법인의 소속변호사로서 의뢰인을 만나고 송무를 수행해나가면서 경험한 것이 서로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배웠던 수많은 판례와 학설을 두고 상대방과 다투기보다는 사실관계와 증거로 다툴 때가 훨씬 많았고, 그럼에도 판결은 구체적 사실을 기초로 하기보다 기존 판례에 기계적으로 포섭된 것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의뢰인도 판결을 쉽게 납득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평소 맡지 않았던 이혼 및 재산분할 사건을 통해서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었고, 변호사는 ‘단순히 법리를 잘 아는 것, 소위 똑똑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구나’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20년 전 이혼한 의뢰인은 다정다감한 초등학교 동창과 다시 결혼하여 전원주택에서 배우자와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행복한 삶을 꿈꿨습니다. 그러나 배우자는 재혼 전 의뢰인에게 보여주었던 모습에서 돌변하여 일을 그만두고 의뢰인의 수입에 생계를 의존하기 시작하였으며, 술과 도박으로 일상을 지냈습니다. 급기야 의뢰인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고, 이러한 배우자의 모습을 견딜 수 없던 의뢰인이 가출하여 소송을 시작하였습니다. 상대방 배우자가 ‘내가 때린 적이 있긴 하다’는 취지로 말하며 반소로 이혼 청구를 했음에도 실제 소송 진행은 쉽지 않았습니다. 의뢰인이 애초에 이혼을 계획하면서 상대방 배우자의 폭행, 폭언에 대한 증거를 수집했던 것도 아니고, 상대방 배우자가 의뢰인의 경제활동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생계를 유지했다고 볼만한 증거도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고자 의뢰인이 지인에게 남편한테 맞았다고 연락하면서 찍어놓았던 사진 한 장과 가출한 뒤 2년 정도가 지난 시점까지 몇 차례 발급받은 우울증 진단서 등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나름대로 정리하였고, 상대방 배우자가 아무런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술과 도박을 일삼았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주변 지인들로부터 받았습니다. 더불어 쌍방이 제출한 재산목록을 보고 최대한 의뢰인에게 이익이 되도록 분할 대상 재산에 속하는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다행인지 상대방 배우자 측도 의뢰인이 가출하기 전까지 이혼을 예상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직접적인 증거라고 볼 만한 것 없이 ‘의뢰인이 폭행을 유도했다’, ‘난 성실하게 빵집을 운영했다’라는 주장만 되풀이했습니다.

 이처럼 법리와 전혀 상관없는 긴 서면 공방이 끝나고 전자소송의 기록이 약 3,000페이지에 이르렀을 무렵 겨우 변론이 종결되었고,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난 후 판결문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으나, 너무 쉽게 기계적으로 기존 판례에 기대어 판단한 부분이 아닌가 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특히 의뢰인보다 체중이 약 50kg은 더 나가는 상대방 배우자가 의뢰인에 올라타서 폭행했고, 이런 일이 수차례 발생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후 의뢰인이 애정과 인내 및 대화를 통하여 원만하게 해결하려는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아니했다는 이유로 혼인 파탄의 책임이 상호 대등하다고 판단한 부분은 구체적인 사실을 외면하고 약 25년 전 대법원의 태도를 기계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법으로 지키고자 하는 혼인의 가치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어느 누가 배우자로부터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한 채 애정과 관심을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러한 내용의 판결문을 의뢰인에게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의뢰인은 막무가내로 법원을 욕했고, 변호사들이 최선을 다한 것은 아는데 왜 이런 식의 결과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빈정거렸습니다.

 겨우 의뢰인을 설득하여 어떻게 항소심을 진행해야 할까 계획하면서, 문득 더 좋은 변호사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로스쿨에서는 좋은 시험 성적을 위해 더 많은 판례를 외우고, 논리적인 답안을 많이 작성해보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의뢰인을 실제로 만족시키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하는 것 이외의 무언가가 더 필요한 것 같았습니다. 의뢰인을 대하는 태도, 의뢰인에게 사건을 설명하는 방법, 상대방의 주장보다 더 설득력 있어 보이도록 증거를 잘 배열하고 포장하는 것 등 여러 가지 점들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지만 무엇이 정답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더 많은 사건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될까 싶기도 합니다. 이런 고민을 가진 채로 오늘도 열심히 서면을 쓰고 재판에 나갑니다. 이미 답을 찾은, 또는 함께 고민 중인 저년차 변호사님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박상영 변호사
●법무법인 규원

박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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